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남성이 여성보다 더 공격적이고 폭력적일까
  • 전우영│충남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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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염색체 차이 또는 성호르몬 분비 차이와의 상관관계

대다수 문화권에서는 인종과 상관없이 남성이 여성보다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다. 그리고 인간 사회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더 공격적인 것처럼, 다른 여러 종류의 동물들도 수컷들이 암컷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공격적이다. 그렇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공격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문화와 교육의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지만, 남성과 여성 간의 생물학적 차이에서 그 원인을 찾으려는 시도들도 오래전부터 꾸준히 이루어져왔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주목했던 것은 남성과 여성은 성염색체가 다르다는 것과 성호르몬의 분비에 차이가 있다는 것이었다.

ⓒhoneypapa@naver.com

XYY 염색체를 가진 살인자 때문에 Y 염색체를 의심하다

어떤 남성이 자기 집에서 자신의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던 간호사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살인범은 특이하게도 XYY 성염색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건은 남성만이 가지고 있는 Y 성염색체가 남성의 과도한 공격성의 유발 인자일지도 모른다는 그동안의 심증에 불을 붙였다.

여성의 염색체가 XX로 구성되는 반면, 남성의 그것은 XY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남성이 여성보다 더 공격적이다. 만약 그렇다면, 간호사를 살해한 그 범인의 공격성이 보통 남성보다 하나 더 가지고 있던 Y 염색체 때문은 아닐까?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덴마크의 메드닉과 크리스챤센(Mednick & Christiansen)은 XYY 염색체를 가진 남성들 중에서 감옥에 수감된 사람의 비율과 XY 염색체를 가진 남성들 중에서 투옥된 사람의 비율을 비교해보았다. 결과는 놀랍게도 XY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의 투옥 비율이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Y 염색체가 남성의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이유 중 하나임을 의미하는 것인가?

Y 염색체가 공격성을 증가시킨다면, Y 염색체는 공격성의 빈도와 공격성의 강도 모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즉, XY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이 일반인들보다 공격성을 더 자주 표출하고, 동시에 표출된 공격성의 정도가 더 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XYY 염색체를 소유한 남성 중에서 범죄자의 비율이 더 높다면, 이들은 범죄를 더 자주 저지르고(그래서 감옥에 더 많이 가고) 동시에 그 범죄의 내용이 더 잔인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XY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이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보다 감옥에 수감된 비율은 더 높았지만, 이들의 범죄가 일반인들에 비해 더 잔인하지는 않았다. XYY 염색체를 가진 죄수들이 저지른 범죄들은 주로 좀도둑질 같은 것이었다.

XY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이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범죄를 저지르고도 약삭빠르게 은폐하거나 요령껏 도망치지 못해 형사들에게 쉽게 붙잡혔던 것이다. 이들은 교묘한 거짓말로 자신의 범죄를 부인하는 능력도 떨어지기 때문에 재판에서 쉽게 유죄를 언도받았다. 즉, 추가적인 Y 염색체는 공격성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지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XYY 염색체 소유자나 일반인이나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이 동일할지라도, XY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이 감옥에 갈 확률이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들보다 더 높았던 것이다.

Y 염색체가 공격성과 무관한 것이라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공격성을 유발시키는 주된 원인 중 하나일까? 사춘기가 되면 남학생들의 공격성이 여학생들에 비해 크게 증가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도 수컷들의 공격성은 사춘기가 되면서 크게 증가한다. 이러한 사실은 공격성이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암시한다.

남성호르몬 분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수컷의 고환 크기이다. 유인원, 심지어는 조류도 수컷들의 고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공격성이 증가한다는 연구는 고환에서 분비되는 남성호르몬의 양이 공격성을 증가시킨다는 가정을 지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해야 할 문제는 고환의 크기가 커지는 시기에 고환만 성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춘기에는 고환뿐만 아니라 키나 몸무게 등 신체 전반이 성장한다. 그렇다면 고환이 커지면서 늘어난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공격성을 증가시킨 것인가? 아니면 고환과 함께 커진 신체가 상대를 제압하기에 더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공격성이 증가한 것인가? 공격성이 증가한 진짜 원인은 무엇인가?

거세된 생쥐의 공격성이 감소한 이유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른 모든 대안적 설명 요인들(키·몸무게 등)을 통제하고 고환의 역할만을 테스트할 수 있는 실험이 필요하다. 어떤 실험이 가능할까? 왱거(Wanger) 등의 실험에서는 고환이 공격성에 미치는 역할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사춘기 생쥐의 고환을 절제했다. 결과에 따르면, 고환이 잘린 수컷 생쥐는 이전에 비해 공격성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렇다면, 이 실험은 확실하게 고환에서 생성된 남성호르몬이 공격성이 증가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인가?

이 실험 결과에 대해 연구자들이 제안한 설명과는 다른 가능성을 제시하는 대안적 설명이 하나 가능하다. 즉, 거세당한 생쥐들의 공격성이 감소한 이유는, 고환이 절제되어서 남성호르몬의 분비가 줄었기 때문이 아니라, 거세의 고통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생쥐들은 자신들이 사춘기가 되어서 다른 생쥐들을 이전보다 더 많이 괴롭히고 심하게 공격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자신들이 이런 행위를 하자마자 연구자가 자신들의 고환을 모두 잘라버린 것이다. 고환이 절제된 생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보자. 우선 수술 부위가 너무 아파서 그 상태로 주위의 생쥐들을 괴롭힌다는 것은 이제 상상할 수도 없을지 모른다. 즉, 대안적 설명은 고환 절제가 일종의 처벌로 기능했고, 공격 행동에 대해 강력한 처벌이 주어졌기 때문에 생쥐의 공격 행동이 극적으로 감소했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안적 설명은 단 한 번의 실험으로 인과 관계를 명확하게 밝히기 힘들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많은 연구는 대안적 설명의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추가 실험을 수행한다. 거세가 처벌로서 기능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서 실제로 연구자들이 했던 후속 연구는 거세당한 쥐에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한 것이었다. 만약 거세의 고통이 처벌로서 기능했기 때문에 공격성이 감소한 것이라면, 테스토스테론의 주사는 생쥐의 공격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주사까지 맞는 고통을 경험했기 때문에 공격성이 더 감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거세가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을 감소시켰기 때문에 거세된 생쥐의 공격 행동이 줄어든 것이라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주사를 통해 증가시키면 생쥐는 거세되었음에도  공격 행동이 다시 거세 이전 수준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실험 결과는, 거세된 생쥐는 테스토스테론의 주사량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더 공격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러한 결과는 생쥐의 고환에서 생산하는 남성호르몬의 분비량이 공격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그리고 고환이 절제된 쥐들의 공격성이 감소한 것은 거세 수술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 아니고, 남성호르몬 분비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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