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를 걱정 않는 시대는 언제 오나
  • 소종섭 편집장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0.12.13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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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이 없었습니다.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회계 연도 개시일 30일 전에 국회 본회의에서 확정되어야 하므로, 올해는 12월2일)을 넘긴 것은 이제 뉴스도 되지 않습니다. 제도가 잘못되었으면 제도를 고치면 되는데, 해마다 법정 시한을 어기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으니 참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일입니다. 법을 만드는 것을 주 임무로 하는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으니 질타를 받아 마땅합니다. 내부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이도 없을 정도로 잘못된 관행에 젖어 있습니다. 국회의원들은 국민을 대표해 각 기관에 대해 감사를 진행합니다. 목소리를 높이며 피감 기관들을 호되게 나무랍니다. 그러면 국회, 국회의원들은 어떻습니까? 돈 씀씀이 등과 관련해 제대로 감사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것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폭력은 더 심각합니다. 국회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로에게 폭력을 행사한 뒤 “먼저 때렸다” “아니다. 내가 먼저 맞았다”라며 공방을 벌이는 모습은 볼썽사납습니다. 힘 자랑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뒷골목 싸움판도 아니고 서로 주먹을 휘둘러 피를 보았으니 국회의원 스스로 자신들의 권위를 무너뜨렸습니다. 국회 지도부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폭력을 휘두른 의원들을 공개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날치기를 하려고 폭력을 행사했건, 날치기를 막으려고 폭력을 행사했건, 둘 다 벌을 받아야 합니다. 21세기 대한민국 국회에 폭력 사태가 웬 말입니까? 그래야 그나마 국회의 권위가 삽니다.

이제 보좌진들도 이러한 국회 폭력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합니다. 여야 수뇌부는 보좌 활동에 전념해야 할 이들을 폭력 사태의 조연으로 출연시켰습니다. 국회 본청으로 모이게 해 의원들과 뒤엉켜 몸싸움을 벌이게 했습니다. 이들도 속으로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입니다. 보좌진들을 이런 문화·행태에서 해방시켜주어야 합니다. 자연스럽게 문화로서 정착이 안 된다면 법으로라도 강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보좌진들 스스로도 이제 이런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선언할 때가 되었습니다.

국회 폭력 사태를 보면서 특히 아쉬운 것은 정치력입니다. 다수당인 집권 여당이 정치력을 발휘해 야당들과 논의를 한 뒤 원만하게 새해 예산안을 처리할 수는 없었을까요. 이런저런 이유야 있겠지만 총체적인 측면에서 정국을 경색시킨 책임을 집권 여당이 더 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는 정치를 하는 것이 좋은 정치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반대입니다.

지금 국민들의 삶은 걱정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자녀의 대학 입학과 취직 걱정, 혹시나 실직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 여기에 더해 북한이 실제로 어떤 공격을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즐겁지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치가 이런 삶의 신산함을 달래주지는 못할망정 고통지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면, 그런 정치는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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