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백76억원 예산 유용에 대해서는 조사조차 안 해 ‘봐주기’ 논란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0.12.2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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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이번 조사에서 적십자가 전용한 4백67억원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다. 예산 전용에 대한 책임을 규정하지 않은 탓에 ‘봐주기 논란’이 일고 있다.

적십자는 최근 5년간 혈액 수가(혈액 가격) 인상을 통해 1천6백92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가격만 올려 놓고 엉뚱한 곳에 예산을 썼다. 혈액백 교체 예산 54억원 가운데 실제로 집행한 금액은 3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검사비 등으로도 해마다 2백30억원을 배정했으나 실제로 사용한 액수는 1백60억원에 불과했다. 헌혈자를 늘리기 위한 예산은 30% 정도만 썼다. 보건복지부는 적십자가 돌려치기한 예산 상당수를 탕감했다. 4백67억원 가운데 3백52억원을 눈감아준 것이다. 감사원도 “인상된 혈액 수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혈액 관리 사업에 전용된 점을 들어 종결 처리한다”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대신 헌혈의 집 중복 투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 보건복지부에 주의 조치를 내렸다. 감사원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5년부터 2009년까지 헌혈의 집 56개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국고보조금 4백54억원을 지원했다. 또 1백81억원을 지원해 헌혈 카페 10곳을 신설토록 했다. 하지만 대학로와 명동, 종로 등 8곳의 헌혈의 집과 헌혈 카페가 중복되면서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지부가 탕감한 전용 예산 3백억원은 건강보험이 지원했다.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김영수 변호사는 “혈액 수가 인상분만큼 부당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사기 등 형사적 책임도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민법상 부당 이익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향후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종결 처리했다. 최인욱 좋은예산센터 책임연구원은 “이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려면 지금이라도 혈액 수가 인상액 무단 전용 규모를 명확히 하고, 부당 이득을 환수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처음 이 문제를 제기했던 적십자 퇴직 직원 김 아무개씨는 최근 감사원 조사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이다. 김씨는 “경영이 어렵다고 공공 재정을 제멋대로 쓴 책임을 묻지 않는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는 공공 기관의 도덕적 해이와 예산 낭비를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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