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이 ‘명품’ 될 날 멀지 않았다
  • 양욱│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1.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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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20 스텔스 전투기 출현으로 본 중국 국방력의 실체 / 막강한 재원 바탕으로 각국 ‘기술’ 사들여

한 나라의 국방에서 관심을 가장 많이 끄는 무기는 다름 아닌 전투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만 하더라도 F-X 사업을 놓고 범국민적인 논쟁이 벌어진 적이 있고, 미국에서도 3군 통합 전투기인 JSF 사업을 놓고 여론이 들썩거리기도 했다. 전투기는 국방 분야의 스타, 즉 간판 주자이다.

최근 중국은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젠(殲; 섬멸할 ‘섬’, 요격기라는 뜻)-20을 비공식적으로 공개했다. 제5 세대 스텔스 전투기라고 알려진 젠-20은 지난 1월11일 처녀비행을 실시했다. 언론을 초대한 공식 행사는 아니었지만, 젠-20의 비행은 곧바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얄궂게도 젠-20이 공개된 시기는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는 기간이었다. 미군의 서해 항공모함 훈련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던 중국이 미국에게 직접 보내는 군사적인 메시지인 셈이다. 그렇다면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를 독자 개발할 만큼 중국은 강력한 군대인가?

▲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 젠-20은 지난 1월11일 초도 비행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전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PLAAF

젠-20, 실전적 스텔스 성능은 못 갖춘 듯

냉전 시절까지 중국은 첨단 무기 체계를 옛 소련에 의존해왔다. 하지만 개방 경제의 결과 다져진 산업 기반을 바탕으로 1990년대부터는 연평균 10억 달러 이상을 꾸준히 투입하면서 주요 무기 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생산하기에 이르렀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젠-10 다목적 전투기와 란저우급 ‘이지스’ 구축함이다. F-16과 Su-27과 같은 수준의 제4 세대 전천후 다목적 전투기로 개발된 젠-10은 사업 시작 18년 만인 2003년부터 실전 배치를 시작했다. 란저우급 구축함은 ‘이지스’ 위상 배열 레이더를 장착하면서 중국 해군이 염원하던 함대 방공 능력을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제 항공모함 전력을 구축하는 중이다. 중국은 옛소련 항공모함 ‘바랴크’를 우크라이나에서 구입해 무려 10년 이상 개조하고 있다. 현재 다롄 조선소에서 개수 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이 항공모함은 2012년부터 운용할 예정이다. 우안에서 지금 항공모함 탑재기 조종사 50여 명에게 한창 훈련을 시키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국은 세계에서 미사일 개발이 가장 활발한 나라이자 엄청난 양의 미사일 보유국이며 결정적으로 핵보유국이기도 하다. 1천여 발 이상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이 타이완을 향해 배치되어 있다. 전세계를 사정권에 두는 최신예 둥펑(東風)-41 대륙간 탄도미사일, 미국 워싱턴과 프랑스 파리를 타격할 수 있는 둥펑-31A 탄도미사일이 배치되어 있다. 

이와 함께 미군의 항공모함을 잡는다는 창젠(長劍)-10 순항 미사일에 더해 최근에는 둥펑(東風)-21D까지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F-21D는 지상이동식 발사대에서 항모 타격 전단을 노리는 세계 최초의 대함정 탄도미사일 무기 체계로 마하 10 이상의 초고속으로 1천5백km 떨어진 목표물을 타격한다. 그 밖에도 잉지(鷹擊)-62 아음속 대함 미사일과 잉지-82 초음속 대함 미사일까지 실전 배치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해안으로부터 1천 해리 이내에서는 미국 항모 전단과 같은 해상 위협을 철저하게 타격하겠다는 해상 거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런 핵과 재래식 미사일의 운용 주체는 다름 아닌 인민해방군 제2 포병부대이다. 베이징 시내에 사령부를 둔 제2 포병부대는 선양, 황산 등 여덟 개 주요 기지를 두고 10만명 이상의 병력을 6개 여단으로 나누어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게이츠 장관이 이번 방중에서 특별히 요청해 방문한 곳도 바로 이 제2 포병부대였다.

현재 중국이 생산하고 있는 ‘최신예’ 무기 체계들 가운데 아직 실전에서 검증된 것은 없다. 특히 이번에 등장한 젠-20 스텔스 전투기의 경우에는 매우 위협적인 외양과는 달리 실전적인 스텔스 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스텔스 전투기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인 엔진에서 젠-20은 일반 전투기용 엔진을 채용하고 있을 뿐, 스텔스 엔진을 채용하지 않고 있다. 그 밖에도 제5 세대 전투기에 필수적인 센서 통합도 이루어지지 않았을 확률이 높다. 한마디로 겉으로는 최신예 5세대 스텔스 전투기처럼 보여도 내부를 뜯어보면 제4 세대 전투기에 불과하다.

▲ 중국은 최근에는 ‘이지스’ 구축함을 도입하면서 해군의 숙원인 함대 방공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PLAN

놀라운 세일즈 능력으로 방산 수출 ‘쑥쑥’   

중국은 수많은 최첨단 무기 체계를 독자 개발해 자국화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결국 막강한 재원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으로부터 기술을 사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젠-20만 하더라도 러시아의 차기 전투기 후보였던 미그 1.44와 매우 유사하다. 독자 개발 전투기로 알려진 젠-10도 알고 보면 이스라엘의 라비 전투기 사업의 핵심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이 배치하고 있는 순항 미사일도 이스라엘의 딜라일라 미사일 기술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알려진다.

아직까지는 ‘카피’와 ‘짝퉁’ 수준에서 몸부림치고 있는 것이 중국의 자국산 무기 체계이다. 하지만 역사는 이런 모방품이 명품으로 바뀌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모방을 반복하던 일본과 한국의 전자 산업이 오늘날 세계 시장을 점령하고 있듯이, 지금처럼 정부의 지원이 끊이지 않는다면 중국의 무기 체계도 명품으로 대접받을 날이 분명히 올 것이다.

이미 중국의 방산 제품들은 적정한 성능과 가격으로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 인기 품목이 되어 있다. 2005년부터 2009년 사이에 중국은 약 80억 달러 규모의 방산 수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수출 실적은 35억 달러 수준이었다.

특히 중국은 이런 방산 수출을 통해 아프리카 등의 국가로부터 광물자원을 선점하고, 파키스탄 등에서는 중요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키워가고 있다. 기술력이 부족할지는 몰라도 놀라운 세일즈 능력으로 알찬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4년간 연평균 25%에 가까운 가파른 속도로 국방비를 늘려가고 있으나 아직도 기술, 교리, 전술,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서방, 특히 미국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그러나 경제 규모가 커지고, 특히 수출입에 대한 국가 의존도가 증대하면서 자국의 해상로를 확보하는 데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서해에 미국 항공모함이 진입하는 것에 중국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국의 군사력은 군사 혁신이나 연합 작전 능력에서는 아직 미비한 상태이지만, 5~10년 내에 가시적인 위협이 되어 동북아의 패권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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