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불안감·두려움 떨치는 새로운 ‘책의 길’ 제시하다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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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가 출판계에서 기대를 가장 많이 모은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3년째 주목을 받아왔는데, 올해는 거의 ‘몰표’를 받았다.

김대표는 3년 전 미국 컬럼비아 대학 내 동아시아 연구소의 연구원 자격으로 유학길에 올랐다가 지난해 귀국했다. 귀국과 함께 펴낸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출판계 종사자들에게 교본처럼 읽혔다. 그는 이 책에서 “출판사는 좋은 책의 편집과 발행만으로 21세기 지식 사회를 열어갈 수 없다. 출판사는 책을 통한 교류, 창조적 토론, 성찰·향유 과정을 통해 사회와 긴밀한 관계망을 형성해야 한다”라며 출판계의 변화를 주문했다.

책도 출판도 ‘사람 사이’의 일이라고 말하는 김대표. 업계 종사자들이 출판 불황을 넘어 출판 위기라고 입을 모으는 시대에 그는 딴 데 눈 돌리기보다, 출판사는 어떤 역할을 해서 ‘사람 사이’에서 생존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왔다. 그가 미국에서의 경험을 공유해 국내 출판의 돌파구를 찾는 일에 보탬이 되려 했음에, 많은 이들이 귀감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마음을 어루만지는 책들을 펴내고 있는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 민음사에 입사해 편집장을 거쳐 대표 자리에 오른 장은수 민음사 대표, 실용 학습서에 매진해 지난해 5백만부 돌파 기념 이벤트를 치른 이종원 길벗출판사 대표 등이 3년째 상위권에 꼽혔다.

신경렬 더난출판 대표 상위권 진출 ‘눈길’

올해 조사에서는 더난출판 신경렬 대표가 상위권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더난출판은 1990년, ‘경제 경영 1번지’라는 모토로 창업해 어려운 경제 경영 지식을 좀 더 쉽고 단순하고 실용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신경렬 대표는 “그동안 7백여 종의 전문 서적을 출간했는데, 창업 20주년인 올해 대표적인 경제 경영 출판사로 자리 잡았다”라고 더난출판의 위상을 전했다. 더난출판은 2003년 인문교양 브랜드인 ‘북로드’를 설립해, ‘인간을 위한 지식, 삶을 위한 교양’이라는 목표 아래 역사, 심리, 문화 및 청소년 교양 도서도 출간해 독자층을 넒혔다. 신대표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계층의 독자들에게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도서들을 선사하고자 한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출판 분야 차세대 리더로, 저자로서 지목된 이들도 여럿 있어 눈길을 끌었다. 3년 전 교양 경제서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펴내 주목받았던 영국 캠브리지 대학 장하준 교수, 소설가 김영하·신경숙·공지영 씨가 이름을 올렸다.

특히 장하준 교수는 최근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사설을 통해 장교수의 신간을 극찬해 화제가 되었다. 가디언은 지난 8월 영국 현지에서 출간된 <그들이 알려주지 않은 자본주의의 23가지 진실>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대중들에게 호소력 있는 책이지만 새 아이디어를 찾는 정치인들도 읽어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또 경제학이 딱딱한 것과 달리 그의 책은 패러독스로 넘쳐나서 흥미롭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융합 시대, 출판의 개념과 역할도 재설정해야”
INTERVIEW /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

요즘 출판업 하기 힘들지 않나?

예전 황금기의 영광은 사라졌다. 영상 미디어, 소셜 미디어로 대표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책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시선이 짧아졌다. 출판 위기라는 불안감과 두려움은 그래서 생겨났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의 가치 등 책이 가진 필요는 사라지지 않았다. 출판사들은 이 불안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자책이 대안이 될 수 있겠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책의 역할이 달라지는 당혹감에 빠진 출판사들이 전자 출판, 모바일북 등에 눈을 돌린다. 그러나 전자책은 해결책이 아니다. 실사적인 이해가 부족해 언론이나 학계 등이 왜곡하고 있다.

아이패드 열풍이 전자책 제작 붐을 일으킬 것이라는 말도 나오는데.

아이패드는 패션적 소비를 발생시킬 뿐이다. 엔터테인먼트에 가깝다는 말이다. 전자책 단말기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사람들이 아이패드를 가졌다고 전자책 콘텐츠에 빠져들겠나. 5년 내에 시장 규모로 들어올 것 같지 않다. 종이책이냐, 전자책이냐 이런 논의로는 현실을 들여다보지 못한다.

위기를 헤쳐 나갈 대안이 있나?

읽고 쓰는 양상이 급변하는 시대이다. 책의 개념과 역할, 출판사의 개념과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 시대에 저술이 고독한 자신과의 싸움이고, 독서 또한 세상을 대면하는 간접 체험으로서 고독한 행위인가? 요즘 저자들과 독자들은 ‘쓰고 읽는’ 관계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 ‘보고, 듣고, 강의하고, 토론하고, 더불어 쓰는’ 복합적 문화 행위를 하고 있다. 이 경우 책은 저자와 독자의 매개체로서 역할을 한다. 책을 매개로 지적 체험을 하는 현장에 눈을 돌려야 한다. 출판은 더 이상 잘 만들어서 파는 행위가 아니다. 기획 단계에서 지금의 달라진 독자에게 어떻게 지적 즐거움과 가치를 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출판에 트렌드가 없다고들 하는데.

맞다. 그런데 잘 보면 잠재되어 있어 우리 사회가 놓쳤던 것들이 화두로 올라오고 있다. 법정 스님, 노무현, 김대중, 정의 등 주류가 아니었던 주제들이 뜬 것이다. 출판이 다른 미디어에서 놓치고 있는 분야를 채워줄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출판은 이제 트렌드 이면(그림자 트렌드)을 잘 보아야 한다. 그러지 않고 이익에만 급급한 출판사들은 서서히 쇠락해갈 것이다.

출판인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희망의 메시지는 없나?

다시 말하지만 독자는 자극만 받는 사람이 아니다. 교류하고, 욕망하고, 창조하고, 재창조하고 싶어 한다. 출판사의 타깃 독자가 책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지 알아내고, 그것을 계속 추구하다 보면 자기 색깔을 분명히 가질 수 있다. 그러려면 비즈니스 마인드에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즐거움을 얻다 보면, 지금의 불안감과 두려움을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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