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값’ 하려 똑똑해지나? 과학도 놀란 ‘중년의 뇌’
  • 조 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2.14 22:3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여러 연구와 실험 결과들에서 놀라운 능력 드러나

 

마흔이 넘으면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는 말일까. 나잇값을 하려면 멀리 내다보는 혜안을 가져야 하겠고, 앞뒤 계산도 정확해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할 텐데…. 기억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느낌도 들어 우울해지기 일쑤이다. 혹시 뇌가 퇴행의 길에 접어든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런 걱정일랑 접으라고 미국 뉴욕타임스의 건강·의학 전문 기자인 바버라 스트로치가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를 펴냈다. 저자에 따르면, 중년의 뇌는 과소 평가되었다. 많은 이들이 몸이 나이 드는 것처럼 뇌도 함께 나이가 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는 것이다. 저자는 ‘중년의 뇌’에 대해 취재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에만 해도 부정적인 이미지들로 가득 찬 정보들을 접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그와 달리 실제로 저자가 과학자들에게서 들은 것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찬 ‘중년의 뇌’였다. 중년의 뇌가 뛰어나다고까지 말하는데, 무슨 근거로 그렇다는 것일까.

저자는 책을 엮으면서 “실로 지난 몇 년 동안 연구자들은 중년의 뇌에 관해 대단히 많은 것을 알아냈다. 그들은 중년의 뇌가 몇 가지 나쁜 습관들에도 불구하고 절정에 달해 있으며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할 만큼 오랫동안 절정에 머무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중년의 뇌는 우리가 삶을 헤쳐나가도록 도우면서, 혼란을 가르며 해답을 찾아내고, 누구를 무시할지 무엇을 무시할지, 언제 왼쪽으로 가고 언제 오른쪽으로 갈지를 안다. 중년의 뇌는 여전히 근사하고, 또한 적응해나간다”라고 결론지었다.

이 책에 따르면, 중년의 뇌가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부분은 판단력, 종합 능력, 어휘력, 직관, 통찰력 등이다. 이것은 한 장기적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다. 복잡한 인지 기술을 측정하는 검사에서 ‘지각 속도’와 ‘계산 능력’을 제외하고, ‘어휘’ ‘언어 기억’ ‘공간 정향’ ‘귀납적 추리’에서 최고의 수행력을 보인 사람들의 나이는 평균적으로 40세에서 65세 사이였다. 또한 실험 대상자들은 25세였을 때보다 중년이 되었을 때 더 높은 수행력을 보여주었다. 나이가 들면서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패턴을 인지하고 핵심을 꿰뚫어보는 능력은 중년의 뇌가 가장 탁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이가 들면서 사람과 일 그리고 재정에 관해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은 더 강해진다. 뇌가 지식을 층층이 서로 얽고, 연결망의 패턴을 형성하는 덕분에 우리는 그러한 패턴과 상황의 유사성을 순식간에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낸다”라고 말했다. 즉 중년의 뇌는 신속하게 요점을 이해하며, 젊은 사람들보다 더 빨리 논의의 핵심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중년의 뇌가 ‘큰 그림’을 더 잘 파악하게 되며, 이질적인 실마리들을 한데 묶어 새로운 전체를 만드는 성향이 더 커진다고 강조했다. 중년의 뇌는 퇴행해가는 것이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것과는 반대로 훨씬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중년의 뇌는 이전보다 더 날렵하고, 더 침착하며, 더 유연하고, 심지어 더 쾌활하기까지 하다.

그렇다고 이런 논리가 모든 이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편차’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년에 이르는 긴 세월을 보내는 동안, 중년의 뇌들은 놀랄 만한 편차를 지니게 된다. 또 뇌를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그 ‘뛰어난 능력’을 오래 유지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중년의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노년의 뇌 능력 또한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다.

어쨌든 최첨단 뇌과학은 중년의 뇌가 더 똑똑하고, 더 침착하며, 더 행복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잇값 못할까 걱정하는 이들에게 희소식! “중년의 뇌는 스무 살 때의 뇌보다 더 낫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명인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는 데뷔작 이후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50편이 넘는 작품을 써내면서도 자신의 사생활을 결코 밝히지 않았다. 올해 미스터리 신작 <플래티나 데이터>(서울문화사 펴냄)로 한국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발표하는 작품마다 색다른 주제와 정교한 구성, 뛰어난 창조력을 선보여 독자들을 매료시킨다. 이번 작품은 미궁의 연쇄 살인 사건과 최첨단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한 수사 그리고 추악한 국가 권력의 실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결합시켜 눈길을 끈다.

그가 펼쳐내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이 폭넓은 호응을 얻는 이유는 현대 사회에 뒤엉켜 있는 문제들을 짚어내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을 읽은 독자들이 남긴 서평이 이를 말해준다. ‘스즈야’라는 별명으로 글을 남긴 독자는 “이 소설의 흥미로운 점은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또 다른 계급 분화라는 문제이다. 결국 기술의 발달도 상위 계층을 위한 것이며, 계급 사회를 존속시키고 유지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인류 문명이 생산해낸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쇠퇴하기 시작한 인간 정신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간상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플래티나 데이터>는 완전무결한 것처럼 포장되어 맹목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첨단 과학의 허점을 꼬집고,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국가 지도층의 검은 움직임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는 사회 곳곳에 뿌리내리고 있는 인간의 어두운 욕망과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으로, 실제 현대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종종 소재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매번 동시대의 현실 감각을 놓치지 않는 재능을 발휘해 이런 비판을 무색하게 한다. 알려진 그의 사생활 한 가지. 현재 전업 작가로 도쿄 중심가의 한 맨션에서 고양이 네코짱을 부양하며 살고 있는 그의 삶에는 ‘술시’라는 독특한 시간이 있다. 밤 11시부터 잠들기 전까지 낮에 썼던 글을 반추하면서 혼자 또는 벗들과 술을 마시는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