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소재라고요? 때로는 현실이 더 충격적”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2.14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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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만난 사람|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데뷔작 이후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을 써내면서도 자신의 사생활을 결코 밝히지 않았다. 올해 미스터리 신작 <플래티나 데이터>(서울문화사 펴냄)로 한국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색다른 주제와 정교한 구성, 뛰어난 창조력을 선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이번 작품은 미궁의 연쇄 살인 사건과 최첨단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한 수사 그리고 추악한 국가 권력의 실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결합시켜 눈길을 끈다.

그가 펼쳐내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 폭넓은 호응을 얻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 뒤엉켜 있는 문제들을 짚어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남긴 서평이 이를 말해준다. ‘스즈야’라는 별명으로 글을 남긴 독자는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또 다른 계급 분화라는 문제이다. 결국 기술의 발달도 상위 계층을 위한 것이며, 계급 사회를 존속시키고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류 문명이 생산해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쇠퇴하기 시작한 인간 정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상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플래티나 데이터>는 완전무결한 것처럼 포장되어 맹목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첨단 과학의 허점을 꼬집고,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국가 지도층의 검은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종종 소재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매번 동시대의 현실 감각을 놓치지 않는 재능을 발휘해 이런 비판을 무색하게 한다. 알려진 그의 사생활 한 가지. 현재 전업 작가로 도쿄 중심가의 한 맨션에서 고양이 네코짱을 부양하며 살고 있는 그의 삶에는 ‘술시’라는 독특한 시간이 있다. 밤 11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낮에 썼던 글을 반추하면서 혼자 또는 벗들과 술을 마시는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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