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법인카드, 엉뚱한 사람이 ‘펑펑’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11.15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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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의료계와 무관한 MB 상임특보 출신 인사에게 카드 지급해 논란

 

▲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에 있는 의료법인 마노복지의료재단 케어센터마노 요양원. ⓒ시사저널 전영기

 경만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회장이 의료계와 무관한 유력 인사에게 협회 법인카드를 지급해 사용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인사는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경회장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상임특보를 지낸 김병진 전 한국정책학회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안성에 있는 두원공과대학 총장으로 취임했다. 그해 8월부터 현재까지 한국수자원공사 비상임이사도 맡고 있다. 그는 현 정권 초기 정부 고위직을 지낸 J씨 등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회장은 지난해 6월5일 김 전 회장에게 의협의 법인카드를 건네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4월25일 열린 대의원총회에서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자 의협에도 로비스트가 필요해 법인카드를 주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의협은 대외 사업 업무를 맡기고 이에 따른 비용 처리를 하도록 한 것이며, 대의원회 의장과 감사단에 보고해 동의를 구한 후 추진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또 카드 사용 비용은 정상적인 결재 과정을 거쳐 합법적으로 처리되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해당 카드의 사용 내역을 입수해 이를 근거로 취재한 결과, 의협의 설명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김 전 회장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 카드로 결제한 금액은 2천여 만원에 이른다. 50만원 이상 사용한 경우가 아홉 차례이며, 공항면세점에서 네 차례 결제를 했는데 이 중에는 92만원이 넘는 금액도 있다. 해외에서 달러로 결제한 것도 세 건이다.

경회장, 횡령·배임 혐의로 이미 조사 중

또 마트에서 세 차례에 걸쳐 88만원을 사용하고, 꽃 배달 체인점에서 네 차례에 걸쳐 46만원을 결제했다.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한 병원에서 37만원이 넘는 금액을 사용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 밖에도 의협을 위한 대외 업무에 사용했다고 보기 어려운 소액 결제도 여럿 된다. 성인나이트 클럽 비용으로 3만8천원이 지불되기도 했다. 의협의 한 회원은 “결혼기념일을 자축하면서 부인에게 보낸 화환도 법인카드로 샀다. 원래 목적과 달리 사실상 개인 용도로 쓴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대의원총회가 열린 다음 날인 4월26일 법인카드를 의협에 반납했다. 하지만 의협 내 일부 회원들은 조만간 김 전 회장을 횡령 혐의로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사저널>은 의협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김 전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두원공대 총장실로 이틀에 걸쳐 여러 차례 전화 연락을 하고 메모를 남겼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취재 내용을 알렸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현재 경만호 회장은 의협 내에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경회장은 지난 11월2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앞두고 열린 만찬에서 ‘오바마(오빠, 바라만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해)’라는 건배사로 성희롱 및 성차별적 발언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그는 1주일여 만에 겸직해 온 대한적십자사(한적) 부총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의협 내부에서는 경회장이 한적 부총재뿐만 아니라 의협 회장에서도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잇따르고 있다.

의협 홈페이지 내 회원 전용 게시판은 경회장에 대한 성토의 장이 되고 있다. 연일 경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고, 일부 회원들은 사퇴 찬반을 묻거나 댓글 릴레이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러한 ‘경회장 사퇴’ 요구의 밑바탕에는 그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경회장은 현재 3백40여 명의 의사들로부터 횡령 및 배임 등 혐의로 고발을 당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횡령 의혹은 지난 4월 대의원총회에 앞서 중앙회계법인이 결산 보고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정책연구소 연구비 1억원이 연구 책임자의 통장을 거쳐 경회장의 개인 통장으로 전달된 내역을 발견하면서 불거졌다. 경회장을 고발한 노환규 전국의사총연합회 대표는 “1억원 횡령 혐의 외에도 언론 매체 두 곳에 총 3억원의 연구 용역비가 지급되고, 소송 관련 변호사 비용을 회비로 지급하는 등 여러 문제가 더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정식 절차를 통해 추진된 사항이라 문제될 것이 없다”라는 입장이다. 언론 매체를 통한 연구 용역 사업의 경우 국가 의료 정책에 대한 의협의 입장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변호사 비용에 대해서도 정식 의결 절차를 통해 결정된 것이며, 추후 대의원 총회 등의 추인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회장 부인 요양센터 건립에도 뒷말 무성

▲ 경만호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하지만 경회장에게 제기되는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회장의 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마노복지의료재단의 노인요양센터 건립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이 재단은 경회장이 의협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수차례 구설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특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의료법인의 설립 허가 신청서는 지난 2007년 4월16일에 제출되었다. 당시 경회장은 서울시의사회 회장을 맡고 있었다. 경회장이 1억7백만원 상당의 임야, 부인 김 아무개씨가 현금 10억원을 각각 기부 출연했다. 같은 해 6월8일 설립 인가가 났고, 6월20일에 법인이 설립되었다. 이때 경회장은 서울시의사회 회장을 사퇴하고 의협 회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상태였다. 경회장은 이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 재단에는 현 의협 임원 다수가 이사로 등재되어 있다.

문제가 제기되는 부분은 마노복지의료재단의 요양센터 신축에 20억6천여 만원, 장비 보강에 2억원 등 모두 22억6천여 만원의 정부 보조금이 지원되었다는 사실이다. 보조금 집행 시기는 2009년에 14억7천여 만원, 2010년에 7억9천여 만원이다. 이와 관련해 의협은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의협과 전혀 무관한 사항이라 답변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경회장이 의협 회장에 취임한 2009년 5월1일 이전에 확정된 것으로 모든 과정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재단이 설립 당시 건립을 추진하다가 중단된 요양센터는, 경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인 2009년 7월에 본격적인 착공에 들어가 올해 8월에 완공이 되었다고 한다.

정부 보조금이 본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재단이 2008년 9월 처음 제출한 산지 전용 허가 신청서에 따르면 공사비는 10억6천여 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2009년 4월과 2010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산지 전용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최종적으로 공사비는 18억3천여 만원으로 불어났다. 공사비가 늘어난 것은 요양병원을 추가로 신축하게 되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해당 정부 보조금은 요양원에 한하는 것으로 요양병원과는 별개라는 것이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의 공사비를 합하더라도 정부 보조금 22억6천여 만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도 의문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2010년 9월20일자로 해당 요양원에는 채권 최고액 23억4천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되어 있다. 결국 정부 보조금으로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건립하고 이를 담보로 20억 여원의 은행 대출까지 받았다는 설명이 된다. 이에 따라 이 재단이 처음 기부 출연을 받은 10억원과 정부 보조금 22억6천여 만원 그리고 대출금 20억여 원이 제대로 사용되고 또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의료법인의 경우 재산 변동 사항을 관할 시·도에 보고해야 한다.

경회장이 요양센터 직원들과 회의를 갖고, 관할 건강보험공단 지사를 방문하는 등 사실상 요양센터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문정림 의협 대변인은 “경회장에게 확인한 결과 부인을 찾아갔다가 직원들과 티타임을 한 적이 있고, 또 부인과 동행을 한 적은 있지만 어떤 목적을 가지고 그런 적은 없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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