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 더 큰 일 찾아내 적극적으로 전진시켜라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1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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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식열전> 통해 사마천이 주장한 현실적인 부의 법칙

서양인들과 일본인이 중국을 알기 위해 가장 많이 읽는 책은 <사기(史記)>이다. 중국인들은 <사기>를 자신들의 삶의 가치와 지향점을 제시하는 사서(史書)로서 인식해왔으며, 이러한 측면에서 ‘사기’는 중국인들의 정신과 문화를 역사적으로 형성시켜온 조형자(造型者)였다.

고대 시기 인간의 이익 추구 본능에 관해서는 뛰어난 글들이 이미 많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인간의 이익 추구를 어떻게 제한할 수 있을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즉, 중국 고대의 경제 사상에서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은 국가를 본위로 하는 경제 사상이 확고하게 주류를 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법가는 상벌 정책을 시행해 이익을 국가에 환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유가는 도덕으로 교화해 인간의 욕망을 최소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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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들 모든 학설의 공통점은 국가와 통치자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책략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관점에서 재산 관리, 즉 이재(理財)의 문제를 논의한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 개인의 관점에서 이재의 문제를 논하고 어떻게 부를 이룰 것인가를 언급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다만 유통 과정이라는 측면에서 문제의 표피적인 측면만을 보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이러한 때, 오직 사마천만이 <화식열전>을 통해 인간의 이익 추구 활동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않은 채, 인간의 이익 추구는 지극히 정당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사마천에 따르면, 국가가 부유해야 백성이 부유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백성이 부유해질(富民)때, 비로소 국가도 부유해지는(富國) 것이었다.

재부(財富)의 점유량이 인간의 지위를 결정한다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국가는 사적 경제 부문에 굳이 간섭을 강행할 필요가 없으며 상인에게 맡겨 자유롭게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들로 하여금 적극적으로 생산과 교환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인도해야 하며, 특히 국가가 상인들과 이익을 다투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 발전에서 공업과 상업 활동의 역할을 강조했고 그것은 사회 발전의 필연이라고 인식했다. 상공업자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것의 합리성과 합법성을 인정했다. 나아가 그는 특히 물질적 재부(財富)를 얼마나 점유하고 있느냐가 인간 사회에서의 지위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그는 경제 발전은 국가의 흥망성쇠와 밀접하게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경제 사상과 물질관을 가지고 있었다.

<화식열전>은 ‘화식가(貨殖家)’인 52명의 역사 인물을 다루고 있다. 이 중 다섯 명은 역사상 유명한 경제 이론가이자 동시에 사업가이다. 그 외에도 황제의 총신, 봉국(封國)의 현인, 하층 장사꾼, 부녀자 등 각계각층의 인물을 다루고 있다. 이렇게 하여 <화식열전>에는 모두 71개 종류의 사업과 활동이 소개되어 있다. 모든 등장인물과 활동이 각 역사 시기의 구체적인 조건 속에 배치됨으로써 그 내용들에 더욱 구체성과 생동성을 더해주고 있다. 전편이 살아 있는 듯한 ‘입체적인’ 역사 무대가 되어 독자들로 하여금 마치 사마천이 살던 당시로 역사의 터널을 통해 되돌아가 사람들의 상업활동을 두 눈으로 구경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 때문에 예로부터 <사기>를 읽으면서 <화식열전>을 읽지 않는다면 <사기>를 읽지 않은 것과 같다고 했던 것이다.

‘화식(貨殖)’의 ‘화(貨)’는 재부(財富)를 가리키며, ‘식(殖)’은 증식을 의미한다. 즉, ‘화식’이란 어떻게 재부를 증식하는가라는뜻이다. 결국 ‘화식’이란 자원의 생산과 교환을 이용해 상공업 활동을 진행함으로써 재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사마천이 말하는 화식에는 그 밖에도 각종 수공업과 농·어업, 목축업, 광산, 제련 등의 경영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른바 ‘화식가(貨殖家)’란 상품 교환의 활동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는 사람들을 포함하여 상품의 생산과 교환을 동시에 경영하는 사람들 그리고 서비스업에 종사하거나 임대업에 종사하는 등 상품과 관련을 지닌 네 가지 직업군을 지칭한다. 따라서 <화식열전>을 단순히 상인 열전으로 파악하는 것은 분명한 오해이다.

천하 사람들이 오가는 것은 모두 이익 때문이다

▲ 사마천 (司馬遷, BC 145 ?~BC 86 ?)은 전한 시대의 역사가이자 의 저자이다.

인간의 삶을 꿰뚫어보는 사마천의 통찰력은 무엇보다도 그가 인간이 부를 추구하는 것을 불변의 진리로 인식했다는 점에 있다. 그는 “부란 인간의 타고난 성정(性情)이다. 그러므로 배우지 않아도 모두 바라는 바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또 “조정에서 모든 힘을 다하여 계책을 내고 입론(立論)하며 건의(建議)하는 현인들과 죽음으로써 신의를 지키면서 동굴 속에 은거하는 선비들의 목적은 도대체 무엇인가? 모두 재부를 위한 것이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그는 부를 추구하는 욕망을 ‘귀와 눈에 좋은 소리와 색깔을 모두 즐기려 하고, 입으로는 각종 맛있는 고기를 끝까지 맛보려 하는’ 것처럼 인간의 본성에 속하며,

이러한 본성은 어떠한 외부적 힘으로도 결코 없앨 수 없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여기에서 “천하 사람들이 즐겁게 오고 가는 것은 모두 이익 때문이며, 천하 사람들이 어지럽게 오고 가는 것도 모두 이익 때문이다”라는 그의 유명한 결론이 나오게 된다. 사마천은 나아가 인간의 이러한 천성적 욕망에 대해 인위적으로 그것의 생장(生長)과 발전을 억제해서는 안 되며, 마땅히 그 세(勢)에 따라 인도함으로써 적극적으로 전진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실주의자로서의 사마천의 냉정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마천은 재부를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사람들의 능력 차이를 인정한다. 그것을 ‘긴 소매의 옷을 입어야 춤을 잘출 수 있고, 돈을 많이 가져야 장사를 잘할 수 있다’라는 속담으로써 설명한다. 소매가 길어야 비로소 우아한 춤을 출 수 있게 되고, 자금이 충분해야 상업을 훌륭하게 경영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렇게 단언한다. “빈부의 법칙은 어느 누가 빼앗아갈 수도 줄 수도 없으며, 지혜로운 자는 능히 부유해질 수 있고, 어리석은 자는 곧 빈곤해진다. 재물이 없는 빈민은 오로지 힘써서 일할 수밖에 없고, 재물이 있으나 많지 않을 경우에는 곧 지략으로써 조그만 재산을 취하며, 부유한 사람은 기회를 노려 투기를 함으로써 큰 재산을 모으게 된다. 이것이 재산을 얻는 통상적인 방법이다.”

청고한 품행도 없으면서 시종 가난하다면 수치스러운 일이다

사마천은 마지막 화룡점정을 이렇게 찍는다. “집안이 빈곤하고 부모가 늙었으며 처자가 약하고 어리며 매년 제사를 지내면서 제사 음식도 장만하지 못하고, 음식과 의복도 자급하지 못하면서도 아직 부끄러운 줄 모른다면 그것은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만약 어떤 사람이 세상을 등지고 숨어 사는 선비의 청고(淸高)한 품행도 없으면서 시종 가난하고 비천하며 그러면서도 고담준론을 논하기를 좋아하고 무슨 인의 도덕을 계속 운위하는 것은 진실로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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