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이 청와대를 더욱 궁지로 몰고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이 11월17일 ‘영포(영일·포항) 라인’의 불법 사찰과 관련해 추가 의혹을 폭로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여권 내부에서도 ‘민간인 불법 사찰 사건’의 폭발력에 대해 걱정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박영준 차관이 배후로 거론돼
이의원이 지목한 또 한 명의 핵심 인물은 이창화 전 청와대 행정관이다. 국정원 직원인 그가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2008년 3월 청와대 박영준 기획조정비서관 밑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정·관계 인사 등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사찰 활동을 벌인 의혹이 있다는 것이었다. 이의원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 전옥현 국정원 1차장과 부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부인에 대한 사찰 정황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또 이 전 행정관이 2008년 9월 국무총리실로 자리를 옮겨간 이후에도 친박근혜계 이성헌 의원, 정세균 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사찰 활동을 이어갔다고 주장했다.
<시사저널>은 이미 제991호(2008년 10월15일자, ‘단순 이동인가, 불 끄기 전출인가’·아래사진)와 제1084호(2010년 7월28일자, ‘술집까지 뒤진 사찰, 누가 무엇을 겨누었나’)에서 이의원이 주장한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이창화 행정관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부풀려진 부분이 많다. 박영준 비서관과 가까이 있었다는 것 때문에 추측과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본연의 업무를 했을 뿐 정두언 의원을 뒷조사한 적은 없다”라고 말했었다.
이석현 의원의 주장 중에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이 전 행정관이 나 아무개씨 등 세 명과 함께 팀을 꾸려 활동했다는 점이다. 청와대 내 서로 다른 부서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특별팀을 형성했다는 것은 윗선의 묵인이나 적극적 개입이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영포 라인의 중심 인물인 박영준 지식경제부 2차관이 ‘이창화 사찰팀’의 배후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석현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이 전 행정관의 사찰 활동과 사찰팀에 관한 내용은 이의원이 제보를 통해 직접 확인한 내용이다. 나씨를 제외한 팀원의 면면이나 팀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해서는 지금 밝힐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 전 행정관은 김성호 전 국정원장이 물러난 뒤인 2009년 3월 국정원으로 복귀해 인사팀에 있다가, 문제 제기가 계속되면서 지금은 국정원 산하 국가정보대학원으로 전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