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재채기’에 몸살 나는 지구
  • 김형자│과학 칼럼니스트 ()
  • 승인 2011.02.21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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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점 폭발 잇따라 통신 장애 등 우려…인공위성 활동 방해하거나 못 쓰게 할 수도

지난 2월15일 오전 10시 50분경, 태양에서 흑점 1158이 폭발한 이후 크고 작은 폭발이 이어지고 있어 자칫 피해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전파연구소는 강력한 태양 흑점 폭발이 통신망을 교란시켜 2월15일 11시부터 오후 1시까지 군 작전에 중요한 단파 무전 통신이 일시 두절되었고, AM 라디오의 일부 주파수와 아마추어 무선통신망에도 장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미셋-3 위성 등에서는 수신 불량이 관측되기도 했다. 전파연구소는 앞으로 1~2주 정도 통신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의보를 발령했다.

태양 흑점 폭발이 일어나면 강력한 빛 에너지가 방출되고 이것이 지구 상공에 도달해 전리층의 밀도에 영향을 미친다. 전리층 밀도는 태양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태양의 흑점이 많아지거나 폭발로 인해 강력한 빛이 발생하면 전리층이 불안정해진다. 전리층은 주파수가 1.5~30MHz 정도인 단파를 반사시켜 먼 거리의 무선 통신이 가능하게 하는데, 밀도가 바뀌면 통신에 잡음이 섞이거나 두절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번 태양 폭발은 X2.2급으로 대단히 강력하다. 태양 폭발은 지구 전체에 전파 장애를 일으키는 대형의 X급과 중간급인 M급, 별 영향이 없는 소형의 C급으로 분류된다.

 

▲ 지난해 9월8일 태양 흑점 1105가 폭발하고 있다. ⓒAP연합

흑점이 생기는 이유

흑점은 태양 표면인 ‘광구’에서 비교적 쉽게 관측되는 현상이다. 흑점은 태양 표면에서 주변보다 온도가 1천5백℃ 정도 낮아 검게 보이는 부분으로, 약 11년을 주기로 그 수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한다. 흑점의 온도는 약 4천K(절대 온도)로 주변의 온도(5천8백K)보다 상당히 낮다. 흑점이 검게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자들은 흑점이 생기는 이유를, 태양의 자전 속도가 위도별로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태양은 약 27일을 주기로 자전한다. 그런데 고온의 플라스마(기체 원자가 전자와 양이온으로 완전히 전리된 상태)로 이루어진 태양은 딱딱한 고체가 아니어서 극 부근과 적도 부근의 자전 속도가 다르다. 이 때문에 전하를 띠고 있는 플라스마가 뒤엉켜 태양의 자기장이 꼬이고, 꼬인 강한 자기장이 플라스마의 대류 순환을 방해한다. 즉 태양 내부의 뜨거운 플라스마가 바깥으로 원활하게 이동하지 못해 주변보다 차가운 부분이 생기는데, 그 부분에 흑점이 발생한다는 얘기이다.

흑점에서는 자기장이 나온다. 중심부의 자기장 수치는 약 4천G(가우스)에 이른다. 이것은 지구 자기장의 약 8천 배이다. 흑점의 크기는 다양하다. 지구보다 작기도 하지만, 지구의 10배가 넘는 것도 있다. 1158번 흑점의 규모는 지구 크기의 수배에 이르고 있다. 흑점 가운데 큰 것은 안개가 짙게 낀 날 맨눈으로도 보일 정도이다.

그렇다면 과학자들은 왜 흑점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그 이유는 흑점 수의 변동이 태양 활동의 지표로 쓰이기 때문이다. 보통 흑점의 수가 많을 때를 태양 활동 극대기, 적을 때를 태양 활동 극소기라고 한다. 태양은 때때로 강력한 폭발을 일으키며 플레어(높은 에너지의 전자기파 방출 현상)나 코로나(홍염)에서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CME)를 쏟아내는데, 이런 현상은 흑점 수가 많을 때 특히 큰 흑점 주변에서 많이 발생한다.

플레어는 태양의 표면에서 자기장에 축적된 에너지가 갑자기 폭발하는 현상이다. 플레어가 일어나면 수소폭탄 100만개가 폭발하는 것과 같이 상상할 수 없는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와 함께 엄청난 양의 자외선, X선 같은 강한 에너지의 빛(전자기파)을 방출한다. 태양 플레어는 서로 반대 방향의 자기력선이 만나서 일어나는 폭발 현상이다. 이는 양극과 음극 전기의 합선에 의해 스파크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비슷하다. 플레어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는 8분19초 정도 걸린다. 코로나 물질 방출은 양성자와 전자가 섞여 있는 플라스마 덩어리가 초속 수백~수천 km로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현상이다.

태양 주기 최고점인 2013년 5월 최대 고비

 

▲ 최근 태양 흑점이 계속 폭발하면서 지구에 전파 교란 등 피해에 대한 걱정을 안기고 있다. ⓒNASA 제공
태양 흑점 극대기에는 태양 활동이 활발해 방출된 빛과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을 교란시켜 위성 통신 장애를 일으키거나 전자 장비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잦다. 흑점 극대기였던 2003년 10월에 발생한 강력한 태양 폭발로 우리나라 아리랑 1호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인공위성이 손상을 입거나 데이터 오류를 일으켰다.

 

반대로 태양 흑점이 적을 때는 태양 활동이 약하다. 역사적으로 흑점이 가장 적었던 시기는 ‘마운더 극소기’라고 부르는 1645~1715년으로, 무려 70년 동안 태양에서 흑점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몇 년 동안도 태양은 잠잠했다. 흑점이 관측되지 않는 날이 여러 날 지속되었다. 흑점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던 2008년 9월에는 1960년대 위성 관측 활동을 시작한 이래 태양 폭풍이 가장 약하게 관측되었다. 2009년은 2백69일, 2010년은 51일 동안 흑점이 관측되지 않았다. 2011년 현재는 흑점이 관측되지 않는 날이 1일에 불과해 올해는 빈번한 태양 폭발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보통 평균적인 태양 활동 극대기의 1일 최대 흑점 수는 1백14개이다. 이에 비해 현재 관측되고 있는 흑점의 수는 90여 개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깊은 잠을 자던 태양이 일어나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흑점이 관측되지 않는 태양 활동 극소기를 마치고 태양 폭풍이 활발한 극대기로 접어들었다. 고비는 2013년 5월이다.

NASA(미국 항공우주국)는 이때 태양에서 강력한 태양 폭풍이 몰려와 대규모 정전 사태와 함께 각종 통신 시스템이 모조리 마비되는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현재 활동 중인 3백여 개의 각종 정지 궤도 위성 가운데 노후한 수십 개는 작동이 멈출 것이고, 나머지는 수명이 5~10년씩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급격한 태양 활동으로 인한 태양 폭풍은 사회 전반과 국가 안보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위험을 미리 알리고 대비하는 예보·경보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이다. 선진국들은 태양 흑점 폭발이 일어나기 2~3일 전에 경고하는 사전 경보 시스템을 갖추고 만반의 대비 태세를 해나가고 있는 중이다.

NASA는 대규모 태양 폭발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 2006년 약 5억4천만 달러(6천억원)를 들여 ‘스테레오’라는 인공위성을 발사하기도 했다. 이 위성은 흑점 폭발로 인한 방출 입자가 언제 어디로 뻗어나갈 것인지도 파악해 사전 경고를 한다. 이를 접한 위성통제관리부는 인공위성의 동력인 태양전지판을 접게 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한다.

인간의 삶을 쥐락펴락하는 지구도 우주의 재해 앞에서는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다. 지구는 태양의 재채기 하나에도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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