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충돌’ 대신 ‘대화’ 택했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10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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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과 특사 파견 등으로 한반도 해법 찾기 시동…“실패한 정책 답습” 지적도

 

▲ ⓒAP연합 지난 1월4일 방한한 스티븐 보스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미국이 2011년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에서 충돌 대신 대화 국면으로의 방향 돌리기를 시도하고 나섰다.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새해 초부터 외교팀을 총동원해 한반도 해법 찾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미국의 한반도 해법은 남북 관계 개선과 중국의 역할을 통해 북한의 도발 행동을 억제시킨 후에 대화와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1월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국빈 방문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한반도 공동 해법을 찾아낼 수 있을지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되고 있다. 

한국의 강경 대응 뜯어말리는 태도로 전환

미국은 대북 협상을 주관하는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한·중·일 3개국에 파견했다. 미·중, 미·일 외무장관 회담도 워싱턴에서 연쇄적으로 개최했다. 보스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4일 한국, 5일 중국, 6일 일본을 차례로 방문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워싱턴에서 5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하고, 6일에는 마에하라 세이지 일본 외상과도 연쇄 회동했다.

미국이 새해 벽두부터 외교팀을 풀가동한 것은 한반도 상황에서 터닝포인트(전환점)를 찾기 위한 의도가 확실해 보인다. 한반도 상황을 전환한다면 당연히 긴장이 고조되었던 충돌 코스에서 대화와 협상 국면이 열리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시작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것에 초비상을 걸고 한반도 전쟁 가능성까지 대비했던 미국은 중국의 도움으로 충돌 위기를 일단 넘기고 분위기 반전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수뇌부는 북한이 연평도를 공격한 직후 한국군의 사격 훈련, 북한의 보복 위협, 한국의 응징 경고 등으로 일촉즉발의 위기까지 빚어지자 보기 드물게 초비상을 발동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옷소매를 걷어붙인 채 이명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면서 긴박하고도 심각하게 상황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로 북한의 잇단 도발로 통제하기 어려운 무력 충돌이 일어나 한반도에서 전쟁까지 치러야 하는 사태에도 대비했다고 워싱턴포스트의 칼럼니스트는 전했다.

마이크 멀린 미군 합참의장은 일요일이었던 지난해 12월19일 밤 10시에 펜타곤에 나와 자정까지 한반도 상황을 지켜보았다. 북한이 추가 공격을 한다면 한·미 양국군이 전투기까지 동원해 맞대응할 것인지를 즉각 결정할 위기 대응팀도 가동시켰다.

그랬던 미국이 지난 연말부터는 한국의 강경 대응을 뜯어말리는 태도로 변했다. 미국은 북한의 연평도 공격으로 야기된 긴장을 해소해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하고, 이제는 이명박 대통령을 말리는 상태라고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해석했다.

미국은 이명박 대통령의 강경 일변도 대북 대응에 우려를 표시하며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라는 압박을 할 것임을 언론을 통해 예고하는 태도를 취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명박 대통령이 즉각 알아차리고 미국 언론 보도 다음 날 6자회담 재개 용의를 밝혀 한·미 간에 얼굴을 붉히는 사태를 겪지는 않았으나 예전에 주파수가 달라 애를 먹던 한·미 관계가 재현될 뻔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미국은, 이같은 언론 보도에서뿐만 아니라 한국군이 연평도에서 사격 훈련을 하겠다고 했을 때 미군 합참 부의장인 제임스 카트라이트 해병대장이 나서 “한국군의 훈련이 연쇄 반응을 일으켜 한·미 양국군이 통제하지 못하는 긴장 고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라고 우려한 바 있다. 사격 훈련 전날에는 캐서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와 월터 샤프 주한 미군사령관이 청와대를 긴급 방문해 한국 당국자들과 대책을 숙의했었다.

미·중 전략적 파트너 관계 복원 꾀한 듯

▲ 2009년 9월24일 미국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AP연합

한국 뜯어말리기에 일단 성공한 듯한 미국은 이제 중국과의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복원하면서 한반도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려 나서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1년간의 정면 대립 양상에서 벗어나 1월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국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복원시키려 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은 2010년 한 해 유례없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여 벼랑 끝 대치도 불사했다. 두 나라는 지난 한 해 미국의 대타이완 무기 판매, 달라이 라마 면담 등과 관련해 갈등이 증폭되었다. 중국은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의 방중까지 거부했고 미국은 이에 남사군도 등 영토 분쟁에 개입할 것임을 선언해 양국 관계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이런 분위기의 여파로 중국은 3월 천안함 침몰에서 11월 연평도 공격에 이르기 까지 한반도 사태가 다급하게 돌아갈 때에도 북한을 감싸고만 돌았다. 2011년 들어서 양국은 일단 휴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양국의 과도한 힘겨루기는 한반도 긴장 고조와 같은 예기치 않은 사태를 초래한다는 점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의 안정이 양국의 공통 이익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런 점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19일 워싱턴에서 맞대면할 때 내놓을 수 있는 공동 대응책은 한반도에서의 대화 국면 전환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미국은 현재 남북 관계 개선과 중국의 역할을 통해 북한의 도발 행동을 억제하려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이를 6자회담을 재개하는 사실상의 조건으로 내걸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물론 북한이 핵 포기를 약속했던 9·19 공동성명 이행 의지를 다시 보여야 한다는 조건도 강조하고 있다. 이같은 언급으로 미루어 오바마 행정부가 국면 전환을 모색하기 시작했지만 대화와 압박이라는 이른바 ‘투트랙’ 대북 정책을 금명간 바꿀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미국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에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보면 지금까지 실패했던 대북 정책과 접근법을 답습하는 꼴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받고 있다. 미국의 <포린 폴리시>는 “오바마 행정부의 최근 태도는 실패한 대북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그동안 대북 대화를 거부했고 북한은 핵 카드와 함께 남한을 공격하는 호전적 행동을 벌여왔다. 긴장을 고조시켜 놓고서는 중국과 함께 대화를 촉구했고 협상 테이블에 복귀하는 데서부터 대가와 보상을 챙겼다. 이같은 패턴은 되풀이되었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북한의 중대 조치가 없는데 미국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한다면 실패한 정책을 되풀이하는 셈이 될 것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포린 폴리시>는 북한의 어거지 행동과 중국의 일방적인 북한 감싸기, 도발 행동 후 대화를 언급하며 최대한 대가를 얻어내려는 북·중 양측의 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면 미국이 북한과 직접 담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래야만 북한이 핵 도전과 호전적 행동을 할 때 중국만 바라보던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강조했다.

반면 부시 전 행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대북 강경파 존 볼튼 전 대사 등은 북한과의 대화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대했다. 볼튼 전 대사 등 미국 내 보수 강경파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북한의 도전에 강력 대응하지 못해왔고 미국 자신의 이해보다는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며 중국의 정책을 뒤따라가고 있다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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