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매몰로는 방어 안 된다
  • 백병걸│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 소장 ()
  • 승인 2011.01.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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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구제역 방역 매뉴얼에 허점 드러나…예방 백신 연구에 적극 투자해야

▲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처음 발생했다. 그 후 약 두 달 만에 전국 여섯 개 시·도, 40개 시·군·구로 퍼져나갔다. 방역 당국이 손을 놓고 있었던 것도 아닌데 이렇게 빨리 퍼진 이유가 무엇일까.

우선 최초 발생 때 당국의 대응이 허술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등 방역 당국은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의 원인을, 처음에는 축산농가의 외국 여행에 의한 것으로 추정했다. 구제역의 전파 원인을 축산농가와 관련짓다 보니 초소 설치와 차단 방역 등의 대응이 늦어진 것이다. 보통 바이러스는 공기로 전파되기 때문에 바람, 비, 눈 등과 같은 기후 요소에 의해 쉽게 확산된다. 침입자가 침투했는데 이를 방어할 수 있는 무기가 없었던 것도 구제역이 빠르게 확산된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방역 대책의 문제점은 여기저기서 지적되고 있다. 특히 현행 방역 매뉴얼에 현실성이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우리나라의 방역 당국은 ‘FMD 청정 국가’(구제역에 걸렸어도 자체 방어 등으로 백신을 주사하지 않은 청정 지역) 유지 때문에 소독하고 매몰하면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것은 잘못된 예방 대처 매뉴얼이다. 바이러스는 소독제나 항생제로 죽일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어떤 영리 목적 단체의 주장이나, 과거부터 사용해 온 매뉴얼을 따르는 것은 최선의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살처분은 심각한 환경 오염으로 되돌아와

구제역이 발생하면 해당 농가와 인근 농가의 가축들을 살처분해 매몰하고 있다. 이것도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 우선 환경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농촌의 식용수나 가축의 급수 시설은 대부분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도 비닐 몇 장 깔고 수백 마리를 한꺼번에 매립하면 각종 세균과 바이러스가 지하수로 침투하게 되는 것이다.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에게는 식수라도 따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 방역 당국은 백신 없이 소독이나 매몰만으로 이 질병을 퇴치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백신도 예방 수단이지 치료 수단은 아니다. 즉, 아직 발병 징후가 없는 지역 내의 가축에게 접종해야 진정한 예방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백신은 위험하다, 백신을 접종한 가축이 다른 가축에 전염시킨다’는 것은 몰상식에 가까운 주장이다. 이 시점에서 백신 접종이 “100% 완전한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이것이 최선이다’라고 말하고 싶다. 가축 질병에 대한 정부의 정책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대책이어야 한다. 늦게나마 ‘백신 접종’이라는 카드를 꺼낸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그나마도 다행이다.

하지만 어디에서도 이 질병을 퇴치하기 위한 연구를 하기 위해 어떻게 투자를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이러한 질병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특수 밀폐 시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북대학교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에서는 이 특수 연구 시설을 건설 중에 있지만, 2011년도 예산 부족으로 완공이 지연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 미국은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이 구제역을 예방하기 위해서 무려 8년간에 걸쳐 4억 달러의 연구비를 투자했고, 영국 역시 백신 생산으로 그 질병을 종식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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