[스포츠] 피겨퀸이 높이 뛰면 대한민국도 솟아오른다
  • 김회권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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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 3년 연속 선두…썰매 종목 선구자 강광배 도약도 돋보여

 

2010년 국내 스포츠계의 이슈메이커는 단연 김연아였다. 올 2월에는 그녀가 안겨준 감동에 국민들이 눈물지었다. 김연아는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에서 합계 228.56점을 기록해 자신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세계 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프리스케이팅이 끝난 뒤 자신의 연기에 만족한 듯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하는 모습, 시상대에 올라 눈물을 훔치는 모습에 그녀도, 보고 있던 국민들도 짠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시사저널 임준선

금메달리스트 김연아가 올림픽 이후에 보인 행보 하나하나는 사회적으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지난 5월, 소속사인 IB스포츠와 결별하고 올댓스포츠를 설립해 독자적인 행보에 나서면서 IB스포츠의 주가가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다지 매끄럽지 못한 브라이언 오셔 코치와의 결별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며 논쟁거리로 떠올랐었다. 이후 새 코치로 선임된 피터 오피가드는 코치로서는 무명이지만 미셀 콴의 형부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또 한 번 김연아의 선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런저런 사건들에 휘말리면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라고 걱정하는 지적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10월13일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미국 여성스포츠재단에서 선정하는 ‘올해의 스포츠우먼상’을 수상하며 ‘연아의 전성시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영향력이 없다면 논란도 없는 법이다. 그녀 자체가 ‘권력’임을 보여주는 징표를 2010년 우리는 숱하게 보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다. 스포츠계 전문가 50인 중 무려 40%가 김연아를 스포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 차세대 인물로 선정했다. 2008년 첫 조사부터 3년 연속 가장 윗자리에 이름을 올린 셈이다. 김연아는 최근 언론을 통해 “다른 활동은 당분간 접고 내년 3월에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준비에 전념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역 스포츠 선수의 영향력은 성적과 비례하는 법이다. 그녀의 내년 성적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이다.

 

문대성·홍명보·박지성, 2~4위

지난 2008년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3천2백20표를 획득하며 29명의 후보자 중 최다 득표자로 당선된 문대성 위원(동아대 교수)이 두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IOC 선수위원은 임기가 8년인 명예직이지만 올림픽 개최지 투표권을 행사하는 등 종신직인 IOC 위원과 동일한 권한을 갖고 있다. 지난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인상 깊은 돌려차기로 금메달을 딴 뒤 현역에서 은퇴한 문위원을 지목한 이가 이처럼 많은 것은, 이런 스포츠 행정가로서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음을 뜻한다. 문위원은 최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열린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회 회의에도 참석하는 등 태권도 활동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11월에 열리는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축구대표팀을 이끌 홍명보 감독은 당초 예상보다 프로팀 소속 선수들을 조기 소집하기로 결정했다. ‘금 담금질’을 빨리 시작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U-20월드컵에서 8강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아시안게임 감독까지 맡게 된 홍감독은 지난번 국가대표팀 감독 선정 과정에서도 한 대안으로 거론되었을 만큼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스포츠 분야 차세대 인물 세 번째에 이름을 올린 홍감독이 아시안게임에서 어떤 성적을 올리느냐에 따라 내년 순위권에 변동이 올 수도 있다.

매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박지성 선수(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게는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지난 10월12일 열린 한·일전 축구 경기에서 국가대표팀은 박지성의 공백을 절실히 느껴야 했기 때문이다. 소속팀에서 조금 부진하다 해도 박지성은 역시 박지성이다.

 

지난달 허리 부상의 여파로 세계선수권대회 5연패가 무산되었던 장미란 선수 역시 순위권 단골손님이다. 지난 10월10일 전국체전 8년 연속 3관왕을 달성하면서 광저우 금메달을 향한 컨디션 조절을 끝냈다. 그녀는 올림픽과 세계선수권을 제패했지만 아시안게임 금메달과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최근 국내 프로야구 복귀설이 나돌고 있는 박찬호 선수(피츠버그 파이어리츠)를 차세대 인물로 지목한 이도 적지 않았다. 10대·20대의 아성 속에서 여전히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그의 자세는 후배 야구 선수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있다. 한때 주춤했지만 다가올 11월에 광저우 금빛 물살을 가를 것으로 예상되는 박태환 선수와 일본에서 부진한 시즌을 보냈지만 절치부심하며 재기를 노리고 있는 이승엽 선수도 이름을 올렸다.

상위권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한국판 쿨러닝’을 이끄는 한국 썰매 종목의 개척자 강광배 감독 겸 선수이다. 썰매 종목의 존재감조차 없는 국내에서 강감독은 줄곧 계란으로 바위를 쳐왔다. 역도·유도·창던지기 선수 등을 모아 만든 봅슬레이 팀은 지난 밴쿠버올림픽에 처음으로 출전권을 따냈다. 비록 20개 팀 중 19위를 기록했지만 우리에게 성적 이상의 흥분과 감동을 선물했다. 게다가 강광배 감독은 봅슬레이만 타는 것이 아니다. 이미 루지와 스켈레톤을 국내에 처음 도입해 2002년과 2006년 동계올림픽에 선수로 출전한 바 있다. 올림픽 역사에서 루지-스켈레톤-봅슬레이에 모두 출전한 선수는 강감독밖에 없다. 그는 지난 10월13일 미국 레이크플래시드에서 열린 FIBT(국제 봅슬레이-스켈레톤 연맹) 총회에서 전체 43표 중 27표를 받아 국제관계(International Affairs) 부회장에 최연소로 당선되었다. 그가 묵묵하게 걸어온 길이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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