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 발상지가 주는 감동 교육 현장에 그대로 전한다
  • 김세희 기자 (luxmea@sisapress.com)
  • 승인 2010.11.01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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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교사

“겨울에 찾은 그리스는 비가 많이 오고 우울했다.” 김지희 서울 광영여고 교사(여·45)가 기억하는 그리스의 첫인상이다. 엽서 속의 파란 하늘과 파란 바다가 맞닿아 있는 장관은 그리스의 여름이었다. 다음 해 여름, 김교사는 다시 그리스를 찾았다. 그리고 그만의 문화유산 여행기가 시작되었다.

김교사는 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한국을 떠나서 개학일을 하루 이틀 앞두고 돌아온다. 김교사는 “선생님인 내가 보지도 않고 학생들에게 이야기를 하려니 내키지가 않았다. 힘들더라도 직접 보고 와서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13년째. 그는 53개국을 돌며 문명 지역을 찾아 세계 각지를 누비고 있다. 철저한 준비를 하고 떠나지만 아무래도 한국이 아닌 탓에 생기는 에피소드도 많다. 그가 사막 횡단 버스를 타고 실크로드를 지나갈 때의 일이다. 김교사는 “30시간 동안 가는 버스였는데 출발하기 전 터미널에서 물을 한 병 샀다. 물병에 빨대가 꽂혀 있기에 신기해했는데, 알고 보니 균이 득실거리는 가짜 물이었다. 덕분에 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배를 붙잡은 채 식은땀을 흘렸고, 결국에는 참지 못하고 기사 아저씨를 졸라 사막 한가운데에서 볼일을 해결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카메라가 그의 발목을 잡은 적도 있었다. 그는 “어디를 가든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촬영이 금지되어 있는 곳이 많다. 이집트에서 고고학 박물관에 갔을 때도 촬영 허가를 해주는 티켓을 샀는데 어떤 구역에서는 경비원이 다짜고짜 카메라를 빼앗기도 했다. 그 구역은 촬영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겨우겨우 매달려서 카메라를 빼앗기지 않았지만, 그런 경우에는 도록을 사서 나오는 수밖에 없어 아쉽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귀국하는 그의 가방에는 도록이 한 가득 쌓여 있을 때가 적지 않다고 한다.

그렇게 중남미 국가, 지중해 연안의 국가, 시리아·모로코·요르단 등 문명의 발상지는 샅샅이 훑었다. 한 번쯤은 관광 여행을 할 만도 하지만 휴양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휴양지에 가서 즐기는 방법을 모른다. 지금은 학생들에게 가르쳐줄 문명 지역을 찾아다니는 것이 우선이다.” 이렇게 그녀의 여행은 오로지 ‘교육’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 곳이 이라크이다. 김교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핵심이 이라크에 있는데 일반 여행객이 들어갈 수가 없다. 시리아나 이란을 통해서 언저리를 둘러보기는 했지만, 정작 핵심인 이라크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이 정말 아쉽다”라고 말했다.

분명 다르다. 그의 여행은 우리의 여행과는 다르다. 보고자 하는 것이 다르니 보이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는 “박물관과 유적지만 가고, 여행이 아닌 작업에 가깝기 때문에 나와 함께 여행 가는 사람은 재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대 문명의 발상지를 직접 보았을 때의 감동, 몇천 년 전의 과거를 보는 감동은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과거를 찾아 세계를 누비는 그에게 여행은 ‘살아 있는 이유’이다. 다가오는 겨울, 그는 또다시 존재의 이유를 찾으러 떠난다. 스리랑카와 말레이시아에서 그는 또 어떤 감동을 카메라에 담아 올까. 김교사는 추운 겨울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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