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_1.암] 유방암
  • 강한성I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 ()
  • 승인 2010.10.18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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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환자 갈수록 느는 추세 정기 검진만 잘 하면 끄떡없다

유방암은 전세계 여성 암 중에서 가장 흔한 암이다. 미국에서는 해마다 20만명 이상이 발생하고 4만여 명이 사망한다. 한국에서도 매년 1만2천여 명의 유방암 환자가 발생한다. 서양에 비해 발생률이 낮은 편이지만, 유방암은 현재 국내 여성암 2위를 차지하며, 발생률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다. 쉽고 흔하게 발생하는 이른바 호발연령이 40~49세로 서양의 60~65세에 비해 젊은 것이 특징이다.

유방암은 여러 종류의 암 중에서 비교적 연구가 많이 된 암인데도 환경·유전적 요인, 이 두 가지에 의해 발생한다는 가설 외에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여러 연구 결과 및 환자 분석을 통해 유방암을 발병시키는 위험 인자를 유추해볼 수는 있다.

 

ⓒ시사저널자료

 

유방은 출산 후 수유 기능을 담당해 아기에게 성장에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및 뇌하수체의 성장호르몬과 프로락틴 등의 호르몬이 유방의 발달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이들 호르몬의 분비 및 활동 여부, 즉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노출 기간이나 양이 유방암의 발생과 발달에 관련이 있다. 초경이 빠른 경우, 폐경이 늦은 경우, 출산을 하지 않거나 초산 연령이 늦은 경우,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경우, 경구 피임약이나 폐경 후 호르몬 대체요법을 시행한 경우, 다량의 알코올을 섭취한 경우 유방암 발병의 위험이 커진다.

 


정확한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연구 결과에서 음식물이나 비만 등의 생활 습관도 유방암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동물성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국가에서 야채·곡물·과일 등을 많이 섭취하는 국가에서보다 유방암 발생 빈도가 높다. 특히 폐경 전 여성의 고지방 동물성 음식 섭취가 유방암의 발생과 관계가 있다는 보고가 있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은 결과적으로 호르몬의 작용, 면역 기능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과일·야채 등은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 물질을 많이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신체의 기능을 보호한다. 한편 고단백·고지방식과 다량의 알코올 섭취는 유방암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또한 비만인 여성(체질량지수가 25 이상)에게서 유방암의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방암의 경우, 유전적 요인이 잘 밝혀진 암의 하나로 전체 유방암 환자의 5~10%는 가족성 유방암으로 보고되어 있다. 어머니나 자매 어느 한 쪽이 유방암에 걸린 사람이 있는 경우에는 유방암에 걸릴 가능성이 두세 배 정도, 어머니와 자매 모두에 유방암이 있는 경우에는 8~12배 정도 커진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이 유방암을 발병률을 높이는 경향을 보여주고 있지만 암의 발생에는 여러 인자(환경적·유전적 요인)가 관여하기 때문에 앞으로 많은 연구·조사가 필요하다.

유방암을 발견하는 것은 3분의 2 이상이 본인이 직접 멍울(종괴)을 만져서 알게 되는 경우이다. 실제 통증이나 유방의 불편감과 같은 증상은 모호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종양이 아주 작을 때에는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유방암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유방촬영과 유방 초음파검사)을 통해 조기에 발견해 치료함으로써 재발률을 최소화해야 한다.

유방과 겨드랑이 부위에서 만져지는 종괴 이외에도 유방의 피부가 붓거나 빨개지며(염증성 유방암), 유두의 피부가 습진처럼 변할 때(파젯씨 병),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갈색, 핏물)이 나오는 경우에도 유방암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때로는 종양이 커지면서 통증을 동반할 수도 있다. 유방암이 유방이나 주위 림프절(겨드랑이 림프절)을 벗어나서 뼈나 폐에 전이가 되는 경우에 통증·기침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

유방암 치료법으로는 수술, 항암 치료, 방사선 치료, 항호르몬 치료, 표적 치료 등이 있다. 어떤 치료를 할지는 유방암이 어떠한 상태에서 진단되는지에 따라 다르다. 유방암이 진단되면 흔히 먼저 수술을 하게 되는데, 유두를 포함해 유방조 직을 모두 제거하는 전 절제술과 유방의 일부만 제거하는 유방 보존 수술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범위를 줄여서 유방 보존 수술을 많이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유방 전 절제술에 비해 생존율이 비슷하고 오히려 삶의 질에서 우월하기 때문이다. 종양의 크기가 커서 보존 수술이 어려울 때에도 수술 전 화학 요법으로 암의 크기를 줄여서 보존 수술을 시도할 수가 있다. 또한 겨드랑이 림프절 절제를 최소화하는 감시 림프절 절제 방법이 개발되어, 수술한 쪽 팔이 붓는 림프부종을 예방하고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있다.

 수술 이후 최종 병기에 따라 항암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두세 가지 약물을 병합해서 치료를 받게 되고, 항암 치료를 통해 전이나 재발의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 조기에는 수술 후에 재발률이 적지만, 병기가 높아질수록(유방암의 크기가 크거나 액와부의 림프절에 전이가 많이 되어 있을수록) 재발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주 조기의 유방암을 제외하고는 수술 후 항암 요법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으며, 항암제의 선택은 환자의 연령·병기 및 환자의 건강 상태에 따라 결정된다.

방사선 치료의 경우, 유방 보존 수술을 받았거나, 전 절제술을 받았더라도 암의 크기가 크거나 액와 림프절에 전이가 네 개 이상인 환자의 경우 수술 후에 방사선 치료를 받게 된다. 양성자 치료라는 새로운 방사선 치료 방법이 개발되어, 유방암 환자에게 정밀한 방사선 치료가 가능해졌다. 그 밖에 유방암세포에 호르몬 수용체가 있는 환자의 경우(전체 유방암 환자의 60%) 항호르몬제를 복약하는 것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는 5년간의 항호르몬제 치료가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호르몬제제 중 타목시펜은 에스트로겐 수용체에 작용해 항암 효과를 나타내고, 폐경 전후의 모든 유방암 환자에게 사용되나 비교적 최근에 개발된 아나스트로졸, 레트로졸, 엑세메스틴은 폐경 후 여성에서 기존의 타목시펜보다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여러 가지 신약(표적 치료제)들이 개발되어 환자들에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유방암 중, HER-2 라는 단백질이 양성인 경우 이에 대한 대표적인 표적 치료제인 허셉틴이라는 주사약을 1년간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항호르몬 치료와 허셉틴 등의 표적 치료제의 사용으로 유방암 생존율이 향상되고 있다.

 

 

국가 암 등록 자료에 따르면 유방암의 5년 생존율은 1993~1995년에 77.9%, 1996~2000년에 83.2%, 2001~2005년에 88.0%, 2003~2007년에는 89.5%로 지속적으로 호전되는 상황이다. 유방암 자체가 다른암에 비해 예후가 좋고, 이와 더불어 유방 검진의 활성화 등으로 조기에 유방암을 발견하는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방암에 좋은 효과를 보이는 신약들이 개발되어 수술 후 보조 요법에 쓰이고 있다는 점등도 호전율이 높아진 원인 가운데 하나이다.

유방암도 다른 암과 마찬가지로 초기에 발견했을 경우에 재발률은 낮고 생존율은 높은 경향을 보인다. 2006년 한국유방암학회 보고에 따르면, 병기별로 본 수술 후 재발률은 0기에서 약 5%, 1기에서 15%, 2기에서 20~25%, 3기 이상에서 60%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유방암 수술 환자의 5년 생존율은 유방암 수술 후 0기는 99%, 1기는 95%, 2기는 89%, 3기는 59%, 4기는 28% 순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유방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적극적인 치료가 재발률을 낮추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다. 유방 검진이 유방암의 덫에서 헤어나는 최선의 길이지만, 1차 수술 치료가 성공적이었다고 해서 다 끝난 것이 아니다. 2006년 한국유방암회지에 따르면 유방암 재발률은 20~30%로 재발한 환자의 70.9%가 수술 후 3년 내 재발하며, 92%는 수술 후 5년 내에 재발한다. 수술 후 2~3년 동안 재발 위험성이 제일 높고, 수술 이후에도 재발 위험은 존재하므로 지속적인 재발 방지 관리가 중요하다.

유방암의 재발 방지와 예방을 위한 노력으로는 우선 유방암 검진이 최우선이다. 증상이 있는 경우 병원을 방문해 임상 관찰 및 유방암 검사를 받아야 하며, 증상이 없는 경우라도 연령에 따라 정기적인 검진을 시행해야 한다. 한국 유방암학회와 국립암센터의 연령별 조기 검진 권고안은 다음과 같다.

유방 자가 검진의 적절한 시기는 매월 월경이 끝나고 3~5일 후가 최적기인데 이때가 유방이 가장 부드럽기 때문이다. 자궁 제거술을 시행했거나 폐경이 된 여성은 매월 일정일(예: 1일, 15일, 30일)을 정해 정기적으로 자가 검진을 한다. 먼저 거울을 통해 자신의 유방의 형태를 관찰하고, 한 손을 머리 위로 올린 후 다른 한 손으로 가운데 세 손가락을 끝 바닥을 이용해 유방을 촉진한다. 촉진은 유방을 부드럽게 누르면서 비비듯이 바깥쪽부터 원형을 그리면서 유두를 향해 실시한다. 유방 자가 검진을 할 때는 멍울, 통증, 유두 분비, 유두의 함몰, 유방의 주름, 유두 습진, 유방 피부의 변화와 같은 사항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유방암의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규명된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완전한 예방법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유방암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고 알려진 위험 인자를 피하는 생활 습관이 어느 정도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는 나타낸다.

 

 

실생활에서 많이 언급되는 몇 가지 유방암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건강한 음식, 신체 활동(운동)을 통한 비만관리 등이 잘 알려진 유방암의 예방의 방법이 되며, 음주를 삼가는 것도 유방암의 위험을 줄이는 방편이 된다. 식물성을 기본으로 해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자주 섭취하며, 육류 섭취를 줄임으로써 동물성 지방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오메가-3가 많은 올리브유를 주 식용유로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건강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유방암의 진단 전후, 치료 전후에도 암의 원인을 일부 차단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운동은 1주일에 5회 이상 45~60분 정도 운동을 지속하면 유방암의 발생률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많다. 술의 종류에 상관없이 하루 24g 이상의 알코올을 섭취하는 것은 유방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이렇듯 유방암은 생활 속에서 건강하고 바람직한 습관을 유지하면 예방할 수 있다. 아울러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유방암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인 치료를 할 수 있으면, 유방암은 더 이상 여성에게 무서운 병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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