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한반도 라인’ 확 바뀐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2.14 22: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악관·국무부·국방부의 아시아팀 ‘빅 체인지’ 예상…한·미·일 동맹 강화하는 체제 구축할 듯

 

▲ 지난 1월6일 백악관에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새로 선임된 윌리엄 데일리 비서실장을 환영하며 맞이하자 주위에 있던 참모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반도 긴장 상태와 미·중 간 격돌 등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른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팀이 빅뱅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에서 한반도 정책을 주도하는 이른바 한반도 라인이 대거 교체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집권 3년차를 시작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거 교체하려는 외교·안보팀 가운데 아시아팀의 교체 대상에는 한반도 정책을 주도하고 있는 국무부 부장관과 동아시아태평양(아태) 담당 차관보와 수석 부차관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 아시아국장, 국방부의 아태 담당 차관보 등 상당수 요직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주한 미국 대사도 교체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최근 오바마 정부의 아시아팀에 빅 체인지가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오바마 아시아팀, 한반도 라인 중에서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국부터 바뀔 것으로 보인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외교·안보·정보를 총괄하는 제프리 베이더 선임 아시아국장이 사임 의사를 밝혀놓고 있기 때문이다. 그 후임에는 대니얼 러셀  한·일 담당 국장이 승진 기용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또는 데릭 미첼 국방부 수석 부차관보, 마이클 쉬퍼 부차관보 등도 아시아 선임 국장 후보들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외교의 최일선을 담당하는 국무부에서는 미국의 한반도 외교정책을 총괄 지휘해 온 제임스 스타인버그 국무부 부장관이 당초 2년만 재임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곧 물러날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는 밝혔다. 그 후임으로는 웬디 셔먼 전 국무부 대북정책 조정관과 커트 캠벨 현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등이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미국 국방부에서 한반도 안보 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해병 중장 출신 월레스 그렉슨 아태 담당 차관보 등 한반도 라인도 대부분 교체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사임 의사를 밝힌 상태인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이 언제 물러나느냐에 따라 그 시기와 교체 폭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아시아 정책은 한·미·일 3각 동맹을 강화해 북한, 중국, 러시아에 대처하는 데 주력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국빈 방문으로 미국은 중국과 일단 휴전하고 전략적 파트너 관계를 복원했다. 하지만 신뢰할 수 없는 라이벌 관계라는 점에서 한·미 동맹, 미·일 동맹을 연결하는 3각 동맹을 구축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북한의 돌발 사태에도 대비하는 외교안보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에서 거명되는 인사들로 오바마 아시아팀이 대거 교체될 경우 일본통들의 약진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표적인 중국통은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 선임 아시아 국장인데 그의 사임이 이번 빅뱅의 진원지일 것이기 때문에 중국통의 퇴진은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후임자로 거론되는 대니얼 러셀 한·일 담당 국장은 일본통이다. 만약 국방부의 데릭 미첼이 선임 아시아 국장으로 이동한다면 중국 전문가로 자리가 이어질 것이지만, 가능성이 작다.

아시아팀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은 커트 캠벨 국무부 차관보이다. 그가 자리를 지키거나 국무부 2인자로 올라가 일본통의 세력 확대를 주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렇다면 오바마를 움직이는 아시아통으로는 누가 있을까.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제프리 베이더│선임 아시아 국장

사임설 불거진 자타 인정 ‘중국 전문가’

1945년생으로 올해 66세인 베테랑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아이비리그 가운데 한 곳인 컬럼비아 대학에서 유럽 역사를 전공해 박사 학위를 받았지만 정통 외교관이 된 후에는 주로 중국 문제를 다루어 미국 내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중국 전문가로 꼽힌다.

베이더 선임 국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외교 정책 자문단에서 일했으며 취임 후에는 대통령의 지근거리에서 중국을 포함하는 아시아 외교, 안보 문제를 총괄하며 보좌했다.

그는 브루킹스 중국센터 국장을 지낸 2년을 제외하고는 30년 동안 외교·안보 분야에서 일해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정통 외교관 출신 외교·안보 참모로 평가받고 있다.  

베이더 선임 국장은 1979년 미국과 중국이 수교했을 때 실무 역할을 담당했으며 그 후 1980년대에는 베이징에서 정무참사로 일했다. 그같은 경력으로 베이더 국장은 1987년부터 1990년까지 국무부 중국과 부과장을 역임한 후 중국과장까지 지냈다. 1997년에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로 자리를 옮겨 1999년까지 NSC 아시아 국장을 역임했다.

■대니얼 러셀│한·일 담당 국장

‘북·미 핵합의’ 이끌었던 ‘일본통’

대니얼 러셀 국장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제프리 베이더 선임 아시아 국장 바로 밑에서 남북한과 일본을 담당하는 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베이더 선임 국장이 중국통이라면 러셀 국장은 일본통이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러셀 국장은 일본에서 주로 일했고 국무부에서도 일본과장을 지냈다. 러셀 국장은 한국에서 3년간 근무한 바 있어 한국 사정에도 밝은 인사로 꼽히고 있다. 그는 1992년부터 1995년까지 한국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 정무공사로 근무했다.

특히 러셀 국장은 북·미 제네바 핵합의가 타결되었을 때의 주역 중 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대북 협상에도 전문가로 간주되고 있다. 러셀 국장은 1994년 체결된 북·미 제네바 핵합의를 이끌어낼 당시 제네바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협상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국무부

■커트 캠벨│동아태 담당 차관보

‘한반도 정책 주도해 와…국무부 부장관 발탁설

미국 외교를 주도하는 국무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태평양 지역 외교를 총괄하는 이가 바로 커트 캠벨 동아태 담당 차관보이다. 캠벨 차관보는 손꼽히는 일본통이다. 1996년 미·일 신안보 선언 마련에 관여하면서 일본통으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동북아 지역을 돌면서도 한국을 제외하고 일본만 너무 자주 방문한다는 소리까지 들을 정도이다.

 

캠벨 차관보는 금명간 개편될 것으로 보이는 오바마 외교·안보팀에서 국무부 2인자인 제임스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사임할 경우 승진 기용될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포린 폴리시>는 2년만 일하고 사임하겠다고 밝혀온 스타인버그 부장관이 물러날 경우 캠벨 차관보나 웬디 셔먼 전 대북 정책 조정관 등이 후임자로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캠벨 차관보는 그동안 정부와 민간을 지그재그로 오간 경력을 갖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친분이 각별해 국무부에 차관보로 입부하기 전에는 2007년 초부터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CNAS)’를 만들어 운영했다. 캠벨 차관보는 자신이 설립한 이 신미국안보센터에서 2008년 6월 발간한 보고서 ‘균형의 힘 : 아시아에서의 미국’을 통해 미국의 한·중·일 3국 접근법을 제시했다. 그런 다음 2009년 6월부터 차관보를 맡았기 때문에 그의 복안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밑그림에 반영되었다는 평을 들었다.

■조셉 도노번│수석 부차관보

차기 주한 대사 후보로 꼽힌 ‘한·중·일 전문가’

조셉 도노번 수석 부차관보는 캠벨 차관보 바로 아래에 있는 부차관보들 가운데 한국과 일본을 전담하는 인물이다. 한국계 조셉 윤 부차관보가 캠벨 차관보 아래 있으나 그는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일본에서 근무한 기간이 가장 길어 일본통으로 볼 수 있으나 직전에는 홍콩 총영사를 역임하는 등 중국과 타이완에서도 일했으며 한국에서 근무한 기록도 있다. 한·중·일 3개국을 두루 경험한 동북아시아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특히 뉴요커인 도노번 수석 부차관보는 워싱턴 D.C에 있는 조지타운 대학을 졸업하고 한국에서 평화봉사단으로 2년 동안 봉사한 경험이 있어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만약 도노번 부차관보가 캐슬린 스티븐스 현 주한 미국 대사의 뒤를 이어 한국 대사로 부임할 경우 평화봉사단 출신이 연이어 대사를 맡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러나 한국보다는 캄보디아 대사로 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스티븐 보스워스│대북 정책 특별대표

‘파트타임 대표’로 뛰고 있는 외교 원로

오바마 행정부에서 대북 정책 특별 대표라는 새로운 직책을 수행하는 스티븐 보스워스 대북 정책 특별대표는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낸 외교 원로이다. 북한과의 협상 국면을 마련할 때나 분위기를 조성할 때에는 보스워스 대표가 전면에 나선다. 2011년 새해 벽두부터 6자회담 재개를 모색하기 위해 한·중·일 3개국을 순방했으며 2009년 12월에는 평양도 방문한 바 있다.

보스워스 대북 정책 특별대표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주한 미국 대사를 지냈다. 1995년부터 1997년까지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에서 일했으며 1987년부터 1995년까지 ‘미·일 재단’을 맡기도 했다. 이전에 그는 필리핀(1984~87)과 아프리카 튀니지(1979~81) 대사를 역임한 적이 있다.

■성 김│6자회담 대표 특별대사

한국과장에서 고속 승진한 ‘한국계 1.5세’

6자회담의 미국측 대표는 성 김 대사이다. 성 김 대사는 한국 이름이 김성용으로 어린 시절 미국에 이민해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재미교포 1.5세이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성 김 대사는 2006~08년 2년 동안 국무부 한국과장을 지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6자회담 담당 대사로 지명되면서 대사급으로 올라섰다. 1급 외무공무원인 국무부 과장직에서 상원 인준을 받은 대사 직급으로 승진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성 김 대사가 6자회담 특별대사로 지명된 것 자체가 파격이었는데 대사급으로 직급을 정해 상원 인준을 요청해 이례적인 고속 승진이라는 평을 받았다. 성 김 대사는 북핵 협상을 주도했던 크리스토퍼 힐 전 동아태 차관보와 호흡을 맞춰 북핵 1, 2 단계 합의와 영변 핵시설 불능화 작업을 지휘했다.

성 김 대사는 아이비리그의 명문 대학인 펜실베이니아 대학(유펜)을 졸업한 뒤 로욜라 법과대학원을 나와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검사와 변호사로 일하다 외교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1990년대와 2000년대 두 차례에 걸쳐 서울의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다. 또 중국과 일본 주재 미국 대사관에서도 근무하는 등 동아시아 주요국을 두루 거쳐 이 지역 전문가로 자리 잡았다.

 국방부

■월레스 그렉슨│아태 안보담당 차관보

아시아 안보 책임진 ‘강직한 해병 중장 출신’,

월레스 그렉슨 아태 담당 차관보는 미국 국방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국방 및 안보 현안을 주관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렉슨 차관보는 해병대 중장 출신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후 국방부 아시아 태평양 지역 담당 차관보로 지명된 그렉슨 차관보는 그동안 오바마 대통령의 새 아프간 전략, 인도-파키스탄 분쟁, 천안함 침몰에 이르기까지 긴장을 고조시킨 아시아 지역 안보 현안들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

그가 2006년 퇴역한 후 국방부 차관보를 맡기 직전까지는 미국 올림픽위원회 최고운영자(COO)를 역임했고, 외교·안보 정책 컨설팅회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렉슨 차관보는 퇴역하기 전까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주둔하고 있는 지역 해병대 사령관을 맡았다. 현역 시절 1998~2000년에 국방부에서 아시아·태평양 정책 국장을 지내면서 아시아 지역 전문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해군사관학교를 나와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그렉슨 차관보는 무인답게 강직한 성품과 소신 발언으로 유명하다. 그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임기가 3년이나 남아 있던 2005년 해병 중장이면서도  “미국의 테러 전쟁은 잘못된 개념으로 치러지고 있다”라고 직격탄을 날리고 37년간의 군 생활을 접었다.

■데릭 미첼│아태 안보담당 수석 부차관보

중국어 능통한 아시아 지역 전문가

데릭 미첼은 그렉스 차관보 바로 밑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를 전담하는 수석 부차관보이다. 그는 버지니아 주립대학(UVA)을 나왔고, 중국 난징 대학에서 배운 중국어 실력이 뛰어나다. 미첼 수석 부차관보는 사임할 것으로 보이는 제프리  베이더 국가안보회의 선임 아시아 국장의 후임자 후보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미첼 수석 부차관보는 이미 싱크탱크인 CSIS(전략국제문제연구소)에서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안보 분야의 전문 분석가로 실력을 발휘해 이름을 알려왔다.

그는 본래 동북아뿐만 아니라 서남아시아까지 아시아 전역을 포괄하는 ‘지역 전문가’로 꼽혔는데, 한국 전문가가 부족한 미국에서 한국 관련 연구자 및 발언자로 나서 명성을 얻었다.

2006년에는 ‘미국 의회의 한국에 대한 태도’ ‘미·일 동맹의 미래’ 등의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이에 앞서 1997~2002년 미국 국방장관의 동아태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마이클 쉬퍼│동아시아 담당 부차관보

한국 자주 오가며 동아시아 안보 실무 주도

마이클 쉬퍼 부차관보는 미국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국에서도 한국이 포함된 동아시아 지역을 전담하는 실무 책임자이다.

그 때문에 천안함 침몰, 연평도 피격 등 한반도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갈 때 한국을 자주 방문했다. 로버트 게이츠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했을 때 먼저 들어와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을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쉬퍼 부차관보는 국방부에 들어가기 전인 2006~09년에는 스탠리 재단, 2004~05년에는 미국 외교협의회에서 외교·안보 현안을 광범위하게 다루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