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내신 분’이 더 잘사는 불공정 ‘징세’ 실태 고발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1.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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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덜 내는 대한민국 세금의 이중 구조 파헤쳐

 

▲ 프리라이더 / 선대인 지음 / 더 팩트 펴냄 / 320쪽│1만4천원

김황식 총리는 취임 직후 노인들의 지하철 무임 승차 문제를 언급했다가 한때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정말 나쁜 무임 승차자는 따로 있다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이들을 붙잡아 ‘요금’을 징수하겠다고 했어야 박수를 받았을 것이다.  

프리라이더(free rider; 무임 승차자)란, 말 그대로 요금을 내지 않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경제학이나 정치학에서는 이같은 무임 승차자의 뜻을 확대해 공공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거나, 정당한 몫 이상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경우를 지칭한다. 예를 들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은 사람이 각종 국방과 교육, 건강보험 등 공공 서비스 혜택을 누리는 것을 ‘무임 승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의 ‘무임 승차 행태’를 파헤친 <프리라이더>의 저자는 “만약 이같은 무임 승차 문제가 만연하게 되면 국가는 재원 부족 등으로 적절한 수준의 공공재를 제공할 수 없게 되고, 종국에는 붕괴될 수밖에 없게 된다”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프리라이더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들 대다수는 우리의 노부모님들이나 가난한 이웃들이 아니라, 이 땅에서 가장 돈이 많고 힘이 센 사람들이다. 저자는 그들을, 세금이라는 동창회비를 제대로 내지도 않으면서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아 동창회비를 자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써대는 특권층 무임 승차자들이라고 비꼬았다. <프리라이더>는 그들의 숨겨진 정체와 행태 그리고 그들 간에 내밀한 이해관계의 연결 고리를 고발했다. 또한 지금의 대한민국 정부가 얼마나 불공평하게 세금을 거둬가는지, 그리고 그렇게 거둔 돈을 오히려 악성 무임 승차자들을 위해 얼마나 흥청망청 쓰는지 폭로했다.

저자는 “뇌물 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등의 혐의로 2천2백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어떤가. 미납한 추징금 1천6백27억원을 안 내면 곱게 안 낼 것이지, 추징 시효 몇 달 앞두고 3백만원을 납부해 지켜보는 국민을 우롱했다. 1원이라도 납부하면 3년씩 강제 집행이 면제되는 것을 노린 것이다. 전씨는 29만원밖에 없다고 하지만 그의 3남1녀는 수백억 원대의 자산가이다. 손자, 손녀까지도 거액의 부동산 소유자이다”라며 ‘악성 무임 승차자’의 행태를 꼬집었다.

전씨를 닮은 악성 무임 승차자들은 도처에 있으며 ‘서로 도우며’ 잘살고 있는데, 그것은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보고 짖어도 다른 똥 묻은 개를 보고는 짖지 않는 격인가. 전·현직 정부의 장관들이나 정치인들이 부동산 투기 과정에서 벌어진 탈세나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미납한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그들 대다수가 엄정한 처벌을 비켜갔다. 게다가 탈세와 비리를 엄정히 다스려야 할 국세청부터 부패해 있었음이 드러나 국민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이런 현실에서 납세자의 의무만 다할 것인가. 저자는 더욱 힘들 다음 세대를 위해서라도 납세자의 권리를 당당히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임 승차자’들에게 삿대질해보았자 코웃음만 칠 현실이라 무력감을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민주화의 과정에서 경험했듯이 깨우친 시민들이 함께하면 ‘무임 승차’로 거둔 불로 소득까지도 추징해 다음 세대를 위해 쓸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최대 부자로 꼽히는 미국의 워렌 버핏은 부시 행정부가 기업의 법인세와 상속세 감세를 추진할 때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당시 그가 남긴 글이 한국의 ‘무임 승차자’들에게 경종을 울릴지 궁금하다.

“세금 안 내려고 추잡한 짓 하지 말고 정당하게 돈 많이 벌어서 세금 많이 내세요. 그것이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것이고, 우리 기업인과 부자들이 해야 할 일입니다.” 

 

ⓒ연합뉴스
죽어서 생전보다 더 많이 말하는 대통령이 있다. 한국에서도 있었고, 미국에서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 중 국민의 사랑을 많이 받았고, 임기 중 세계 젊은이들의 우상이었던 케네디 대통령. 그는 4년 임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1963년 11월22일 오후 1시15분 텍사스 댈러스에서 피살되었다.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4분의 3이 그의 피살 배후에 음모가 있었다고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케네디와 말할 수 없는 진실>(말글빛냄 펴냄)은 케네디의 죽음에 대한 충격적인 사실을 파헤쳤다. 당시의 주요 사건들을 들여다보면 미국의 정부 기관들이 케네디를, 제거해야 하는 반역자로 여겼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상황인데도 케네디는 평화를 위한 대장정을 그치지 않았다. 그들과 맞서는 일이 죽음을 재촉하는 일임을 예감했을 것이다. 인기 있는 대통령의 화려함 뒤에는 항상 냉전주의 세력과 사투를 벌여야 했던 고뇌와 번민이 있었던 것이다. 결국 케네디는 자신의 꿈을 채 펼쳐보기도 전에 ‘말할 수 없는 것들’에 의해 살해당해야 했다. 이것이 미국의 평화운동가인 제임스 더글러스가 ‘케네디 피살 사건’을 추적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케네디 생전의 일화 한 장면은 저자의 주장에 큰 힘을 실어준다. 국가안보회의에서 군부와 CIA가 1963년 후반에 소련에 핵 선제 공격을 하자고 제안하자, 케네디는 회의장을 박차고 나가며 “이러고도 우리가 스스로를 인류라고 부르고 있는가”라며 개탄했다. 그 뒤 케네디는 완전 군축을 위해 ‘대기 핵실험’을 일방적으로 중단시켰다.

세계 평화를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갔던 케네디의 희생은, 테러와 분쟁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서 아직도 유효한 ‘명연설’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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