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끄는 동고동락의 힘, 장군이나 상인이나 똑같다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2.2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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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식열전’이 가르치는 여섯 가지 성공 원칙

화식 활동에서 상인들은 마땅히 장군이 몸소 사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친히 전쟁에 나서는 것과 같아야 한다. <손자-모공편(謀功篇)>은 “장수는 국가의 보좌(輔佐)이다. 보좌가 용의주도하면 국가는 반드시 강해지고, 보좌가 허술하면 국가도 반드시 허약해진다”라고 했다. 또 “상하가 뜻을 같이하면 승리한다”라고 했다. 

부하들과 일심동체가 되다

또한 지도자의 소질과 임용 기준에 대해 <손자병법>은 “장자, 지, 신, 인, 용야(將者, 智, 信, 仁, 勇, 嚴也)이다”라고 말한다. 즉, 장군은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智)는 계략을 낼 수 있게 하고, 신(信)은 상벌을 내릴 수 있게 하며, 인(仁)은 사람들로 하여금 따르게 하고, 용(勇)은 과단성이 있게 하며, 엄(嚴)은 권위를 세울 수 있게 한다.

 한편 상업에서는 백규의 ‘상재사품(商才四品)’론이 있다. 1) 지족여권변(智足與權變): 시장의 경쟁은 무정한 것이며, 상업 상황의 변화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므로 상업 경영자는 반드시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것과 시장의 정세를 예측하는 것에 능해야 하고, 충분한 지혜와 많은 방책을 지님으로써 정확한 경영 전략 및 정책 결정을 수행해야 한다. 2) 용족이결단(勇足以決斷): 시장의 정보는 항상 불확정 상태에 있기 때문에 상업 경영과 이익 추구에서는 항상 위험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상인은 행동에서 과감해야 하고, 정책 결정에 용감해야 한다. 3) 인능이취여(仁能以取與): 상인은 모름지기 먼저 줌으로써 얻을 줄 알아야 한다. 직원에게 관심을 베풀고 좋은 물질적 보상과 격려를 제공함으로써, 직원들이 적극성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고객과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품질 및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상업 경영자는 장기적인 이익을 얻게 된다. 4) 강능유소수(强能有所守): 상인은 모름지기 강건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신용을 분명하게 지키고 규정을 엄수해야 한다. 재능이 출중한 경영자라도 항상 상황이 좋을 수는 없다. 오직 의지가 강건하고 신뢰를 지키며 상업 규칙을 준수할 때만 성공할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지도를 해나갈 것인가라는 문제에서 지도자는 이신작칙(以身作則), 즉 스스로 모범이 되어 실천하는 자세로 임해야 하고 함께 비바람을 맞으며 위신을 세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기-손자오기열전>은 오기에 대해, “오기는 언제나 가장 낮은 병사와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었다. 잘 때도 자리를 깔지 않았으며 행군할 때도 마차에 타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의 식량은 자기가 직접 가지고 다녔다. 그는 항상 병사들과 함께 있었으며 고락을 같이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게 부하들을 자신의 몸처럼 돌보는 모범을 보였기 때문에, 당시 “사람을 잡아먹고 인골(人骨)로 취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몰리고도 병사들이 등을 돌리거나 도망치지 않는 군대는 손빈과 오기의 군대뿐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오기의 통솔력은 훌륭했다. 병법가와 장군으로서의 오기는 실로 뛰어나
<오자>라는 책을 보면, 오기가 위나라에 있을 때 76회의 전쟁을 했는데 그중 68회는 이겼고 나머지 8회는 무승부였다고 쓰여 있다.

또 <사기-이장군열전>에서는 “이광 장군은 사병과 함께 식사를 했다. 군사를 인솔해 행군 중에 식량과 식수가 부족할 때 수원(水源)을 찾게 되면 모든 군사가 물을 마신 뒤가 아니면 마시지 않았고, 또 모든 병사가 식사를 한 후에야 비로소 자신도 식사를 하였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사람은 자기를 알아주는 자를 위해 죽는다

 한편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백규에 대해서 “음식을 탐하지 않았고 욕망의 향수를 절제하며 기호(嗜好)를 억제하고 극히 소박한 옷만 입으면서 해마다 그를 위해 일하는 노예들과 동고동락하였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대부호로서의 허세를 부리지 않고 자기가 고용한 일꾼들과 함께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것이다. 성공한 상인과 걸출한 장군의 행위는 이처럼 유사하다. 백규의 이러한 모습은 <손자-계편(計篇)>에서 언급되는 ‘도(道)’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도는 백성들로 하여금 장군과 더불어 뜻을 같이하고, 장군과 함께 죽을지라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백규는 상업이라는 전쟁에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내기 위해 손자병법의 ‘도(道)’ 원리를 거울로 삼아 일꾼들과 동고동락한 것이다. 그 목적은 일꾼들이 일을 하는 데 곤란한 점이나 생활상의 고초를 이해하고 해결하며, 그와 일꾼들 간에 존재하는 장벽을 없애 감정이나 물질적인 은혜로써 일꾼들에게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죽는다”라는 정신을 배양하는 것이다. 이로써 일꾼들의 적극성을 충분하게 자극하고 발휘하게 해 최종적으로 ‘백성들과 장군이 더불어 뜻을 같이하는’ 단계에 이르고, 합심 단결해 경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분투하게 하는 것이다. 경영자가 이러한 자질을 갖추게 된다면, 실의에 빠졌을 때에도 부하들의 충성을 받게 되며, 그로부터 상하가 합심해 다시 사업을 개척해나갈 수 있게 된다.

사람을 잘 선택하고 , 때를 파악하라

‘화식열전’에서 선곡 임씨는 “가훈을 정하여 자신의 밭농사와 목축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면 입지도 먹지도 아니하고 공적인 일이 완결되지 않으면 절대로 술을 마시거나 고기를 먹지 않도록 했다”라고 한다. 그리하여 그의 가문은 몇 대에 걸쳐 부유하였다.

<손자병법-작전편>은 “병사들을 아는 장군은 백성의 생명을 책임지며, 국가 안위의 주인이다”라고 했다. <세편>은 “전쟁을 잘하는 자는 자신에 유리한 태세를 잘 이용하며,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을 잘 임용하여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낸다”라고 했다. <지형편>에서는 “병사를 젖먹이처럼 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깊은 골짜기로 들어갈 수 있으며, 병사를 사랑하는 아들처럼 보기 때문에 그들과 함께 죽음을 같이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모두 장군이 그 병사를 이해하고 그들을 신임하며 그들에게 가혹하게 책임을 묻지 않고 그들을 기용할 때, 비로소 전쟁의 승리를 거둘 수 있으며 가족을 지키고 국가를 보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마찬가지로 ‘화식열전’은 범여에 대해 “천시(天時)에 맞춰 이익을 내는 데 뛰어났으며, 고용한 사람을 야박하게 대하지 않았다. 경영에 뛰어난 자는 반드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잘 선택하고 좋은 시기를 파악할 줄 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또 도간에 대해 “도간만이 노예들을 받아들이고 또 이용하여 이익을 얻도록 하였다. 그러면서 노예들을 관리들과 교류하게 하였고, 갈수록 그들에게 큰 권한을 맡겼다. 마침내 그가 이러한 노예들의 힘으로 집을 일으키고 치부하여 재산이 수십만 금에 이르렀다”라고 묘사한다.

 범여와 도간은 정확하게 사람을 파악하고 기용해 재능에 따라 각자에게 적절한 자리를 맡겼으며, 신임하고 존중하여 마침내 그들의 힘을 활용하여 백만장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병사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그들을 신임하며 대담하게 기용한 것은 대전략가들과 대상인들의 또 다른 성공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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