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도둑으로 몰린 시인과 옛 여인이 함께한 추억의 여행 우화로는 잘 읽혀도 로맨스는 매끄럽게 와닿지 않아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0.11.0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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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주일의 리뷰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불교의 심우도를 느슨한 은유로 풀어쓴 김도연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임순례 감독의 로드무비이다. 지방대를 나온 선우(김영필)는 강원도에서 부모님과 농사를 짓는다. 아버지는 농사는 뒷전인 채 시를 쓴답시고 술이나 마시는 아들이 못마땅하고, 어머니는 장가를 못 가는 아들이 안타깝다. 문학상 공모에 낙선한 선우는 ‘깝깝한’ 마음에 아버지가 아끼는 일소를 팔아 여행이나 가려고 소를 트럭에 싣고 나선다. 그러나 터무니없는 시세로 소를 팔지 못한 그에게, 7년 전 헤어진 현수(공효진)로부터 남편이 죽었다는 전화가 온다. 선우, 현수, 피터는 ‘세 친구’였지만, 현수가 피터와 결혼하면서 헤어지게 되었다. 선우는 소와 함께 빈소를 찾지만, 현수에 대한 감정이 채 정리되지 않아 급히 떠난다. 그러나 소도둑으로 몰린 선우를 현수가 찾아오면서 둘은 피터와 함께했던 추억의 여행지를 소와 함께 돌아본다.

 

카메라는 이들을 따라가며 고즈넉한 풍경과 애증이 교차하는 선우의 내면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선우는 여행에서 ‘맙소사(寺)’ 스님과 아들에게 소를 태우려는 아버지 등을 만난다. 이들은 소와 현수를 사랑하는 본심을 깨닫지 못하는 선우를 견성(見成)으로 이끄는 방편들이다. 서울 조계사에 피터의 위패를 모시고 잠든 선우가 꿈속에서 그 방편들을 모두 불질러버리자, 꿈은 신비하게도 현실이 된다. 영화는 꿈과 현실을 비스듬히 중첩시키며, 불가의 비유를 로맨스로 치환한다.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은 일종의 우화로 읽힌다. 그러나 로맨틱 영화로서의 감정선은 그리 좋지 못하다. 소의 연기는 감탄스럽지만, 매력이 없는 남자 주인공에게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며, 그 결과 도시 여자처럼 보이는 현수가 선우와 함께 소를 끌고 밭을 가는 엔딩은 아름답기는 하지만 별로 납득되지 않는다. “소는 누가 키울 거야?”라는 개그에 대한 우문현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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