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시장 뚫고 부활 노래 부르다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4.04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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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 건설 경기 침체에도 ‘공격 앞으로’풍부한 현금 동원력 앞세워 업계 강자로 떠올라

 

▲ 이중근 부영 회장 ⓒ시사저널 이종현

이중근 부영 회장이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풍부한 현금 동원력을 바탕으로 M&A(합병·매수)에 나서면서 시장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부영은 주택건설 실적 1위를 유지했다. 한때 전국 임대주택의 80%를 움켜쥘 정도였다. 도급 순위 역시 20위 안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2004년 터진 ‘부영 게이트’로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특혜 논란이 일면서 도급 순위는 해마다 하락했다. 이중근 회장 역시 1천2백억원대의 불법 대선 자금 사건에 연루되면서 도급 순위는 현재 68위까지 추락했다.

임대주택 전문 업체에서 종합 그룹으로

이런 부영이 최근 건설업계의 변화를 주도해나가고 있다. 부영의 재계 순위는 2008년 38위에서 지난해 24위(공기업 제외)로 14계단이나 뛰어올랐다. 잇따른 M&A로 자산 가치가 크게 늘어났다. 부영주택은 지난 2월 무주리조트를 1천3백60억원에 매입했다. 대한전선의 한 관계자는 “매각 대금 전부를 현금으로 낼 정도로 유동성이 좋다”라고 귀띔했다. 하나금융지주나 조선일보 종편에도 거액을 쏟아부었다. 지난해에는 용인에 있는 골프장까지 인수했다. 건설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부지를 확보하는 데에도 공을 들였다. 부영주택은 지난 3월30일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 내 공동 주택 및 골프장 용지 1백4만4천5백27㎡(약 31만6천평)를 1천6백75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에는 경주에 있는 옛 태화방직 부지 28만8천㎡(8만7천1백20평)도 사들였다. 이 부지의 경우 이중근 회장이 법적 분쟁에 직접 관여할 정도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뚝섬 4구역 부지(1만9천㎡)와 대전 충남방적 공장 부지(73만여 ㎡), 마산 한국철강 부지(24만7천㎡)까지 합하면 부동산 자산만 2조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된다. 임대주택 전문 건설업체에서 리조트, 방송, 금융 등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변신을 꾀하는 것이다. 

사실 이회장이 외유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부영은 지난 2006년 초 신한국저축은행의 인수에 나선 적이 있다. 이회장의 과거 전력이 문제가 되면서 무산되기는 했지만, 이전에도 여러 차례 M&A 시장을 기웃거렸다. 그럼에도 이회장의 최근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지난 2008년 터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부터 사업이 두각을 보였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주요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LIG건설, 남광토건, 진흥기업 등이 최근 잇달아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대기업 계열 건설사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모기업의 지원으로 근근이 생명을 연장하고 있지만, 경영 호전 기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부 기업의 경우 월급이 밀렸다는 소문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돌고 있다. 그런데 부영은 정반대이다. 지난 2008년까지만 해도 부영의 순이익은 3백20억원에 불과했다. 2009년에는 1천4백41억원으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2010년에도 비슷한 수준의 이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M&A 사업에 나선 것은 경영전략”

▲ 지난해 부영이 사들인 경북 경주시 옛 태화방직 부지. ⓒ시사저널 임영무

전문가들은 “이중근 회장 특유의 ‘뚝심’이 글로벌 금융 위기를 통해 빚을 발했다”라고 평가한다. 부영은 임대 사업 전문 건설업체이다. 신용정보업체인 한신정평가에 따르면 부영의 임대율은 지난 2010년 9월 말 기준으로 96.9%에 이른다. 건설 호황기 때만 해도 임대 사업은 수익성이 낮았다. 주요 건설사들이 기피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상황이 역전되었다. 건설업계가 부동산 시장 침체로 ‘직격탄’을 맞았다. 부영은 임대 수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임대 물량이 대거 분양 전환되면서 한꺼번에 거액이 들어왔다. 이 돈으로 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세영 한신정평가 책임연구원은 “분양 전환에 따른 수입이 전체의 91.2%에 달한다. 임대 중인 아파트의 보증금이나 월 임대료 등을 통한 수입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물론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지난 2005년 이후 임대 사업 물량이 급격히 감소하는 탓이다. 지난 2009년에는 임대아파트 단지 두 곳을 공급한 것이 전부이다. 박세영 책임연구원은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1만호 이상의 임대주택을 공급했다. 중·장기적으로 사업 규모를 유지하기 위한 신규 투자를 해야 하는 위험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되고 있다. 임대 사업의 한계를 보완하고, 수익을 다각화하는 차원에서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부영이 ○○에 투자(인수)할 예정이다’ ‘부영이 ○○에 관심이 있다’ 등의 소문이 파다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 2009년 말 회사가 ㈜부영과 ㈜부영주택으로 분리되었다. 이후 이중근 회장의 부영 지분은 19.48%에서 71.57%로 급격하게 불어났다. 공격 경영을 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부영측은 “임대 사업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부영의 한 관계자는 “최근 M&A는 경영의 한 방법이지, 임대 사업을 포기했기 때문은 아니다. 향후에도 임대 사업은 계속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건설 명가’ 회복을 위한 이중근 회장의 ‘파워 행보’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종편 출자와 태화방직 부지 인수 과정이 어쨌기에…
이중근 회장, 공격 경영 뒷이야기

이중근 회장은 최근 일부 언론사가 참여하는 종편에 지분을 출자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조선일보(5.5%)와 함께 동아와 매경에도 1%의 지분을 투자했다는 소문이 원인이었다. 조준상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종편 네 곳 중 세 곳에 동시 출자를 약속한 것은 종편 선정 기준에 위배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부영측은 “조선일보 외에 지분을 출자한 적이 없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언론·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혹의 시선이 계속되고 있다.

2년 전에는 이철휘 당시 자산관리공사 사장과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경주에 있는 태화방직 부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법적 분쟁이 생긴 것이다. 이 부지는 원래 안성주택에서 2백65억원에 계약을 했다. 계약금도 지불했다. 하지만 부영이 계약 중간에 부지 소유주와 다시 계약을 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계약금은 안성주택이 내고, 부영이 나머지 금액을 지불하는 황당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대법원은 결국 안성주택의 손을 들어주었다. 부지 매각을 주도한 자산관리공사가 안성주택에게 소유권을 넘기려 하자, 이회장이 소송을 진행한 것이다. 문제의 부지는 지난해 안성주택과의 극적 합의를 통해 부영 손에 넘어갔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상도의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계약이 된 상태에서 부영이 끼어들어 문제가 커졌다는 얘기이다. 이와 관련해 부영측은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종결된 사건이다”라고만 짧게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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