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유시민 ‘대권 내전’ “지지율 15% 고지를 선점하라”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2.21 22:2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은 야권에서 대선 후보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유력한 ‘잠룡’들이다. 하지만 둘 다 아직 ‘마의 10% 벽’을 뛰어넘지 못한 채 주춤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누가 먼저 지지율에서 치고 나가느냐가 대권 경쟁의 판도를 가를 중요 변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두 사람은 과연 이 경쟁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이며, 연대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짚어보았다.

“솔직히 인정한다. 지금 여권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수준의 인기라면, 우리 야권은 K리그 수준밖에 안 된다. 앞으로 최소한 스페인의 프리메라리가 수준까지는 끌어올려야 저쪽과 경쟁이 된다. 그러려면 끌어들일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은 모두 운동장 안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지금은 거기에 주력할 때이다.”

민주당의 핵심 전략가로 통하는 한 고위 당직자는 현재 야권의 ‘잠룡’(잠재적 대선 후보) 구도를 프로축구 리그에 비유해서 설명했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도 2011년 들어서면서 서서히 잠룡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단연 주목해볼 인사는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이다. 그는 현재 전국을 순회하며 유세를 벌이고 있다. 오는 3월12일 국민참여당의 차기 대표에 오를 것이 사실상 확정적인 상태이다. 민주당은 유원장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손학규와 유시민의 ‘야권 대표’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렸다”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아직까지 야권 잠룡들의 경쟁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시사저널>이 지난 1월19일 여론조사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면접 조사에서도 그 일면이 드러났다. ‘차기 대통령감으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34.7%의 지목률을 나타낸 반면, 유시민 원장은 6.7%, 손학규 대표는 5.9%에 그쳤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여야의 모든 주자가 ‘마의 10% 벽’을 좀처럼 뛰어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추세가 오래 갈 것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향후 대선 열기가 달아오르면 현재 10여 명이 난립하고 있는 여야 잠룡들 간에 교통정리가 되면서 유력 주자 중심으로 질서가 재편되리라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이다. 

정치권에서는 통상적으로 유권자의 성향을 ‘보수층 30%, 중도층 40%, 진보층 30%’로 구분한다. 결국 누가 40% 중도 성향의 유권자들을 끌어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는 이야기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2월16일 기자와 만나 “15% 지지율 고지를 먼저 선점하는 잠룡이 향후 야권 단일 후보 경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한 채 주도해나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서도 이 전문가의 분석에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이다. 진보 성향을 띠고 있는 유권자 30%의 절반인 15%를 먼저 확보하는 주자가 야권 주자들 가운데 ‘대세론’을 형성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 라인 고위직에 몸담았던 한 인사는 2월15일 기자와 만나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번만큼 일찌감치 야권에서 단일 후보를 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적은 없었다. 그런 면에서 야권 주자들 가운데 누가 먼저 (지지율에서) 치고 나가느냐에 국민들의 관심과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까지 자신의 지지율을 최소한 15~20%까지는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만 ‘야권 예선전’을 무사히 치르고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야권의 선두 주자가 ‘15~20%’ 지지율로 치고 올라오면, 다른 야권 주자들은 10% 이하를 계속 밑돌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현재 야권의 대권 주자 지지율 1, 2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대표와 유시민 원장의 신경전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양 진영의 참모들이 지지율 끌어올리기 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 유시민 원장측의 대권 전략

유시민 원장은 지난 1월 당 대표 후보로 출마하면서 “내년 총선 전까지 우리 당과 내 개인의 지지율을 두 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라고 공약했다. 그는 2월17일 당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표 후보 패널 토론회’에서도 “어느 조사를 보니까 내가 다른 야권 인사들보다 인지도 면에서는 낮아도 지지율에서는 제일 높게 나왔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우리 당의 지지율이 6.7%였는데 총선까지 두 배로 끌어올리고, 국회의원 20명 이상을 당선시키겠다”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이를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에 대한 유시민 원장의 ‘선전 포고’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지금까지 목소리를 자제해왔던 그가 당분간은 계속 민주당측에 ‘각’을 세우며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유원장은 민주당의 무상 복지 정책에 대해서도 “선거용 구호일 뿐이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의 ‘7·4·7 공약(7% 경제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 경제대국)’에 빗대기도 했다. 민주당측은 “상식이 있는 행동인가”라며 불쾌하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민참여당 쪽은 ‘성공적’이라는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일단은 계속 민주당을 자극하고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당분간 유원장의 총구가 한나라당이 아닌 민주당을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은 다양하게 나온다. 우선, 향후 정치 일정과도 맞물려 있다. 당장 당 대표로 선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3월12일 전당대회와 4·27 재·보선이 기다리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 등을 진두지휘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무상 복지 정책에 비판적인 민주당 내의 불만 세력을 흡수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좌파 정책’인 무상 복지를 비판함으로써 그의 급진적인 이미지를 상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오늘 점심 식사를 함께한 주요 언론사의 정치부장들 사이에서 유원장에 대해 ‘생각보다는 상당히 균형 감각이 갖추어져 있는 것 같더라’라는 호평이 나왔다”라고 귀띔하기도 했다.

▒ 손학규 대표측의 대권 전략

손학규 대표측은 제1 야당 대표로서 우선 이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10월 전당대회 이후 손대표는 줄곧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려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강행 처리한 이후에도 혹한 속에 ‘가두 투쟁’을 이어갔다. 2월 들어 청와대와 민주당이 영수회담의 전제로 이대통령의 예산안 강행 처리에 대한 사과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자, 그는 ‘과감하게’ 영수회담을 거부했다. 그리고 다시 장외로 나갔다. 하지만 당 대표로 선출된 직후 10%대를 잠시 넘었던 손대표의 지지율이 다시 한 자릿수로 떨어진 다음에는 좀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손대표 참모진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일단 이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유시민 원장에 대해서는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심하게 표현하면 ‘유시민 무시 전략’인 셈이다. 지난 2월8일 국회에서 만난 손대표의 최측근 인사는 “손대표는 비공개로 진행되는 최고위원회의에서도 ‘MB(이대통령)가 안 죽으면 내가 죽겠다’라고 말할 만큼 결연하다. 그런 손대표가 지금 유원장과 상대해야 하나, 대통령과 맞서야지”라고 말했다. 손대표의 안중에는 MB만 보인다는 것이다. 이 인사는 “유원장은 미래의 잠재적 경쟁자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손대표 진영의 한 전략가는 “민주당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바뀐 민주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이 곧 손대표의 지지율과 직결된다”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회는 내년 총선·대선 전략으로 크게 ‘한나라당과의 정책적 차별성’ ‘야권 연대’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전략기획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그 이전 정권과 큰 차별화를 보이지 못했던 것이 2007년 대선에 참패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내년에는 국민들에게 확실히 다른 정책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 차별화된 정책 가운데 하나가 ‘3+1 복지 정책(무상 급식·의료·보육 및 반값 등록금)’이다. 

야권 연대의 성사 여부도 2012년 선거 일정에서 최대 변수이다. 이미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야권 연대를 통해 톡톡히 재미를 본 ‘달콤한 경험’이 있다. 앞서 언급한 손대표측의 한 전략가는 “일시적인 정치 이벤트로 지지율을 15% 이상 끌어올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차별화된 정책과 야권 연대, 이 두 가지가 없으면 지지율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이며, 야권은 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서 손대표측이 유시민 원장을 마냥 무시할 형편도 아니다. 지지율에서 현재까지 손대표를 근소한 차이나마 앞서고 있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손대표의 한 핵심 측근이 “국민참여당 대표로 나서고, 대권 도전 의사를 드러내면서 국민들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전형적인 ‘노이즈 마케팅’에 불과하다”라며 다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그만큼 유원장을 의식하고 있다는 또 다른 반증인 셈이다.

‘손학규-유시민’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직접 겨냥하고 있지는 않다.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야인’이었던 손대표는 민주당의 경기도지사 후보였던 김진표 의원과 유원장의 후보 단일화를 막후에서 이끌어냈다. 또 유원장 선거를 적극 도와주었고, 이에 유원장 또한 손대표에게 ‘마음의 빚’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대선 열기가 가열되면 두 사람은 일시적이나마 ‘적’이 될 수밖에 없는 정치적 운명이다.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기 위해 두 사람이 다른 주자들과 함께 치열한 ‘내전’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확정된 유시민 후보를 손학규 당시 민주당 상임고문(오른쪽)이 축하해주고 있다. ⓒ시사저널 유장훈

대다수 야권 인사는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 5당(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이 단일 후보를 만들지 못하면 ‘필패’한다”라고 말한다. 투표용지에 ‘한나라당 후보’와 ‘야권 단일 후보’ 두 명의 이름만 적혀 있어야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정책연구원장 진영도 야권 후보 단일화에는 이견이 없다. 민주당의 한 핵심 전략가는 “유시민 원장은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해도 민주당의 도움 없이 독자적인 힘과 세력으로는 절대 집권할 수 없다”라고 단언했다. 유원장 역시 “야권에서 민주당의 비중은 70% 정도 된다. 다른 야당 3~4개를 합쳐도 30%밖에 안 된다. 민주당 당원이라면 누구나 자기네 후보를 내서 당선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라면서 “같은 기차를 타고 가도 최종 행선지는 다 다를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시기에 함께 타고 가는 것이 좋다면 함께 타고 가야 한다”라고 야권 연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가에서 나돌고 있는 야권 연대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당 대 당 통합을 통해서다. 양당의 통합설에 대해 민주당 고위 당직자는 “상당히 험난한 과정을 겪기는 하겠지만 전혀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 유원장을 비토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경기 지역의 한 당직자는 “지난해 지방선거 때 유원장이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선출되었지만, 민주당 조직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유원장이 낙선한 큰 원인이다”라고 말할 정도이다. 그만큼 감정의 골이 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손대표의 최측근은 “유원장에 대한 민주당의 감성적 반발은 여전히 크다. 하지만 정치적 필요성도 상당히 크다”라고 말했다.

둘째, 국민참여당이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등 진보 정당들과 먼저 통합한 후 민주당과 1 대 1 구도를 형성해서 단일 후보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유원장의 주장이다. 하지만 국민참여당과 진보 정당과의 통합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유원장은 실현 가능하다고 보지만, 진보 정당 관계자들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젓는다.

셋째는 야권의 각 정당 후보들이 여론조사 등을 통해서 대선 직전에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하지만 민주당의 수도권 중진 의원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단일화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두 가지 때문이었다. 하나는 노무현 후보의 단일화 의지가 워낙 강했다. 또 하나는 당시 정몽준 후보가 조직한 ‘국민통합21’은 제대로 된 정당이 아니었다. 민주당이 치고 들어갈 여지가 있었던 셈이다. 단일화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내년에도 2002년과 같은 환경이 조성될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