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시] 끊임없이 독자와 눈 맞추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작가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0.10.18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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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연속 베스트셀러 낸 신경숙 ‘독주’…김영하·윤대녕도 주목받아

 

문학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리더로 신경숙 작가가 가장 많이 지목되었다.

지난해 신경숙 작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문학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다. 왜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이라고 본다. 가장 어려울 때 그 질문이 소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문학의 할 일이지 않을까”라고 자신의 글쓰기 전망에 대해 피력했다. <엄마를 부탁해>로 100만 독자와 소통을 끝낸 뒤였다. 신씨는 올해 봄,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펴내며 독자와의 소통을 이어갔다. 이 책에서 신씨는 비극적인 시대 상황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통해 사랑과 젊음의 의미를 탐색했다. 성장 소설이고 청춘 소설이며 연애 소설이기도 한 이 작품은,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애틋한 초상인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롭게 삶의 의미를 찾아 나선 젊은 세대에게 바치는 연가이기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엄마를 부탁해>와 더불어 중년의 나이에도 폭 넒은 세대를 독자로 유지할 수 있는 ‘콘텐츠’가 신씨의 내부에 많이 있음을 확인시키기도 한 셈이다.


 신경숙 작가는 지난해 문화계를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로 그 정점에 올랐다. <시사저널>이 설문조사한 ‘2009년 가장 주목받는 문화계 인물’로도 선정되었다. 신작가는 ‘소통의 부재’ 시대에 소통을 하라고 주문했고, 침체된 출판계에 희망을 심었으며, 여성 작가들이 선전하는 데 자극제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인터넷 연재와 함께 시작한 독자와의 소통을 실천하는 데 몸을 사리지 않았다. ‘조용히 글 쓰고 인세나 받아먹겠다’는 태도로는 독자의 시선을 잡기가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았다.

‘원로’ 소설가도 젊은 독자와 쌍방 소통

환갑 넘은 나이의 우리 시대 대표 작가들이 트위터를 하고, 인터넷 연재를 하고, 독자들과 여행을 떠나는 등 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도 문학 현장에서 올해 눈에 띄는 변화였다. 조정래 작가가 인터넷 연재를 하며 완성한
<허수아비 춤>이 최근 출간되었다. 조씨는 출간과 함께 강연회를 가지는 등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고 강의를 펼쳤다. 이전에는 책만 내도 ‘대박’이 났던 작가들이 이처럼 독자의 요구에 호응해 자리를 박차고 나선 것이다. 진정 문학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현장에서 독자와 함께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문학 분야 차세대 리더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이들은 대다수가 소설가였다. 지난해 차세대 리더 1위에 올랐던 김연수 작가는 뒷심 부족으로 2위로 물러났다. 

 공동 2위로 김영하 작가가 약진한 것이 눈에 띈다. 올해 최근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를 펴내는 등 꾸준히 작품을 내놓는 김씨는, 지난 9월28일 미국에서 영문 번역된 <빛의 제국>이 미국 최대 인터넷서점 아마존닷컴의 순위에 오르기도 해 차세대 리더로서 진가를 확인시켰다. 또한 김씨는 지난 8월 유엔난민기구(UNHCR)로부터 재능 기부에 대한 감사패를 받아 주목받기도 했다. 인터넷 연재를 통해 기부금을 보탠 것에 대한 화답이었다.

2008년에 신경숙 작가와 공동 1위에 올랐던 공지영 작가는 4위로 밀려났다. 공씨는 지난해 <도가니>로 여전히 독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활발하게 사회 활동을 하면서 차기작을 내놓지 않은 탓인지, 독자의 사랑이 식지 않는다 해도 ‘문학 분야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로 꼽는 데에는 주저하는 모양이다.

문태준 시인은 5위를 차지했다. 문씨 또한 3년째 ‘차세대 리더’로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뒤를 이어 올해 새롭게 윤대녕 작가가 상위권에 진입했다. 윤씨는 지난 3월 소설집 <대설주의보>를 펴내며 5년 만에 독자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최근 등단 20주년을 맞아 산문집 <이 모든 극적인 순간들>을 펴내며 자신의 삶과 작품 세계를 정리해 눈길을 끌었다.

 “거칠게 흘러가는 시간 속 좌절된 마음들, 내 소설 통해 견뎌나갔으면…”
INTERVIEW / 신경숙 작가

9월 초 미국으로 해외 연수를 나간다고 보도가 되었다.

작가가 무슨 연수를 받겠나. 잘못 알려진 것이다. 컬럼비아 대학의 객원연구원으로 나온 것인데, 학교에서 특별히 무슨 일을 하는 것은 아니고 자유롭게 강의도 선택해서 듣고 여기 학생들도 만나고 많이 걸어다니고 공연도 보고…. 나로서는 그렇게 쉬고 있는 중이다. 여기 뉴욕은 세계 문화의 중심지답게 어제와 같은 오늘이 없다. 너무나 많은 인종이 섞여 살아, 하루하루가 다르다. 묘한 이 어울림이 설렘과 감동을 준다. 다시 학생이 된 기분이다.    

<어디선가…>는 작가의 대학 시절을 배경으로 한 것 같다.

내 대학 시절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대학 시절이라고 생각하며 썼다. 물론 나의 개인적인 경험도 녹아 있다. 친구들끼리 문장을 이어 쓴다거나 시위대를 만나 길거리에서 쫓겨다닌다거나 작품을 필사해 본다거나 하는 것들….  

한 네티즌 설문조사 결과 ‘2010 한국인 필독서 부문’에서 이 소설이 1위를 차지했다. 저자로서 어떤 점에서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인간에게는 누구나 청춘 시절을 통과하면서 갖게 되는 희망과 고통과 상실감이 있다.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라 인생에서 불멸의 풍경을 가장 많이 남기는 시절이 청춘 시절이다. 불완전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게는 잡고 싶은 손 같은 작품,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들에게는 아프고 쓸쓸했던 어떤 시간들이 치유되고 기워지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썼다.

어렵게 살았던 시절 이야기는 젊은이들에게 충고도 줄 수 있을 텐데, 지금 20대 전후 젊은이들이 얼마나 공감할까?

시대에 갇히지 않는 작품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다. 우리는 100년 전의 고전을 읽으면서도 공감하고 반응한다. 그것이 바로 문학 작품의 매력이다. 오히려 문학 작품을 통해 경험할 수 없는 것을 공유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이 소설 속 화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도 현대와 맞닿아 있기를 바란다.

한국 사회가 지금 안고 있는 문제나 해법을 작품에 제시한 것이 있다면.

한국 사회는 어떤 문제를 놓고 깊이 있게 생각할 틈이 없이 곧바로 다른 일이 발생하는 사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좋게 말하면 역동적이지만 달리 말하면 시간들이 너무나 거칠게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진실이 무엇인가 알기보다 발생한 일을 놓고 자신의 현실적, 혹은 무의식적 이념이 작동되는 것도 자연스럽게 되어버렸다. 이 현실을 관찰하고 좌절된 마음들 가까이에서 각각 자기만의 방식을 만들어내 견뎌나가는 것이 내 주인공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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