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사범은 사면 대상에서 빼라
  • 김상겸 / 동국대 법대 교수 ()
  • 승인 2011.01.17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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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경찰 비리 사건에 부패 근절 위한 조치 시급… 관련자 전원 색출해 의혹 낱낱이 밝혀야

 

정보통신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모든 정보를 손안에서 처리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렇게 세상은 변하고 인간의 삶도 이에 따라 변화하면서 우리의 의식 구조도 바뀌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부패와 비리라고 할 수 있다. 해가 바뀌면서 시작된 이른바 ‘함바’ 사건은 그 끝을 모르고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면서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일반 국민에게는 이름도 생소한 함바 사건은, 발생한 비리에 전직 경찰의 수뇌부 연루 의혹이 제기되면서 본격화되었다. 함바 사건도 어느 대형 비리 사건처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비리 연루 대상자의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커지고 있다.  

이 함바 사건을 접하면서 일반 국민에게 가장 먼저 의혹으로 떠오른 것이 함바의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언론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지만, 함바는 일본의 식민지 시절에 사용되었던 토목 공사장이나 광산 등에 있는 근로자 합숙소에서 유래한 것으로 오늘날에는 건설 현장의 식당을 부르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이 건설 공사 현장의 식당을 둘러싸고 무슨 이유로 전·현직 경찰의 수뇌부 연루 의혹이 제기되고 심지어는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설까지 등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상식적으로 이 현장 식당의 운영과 관련해 엄청난 이권이 있기 때문에 비리가 발생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권이 있는 곳에 비리가 발생한다는 속설처럼 함바의 운영을 둘러싼 이권의 다툼은 필연적으로 권력의 개입을 불러오게 되고 여기서 비리가 싹틀 수밖에 없다.
 

▲ 지난 1월12일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가운데)이 함바집 브로커로부터 3천5백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동부지검으로 소환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그렇다면 이른바 ‘함바집’이라 불리는 건설 공사의 현장 식당이 왜 이권의 대상이 되는 것인가. 이 현장 식당은 건설 공사 기간 동안만 운영되는 임시 식당이라는 점 때문에 외형적으로 단순한 식당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실체에 있어서는 건설 공사의 규모에 따라 식당의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대부분 자체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현금 거래이고 일반 식당보다 수익률이 훨씬 높고 식사 외에도 값싼 간식을 판매해 부수입도 크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이 식당의 운영권을 얻기 위해서는 어지간한 배경만 가지고는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로비를 위한 브로커들이다.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브로커 유씨는 전국의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현장 식당의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건설사 사장에게 금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더구나 유씨는 현장 식당의 운영권과 관련해 건설사 임원과 경찰 간부 사이에서 연결 고리 역할을 하면서 비리의 외형을 확대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함바집 로비와 관련해 아파트 분양권을 제공한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유씨는 경찰청에 인사까지 부탁하는 등 식당 운영권과 관련된 비리가 인사 청탁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비리가 비리를 물고 오는 비리의 사슬이 확대되었다. 이 현장 식당을 둘러싼 비리가 단순히 식당 비리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엄정한 수사와 함께 국민의 감시도 따라야 

▲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경찰청 청사. ⓒ시사저널 유장훈

이번 사건의 결과는 검찰의 수사가 끝나야 드러나겠지만 브로커 유씨의 행적을 보면 사건의 실체는 더 클 것처럼 보인다. 특히 정·관계 인사들의 연루설이 등장한 가운데 이미 몇몇 고위직 인사들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에서 수사의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아무튼 이번 현장 식당 사건을 보면 기가 막히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식당의 주 고객은 건설 공사 현장의 근로자들이고 육체 노동을 주로 하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충분한 식사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각종 이권 다툼으로 그들에게 제공되는 식사의 수준은 정작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이러한 비리로 인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사회적 약자들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비리 사건은 어느 사건보다도 추악하고 비열하기 그지없으며 죄질이 아주 나쁘다고 할 수 있다.  

현장 식당의 운영권 확보와 관련된 비리 문제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관련된 비리 문제가 시중에 여러 차례 회자되었지만 그동안 유야무야로 끝났다. 때문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건설 공사와 관련된 비리를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를 전개해 각종 연루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비리 대상자들을 철저하게 수사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유사한 사건에서 제대로 된 검찰의 수사가 이루어진다는 신뢰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그 자체로서는 건설 공사에서 한 부분에 해당하는 비리 사건이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볼 때, 왜 이렇게 비리가 계속되고 있으며, 사회 각 분야에서 비리가 발생하고 부패 사건이 빈번한지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부정 부패와 싸우면서 부패 방지나 공직 사회의 청렴을 위해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또한 지금도 ‘선진 한국’ 공정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형 비리 사건이 터지면 그러한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비리 구조만 구축되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생기게 된다.

물론 그동안 언급되었던 것처럼 우리 사회는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이를 중시하는 유교 문화의 전통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로 인해 혈연 관계나 학연 관계 또는 지연 관계 등 수많은 관계가 절제된 인간의 이성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부패 문화의 토양이 되고 있다. 그래서 이런 인간관계를 토대로 청탁이 들어오면 거절하기가 쉽지 않고, 이에 덧붙여 금전적 대가가 있으면 비리의 고리는 더욱 커지게 된다. 또한 우리 사회가 공사(公私) 구분을 뚜렷하게 하지 못하는 점도 비리가 발생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이번 사건처럼 한 번 맺어진 인간관계 속에서 인사 청탁을 하는 등 또 다른 비리가 연결되는 것이다.

크고 작고 간에 부패나 비리가 없는 사회는 없다. 문제는 비리가 발생했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법적 책임을 묻는가 하는 점이다. 따라서 수사 기관과 사법 당국의 엄정한 의지가 비리나 부패를 줄이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이와 함께 국민의 감시와 의지도 필요하다. 비리·부패 정치인이나 공무원 또는 관련 민간인에 대해 처벌 이후에도 국민이 철저하게 외면한다면 결과의 무서움을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비리·부패 사범에 대해서는 사면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이제 우리 사회가 선진 사회로 가는 데 발목을 잡는 비리나 부패를 근원적인 대책을 세워 뿌리 뽑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함바 사건부터 철저하게 수사하고 비리 관련자 전원을 색출해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특히 검찰은 이번 사건을 온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고 비리에 연루되어 있다면 권력의 핵심부까지 수사해 그 의혹을 밝혀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이와 함께 비리 발생의 원인을 제공하는 구조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이런 구조적 비리를 척결하는 것만이 선진 한국을 구현하고 공정 사회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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