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잘 받으면 ‘건강 증진’
  • 노진섭 (no@sisapress.com)
  • 승인 2010.11.0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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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으로 하지 말고 충분히 활용해야…의사와 상담 후 필요한 검사 항목 추가하면 ‘확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또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데도 갑자기 큰 병에 걸려 고생하기도 한다. 그 이유 중에 하나는 건강검진을 받는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각종 검사는 신경을 써서 받으려고 하지만 의사와 상담하는 데에는 소홀한 사람이 의외로 많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의사와 상담하는 것을 건강검진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상담 시간만 1시간이다.

권영훈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교수는 “과거에는 질병을 예방하고 병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건강검진을 하는 목적이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는 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이 추가되었다. 즉 생활 습관, 흡연, 체중, 운동, 수면 부족 등을 평가해서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다. 특히 기계로 진단하지 못하는 개인만의 생활 습관은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상담 시간이 짧지만, 형식적으로 여기지 말고 충분히 활용을 해야 건강검진을 받는 의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건강검진을 수동적으로 받는 태도에 있다. 최윤호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센터장은 “일반 건강검진 항목은 혈액 검사, 간 기능 검사, 간염 검사, 소변 검사, 흉부 X선 촬영, 위내시경(또는 위장촬영), 복부 초음파검사 등이다. 검사 빈도는 연령, 병력, 위험 인자 등을 고려한 의사의 판단과 검진 동기에 따라 달라진다”라고 말했다.

▲ 의료진이 검사 전 의료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정밀한 진단에는 CT 등 첨단 의료 기기를 동원한다. ⓒ연세세브란스병원

각 세대별 ‘건강검진 시 점검해야 할 사항’

그렇다면 건강검진을 받을 때 세대별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20대는 젊기 때문에 특별히 건강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학업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시기이므로 시험과 공부에 대한 중압감, 운동 부족, 잘못된 생활 자세 등으로 자신도 모르게 건강을 해칠 수 있다. 혈액 검사(빈혈·간염·간 기능·당뇨·체지방·비만 검사), 소변 검사, 심전도 검사, 호흡기 및 소화기계 검사 등 의학 검사와 함께 척추 기능 및 자세 검사, 영양 정밀 분석, 여성의학적 검사 등이 이 시기에 추천할 만한 검사 항목이다.

30대는 건강을 돌보기 가장 힘든 때이다. 남성은 사회생활로, 여성은 사회생활 또는 육아로 인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데 소홀하기 쉽다. 주요 장기의 기능을 진단하고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한 일반 건강검진이 추천된다. 의학 문진, 영양 문진, 신체 측정, 혈액 검사, 대소변 검사, 안과 검사, 치과 진료, 폐기능 검사, 심전도 검사, 상복부 초음파, 흉부 X선 촬영, 위내시경 검사 등이다. 여성은 추가로 유방 X선 촬영, 자궁 검사, 골반 초음파·갑상선 초음파 검사 등을 받아야 한다.

40대는 간과 심장 질환에 유념해야 할 시기이다. 30대부터 술을 자주 마시면 알코올 분해 속도가 빨라져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이런 이유로 40대에 간질환 등이 발생할 위험성이 커진다. 또 고혈압, 협심증, 관상동맥 질환 등 심장질환의 위험도는 남성이 여성보다 서너 배 높다. 남성의 생활 습관이 심장에 무리를 주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고지혈증, 고혈압, 흡연, 당뇨가 원인이다. 특히 고혈압은 심장병과 뇌졸중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원인이다. 고혈압은 95%가 선천성이므로 특별한 예방책이 없다. 따라서 간·심장·위장 질환을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50대에는 간질환과 뇌혈관질환 발생률이 높아진다. 또 직장암과 대장암의 발생이 증가하는 때이므로 1년에 한 번은 직장수지검사, 장내시경 검사를 받도록 한다. 또 60대 이후부터 급격히 늘어나는 호흡기계 질환을 피하기 위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60대는 노년이 시작되는 시기로 뇌혈관질환, 기관지질환, 위암 등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질병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이 시기에는 생활 습관을 고쳐도 이미 진행된 퇴화 현상으로 인한 질병을 원천적으로 막는 것은 힘들다. 다만, 5대 사망 질환(뇌혈관, 기관지, 위암, 심장, 간) 가운데 위암과 심장질환은 예방과 조기 치료가 쉬운 편이므로 정기적으로 검사를 하는 것이 필수이다. 

당뇨병 가족력이 있거나 혈당치가 약간 높은 사람은 1년에 1~2회 혈당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거나 혈압이 정상 범위 안에서 약간 높은 사람은 1년에 2회 이상 혈압을 측정해야 한다. 흡연자는 폐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과거에는 1년에 2~3회 흉부 X선 촬영을 권했지만, 최근에는 단순 흉부 X선 촬영보다 컴퓨터단층촬영(CT)이 유용하다고 한다.

▲ 한 대학병원 VIP 건강검진실에서 한 남성이 검사를 받고 있다. 고급 건강검진은 2~3일 입원해서 다양한 검사를 받기도 한다. ⓒ서울 삼성병원

건강검진을 받을 때는 암에 대해서도 신경 써야 한다. 암 치료의 결정적인 변수는 암의 진행 정도이다. 늦게 발견할수록 치료가 어렵다. 따라서 효과적으로 암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는 것은 필수이다. 위암은 40세 이상에서 2년마다 위내시경 검사 또는 위장 조영 촬영술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간암은 B형과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인 경우에 6개월마다 간 초음파 검사와 혈청 암 표지자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50세 이상부터는 5년마다 대장내시경 검사 또는 대장 조영 촬영술로 대장암 유무를 검사할 필요가 있다. 여성은 30~40대부터 여성암 검사를 받아야 한다. 유방암은 2년마다 유방 촬영술과 유방 진찰을 받고, 자궁경부암은 해마다 자궁경부 질세포 검사를 받으면 된다. 심영목 삼성서울병원 암센터장은 “저소득층도 무료로 국가가 시행하는 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암에 걸리는 것을 숙명으로 치부하고 암 검사를 게을리하는 태도는 어리석은 일이다”라며 암 검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직장인은 해마다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런데 자비를 들여 개인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 사람도 있다. 병원의 건강검진은 기본, 정밀, 고급으로 나눌 수 있다. 병원에 따라 비용은 제각각이지만 일반적으로 기본 건강검진은 60만원대, 정밀 건강검진은 100만원 초반대, 고급 건강검진은 2백만원대이다. 물론 5백만~1천만원짜리 최고급 건강검진도 있다. 한 가지 기억할 점은 자신에게 필요한 검사 항목을 추가하는 것이다. 어떤 검사를 추가해야 할지 모른다면 검사 전에 의료진과 상담한 후 검사 항목을 결정하면 된다.

패키지식 검사·짧은 상담 시간 등 개선해야

비싼 건강검진일수록 정확한 점검이 가능할까? 같은 진단 기기를 사용하므로 정확성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만, 검사 항목이 많아지고 의사와의 충분한 상담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같은 당뇨 검사라도 일반 건강검진에서 그보다 두세 가지 방법으로 검사한다면 고급 건강검진에서는 두세 배 많은 방법으로 검사한다. 이른바 베테랑 의사와 상담하고 진단받을 수 있는 점도 비싼 건강검진의 장점이다.

일각에서는 건강검진이 형식적이어서 효과가 크지 않다고 여긴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한 대학병원이 지난해 건강검진을 받은 50만명 중에서 5백명이 암에 걸린 사실을 찾아냈다. 또 성인병은 관리가 중요한 질병인데, 건강검진을 잘 받는 사람일수록 관리가 잘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의사와 상담하는 시간이 10~20분 정도로 짧은 점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현재 각 병원에서 하는 패키지식 검사 방법에는 문제가 있다. 획일적인 검사 기준에 사람을 맞춰 평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이 방법은 이미 30년 전에 없어졌다. 검사 기준에 사람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사람에 따라 어떤 검사를 할지 정하는 방식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다.


 직장 비가입자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 받을 수 있다

직장인은 싫든 좋든 해마다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는다. 그러나 주부나 자영업자 등 직장 비가입자는 자칫 ‘정기적인 검사’라는 틀에서 멀어질 수 있다. 이들 중에 세대주, 만 40세 이상 세대원과 피부양자는 국가가 시행하는 무료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2년마다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데, 홀수 연도에는 홀수 연도 출생자가 건강검진 대상자가 된다. 즉 올해는 짝수 연도 출생자가 대상이다. 2009년도에 건강검진 대상이었으나 검진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청하면 올해 12월31일까지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자세한 사항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사이버민원센터 홈페이지(minwon.nhic.or.kr)나 전화(1577-1000)로 확인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우편으로 해당 가정에 건강검진표를 발송한다. 검진표를 지참하고 지역 내 지정된 병원에서 1차 건강 진단을 받으면 된다. 그 결과는 15일 이내에 가정에서 우편으로 받아볼 수 있는데, 결과에서 질병이 의심되는 사람은 2차 건강검진을 받도록 되어 있다. 2차 건강검진은 2011년 1월31일까지 받으면 된다. 주로 고혈압, 당뇨, 인지 기능 등을 재확인한다.

특히 만 40세와 만 66세인 사람은 ‘생애 전환기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위에 설명한 일반 건강검진에 B형 간염(만 40세), 노인신체기능검사(66세) 등을 추가로 받는다. 절차는 위와 동일하다.

암 검진도 받을 수 있다. 만 40세 이상은 2년마다 위장 조영 검사나 위내시경 검사 중 원하는 한 가지 방법을 선택해서 암 검사를 받으면 된다. 만 40세 이상 남녀 가운데 간경변증, B형 또는 C형 간염이 있는 사람은 간 초음파 검사와 혈액 검사(혈청알파태아단백검사)로 간암 검사를 받을 수 있다. 만 50세 이상은 분변잠혈반응검사(FOBT)로 대장암 유무를 확인하면 된다. 의심자는 대장내시경 또는 대장 이중 조영 검사를 선택해 받을 수 있다. 만 40세 여성은 2년마다 유방암 검진을 받을 수 있다. 자궁경부암 검진은 만 30세 이상 여성에게 해당하며 2년마다 자궁경부 세포 검사를 받는다. 암 검사 결과는 15일 이내에 가정으로 우편으로 발송된다.

생후 4개월부터 60개월까지의 영·유아도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다. 1차(생후 4~6개월), 2차(생후 9~12개월), 3차(생후 18~24개월), 4차(생후 30~36개월), 5차(생후 42~48개월), 6차(생후 54~60개월)에 걸쳐 청각, 시각, 시력, 키, 몸무게(체질량지수), 머리둘레, 영양, 수면, 안전, 구강, 대소변 가리기, 정서 및 사회성, 개인위생, 취학 준비, 발달 검사를 한다. 3, 5, 6차에는 구강 검사도 포함된다. 영·유아 건강검진표는 건강보험공단이 세대주 주소지로 우편 발송한다. 결과는 검진 완료 후 보호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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