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넥타이 부대’가 당락 가른다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4.18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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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재·보선 판세 분석 / 김해, ‘반유시민 정서’가 변수…강원도, TV 토론회가 관건

 

ⓒ시사저널 유장훈

‘선거란 누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다.’

미국 14대 대통령을 지낸 프랭클린 애덤스의 이 말은 1백50여 년이 지난 지금의 선거판에서도 자주 회자된다. 오는 4월27일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서 대다수의 정치 전문가는 ‘투표율’이 승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누구를 뽑지 않기 위해서’ 투표장으로 향하는 어떤 계기가 형성되느냐 하는 것이 승부처라는 얘기이다. 야권 후보 단일화로 이번 4·27 재·보선이 대부분 여야 간 1 대 1 맞대결 구도로 형성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선명해졌다. 한나라당은 “또다시 좌파에 정권을 내줄 수는 없다”라는 논리로 ‘야권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오만한 이명박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라며 ‘여권 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나를 뽑아달라’는 것보다는 ‘상대방을 뽑으면 안 된다’는 쪽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형국이다.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4·27 재·보선의 판세는 그야말로 혼전에 혼전이다. 따라서 어떤 돌출 변수 하나가 당락을 판가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성남 분당 을

그야말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라고 할 정도로 이번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이면서 동시에 가장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곳이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공통적으로 내놓는 승부의 키워드는 역시 ‘투표율’이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 지역의 세대별 지지층의 격차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20~40대 청·장년층은 민주당 손학규 후보를, 50대 이상 중·노년층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뚜렷하다(표 참조). 따라서 상대적으로 투표 참가율이 저조한 청·장년층이 얼마나 투표장을 찾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결국 20~30대 투표율이 관건이다. 손학규라는 상품 가치 때문에 40대에서 선전하고 있고, 50대 이상에서도 일방적으로 밀릴 것으로는 보지 않지만, 표심이라는 것이 갑자기 확 바뀌고 하기는 어려운 견고함이 있다. 투표에 관심이 없는 젊은 층을 얼마나 투표장으로 끌어들이느냐가 핵심이다”라고 밝혔다. 역대 재·보선 투표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2009년 ‘4·29 재·보선’ 40.8%, ‘10·28 재·보선’ 39.0%, 2010년 ‘7·28 재·보선’ 34.1%로 점점 떨어지는 흐름이다. 하지만 정치적 이슈가 터지는 지역은 달랐다. 2009년 양산 보궐 선거는 43.9%, 경주 보궐 선거는 53.8%까지 투표율이 치솟기도 했다. 실제 민주당 관계자는 “손후보의 인지도가 높고 이번 재·보선이 의미 부여가 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선거 투표율인 50%대는 아니더라도, 40% 이상의 투표율을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30%대의 투표율을 예상하고 있다”라며 애써 투표율이 높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분당 을 지역 주민 가운데 성남 이외의 지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무려 54.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이 청·장년층이다. 반면 고령층에서는 투표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 즉, 투표 의향층만 놓고 보면 강후보가 더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같은 결과는 지난 3월30~31일 <시사저널>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체적으로는 손후보가 46.0% 대 40.6%로 다소 앞섰지만, 투표 의향층에서는 오히려 강후보가 45.0%-42.3%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드시 투표할 생각이다’라고 적극적 투표 의향을 나타낸 계층 역시 60대 이상(77.3%)과 50대(59.7%)에서는 높게 나온 반면, 20대(29.7%)와 30대(44.7%)에서는 낮게 나왔다.

따라서 ‘넥타이 부대’들이 얼마나 투표장을 찾을지가 관건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 교수는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20~40대 투표율이 예년보다 5~10% 더 높았다. 투표율이 높을 경우 대개 야권이 유리하다는 것이 정석이다. 20~40대는 어떤 계기가 발생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데 적극적인 세대이다. 특히 40대는 1980년대 후반 대학 시절을 겪으면서 어떤 저항 의식이 몸에 배어 있다. 따라서 일반 재·보선의 투표 성향과는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분석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번 재·보선 지역 모두 투표율이 30%는 넘을 것이다. 다만 30% 초반에 그치면 한나라당이 유리하고, 35~37% 선을 넘으면 민주당이 유리하다”라고 전망했다.

강재섭 후보측의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오히려 막판에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초 ‘강재섭이냐, 손학규냐’ 하는 인물 대결 구도로 몰고 갔던 강후보는 ‘잠룡’인 손후보에게 인물론에서 밀리는 양상을 보이자, ‘한나라당이냐, 민주당이냐’ 하는 당 대결 구도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한나라당은 “좌파에게 분당을 내줄 수는 없다”라는 구호를 외치며 ‘색깔론’까지 등장시켰다. 손후보를 향해 “한나라당을 배신한 사람, 철새의 전형이다”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고학력층이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 네거티브 공세는 자칫 패착이 될 수도 있다”라는 우려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한나라당의 네거티브 공세에 일절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다”라고 밝혔다. 이를 역이용하겠다는 계산이다. 

ⓒ연합뉴스

  경남 김해 을

김해 을의 경우, 최대 변수는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첨예하게 노출된 민주당과 국민참여당 간의 갈등에 따른 ‘후유증’이다. 즉, 민주당 조직이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도와줄지 여부가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실제 <시사저널> 여론조사를 보면, 김해 을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22.7%인 반면 국민참여당은 6.9%에 그치고 있다. 민주당에는 여전히 ‘반(反)유시민’ 정서가 팽배해 있다. 특히 이번 단일화 진통을 겪으면서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에 대한 반발은 더욱 커지고 있다. 민주당의 한 전략가는 “솔직히 유시민이라는 이름도 듣기 싫다. 아주 징글징글하다”라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기도 했다. 그는 “이번 일로 사실 유대표와의 거리감은 더 멀어졌다. 실제 주변에서는 ‘차라리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것이 낫다’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양당 간 갈등의 골이 워낙 깊어져서 화학적 결합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꾸로 한나라당은 이런 점을 노리고 있다. 한나라당의 한 전략가는 “솔직히 김해는 좀 어렵다. 그나마 한 가지 기대할 수 있다면, 야권 단일화 과정에서 다시 한번 드러난 양측 간의 갈등으로 인해 민주당이 김해 을 선거에서 사실상 손을 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점을 잘 이용하면 우리가 유리해질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역시 이같은 분위기를 적잖이 신경 쓰는 눈치이다. 이백만 대변인이 “이제부터 이봉수 후보는 국민참여당 후보가 아니라, 야 4당과 시민사회의 공동 후보이다”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또 하나의 변수도 도사리고 있다. 이봉수 후보가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를 지지했던 전력이 논란이 되고 있는 탓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농업특보였던 그는 이 때문에 특보직을 사퇴했다. 그는 당시 지역 신문에 문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기고하면서 ‘오늘은 부패한 과거 세력, 경제 파탄을 가져온 무능한 세력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맡기느냐, … (중략) ‘부패가 무능보다 차라리 낫다’는 참혹한 정치 현실을 만들어낸 무능한 세력에게도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라고 썼다. 문맥상으로 볼 때 노무현 정부와 민주당(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을 ‘무능한 세력’으로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는 것이 논란의 초점이다.

 강원도

강원도지사 선거는 의외로 TV 토론회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선거 지역이 워낙 넓은 탓에 후보자들이 일일이 방문하기 어려운 지역 특성상 강원도지사 선거는 TV토론회에서 승패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도 이광재 민주당 후보가 초반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 이상 뒤지던 열세를 TV 토론회에서 완전히 뒤집으며 이계진 한나라당 후보에 대해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광재 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있는 최문순 민주당 후보는 TV 토론회를 통해 상대적으로 앞서고 있는 엄기영 한나라당 후보를 확실히 따라잡겠다는 전략을 나타내며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반면 엄후보측에서는 TV 토론회를 피할 수는 없으나, 가급적 조용히 넘어가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강원 지역은 영동과 영서 간의 정서 차이가 크다. 문제는 엄후보와 최후보 모두 영서(춘천)에 기반을 두고 있어 영동 지역은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최후보가 유독 영동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지난 3월31일 실시한 강원 지역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보수 성향이 강한 영동 지역에서는 엄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다. 그런데 최근 삼척 원전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당초 원전 유치에 찬성이었던 지역 주민들이 일본 원전 사고 여파로 반대로 돌아서자 엄후보 역시 기존 찬성 입장에서 슬그머니 반대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던 최후보측은 이를 놓치지 않고 “엄후보는 삼척 원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라”라고 공격하고 나섰다. 여기에 민주당이 최근 송훈석 무소속 의원을 영입한 것도 한몫하고 있다. 송의원은 영동 지역인 속초·고성·양양에서 3선을 한 중진 의원이다. 프레시안이 지난 4월9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동해·삼척에서 최후보는 43.0%의 지지율을 보이며 40.4%인 엄후보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동 지역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던 엄후보측에 비상이 걸렸음은 당연하다.

 전남 순천

전남 순천의 경우 최대 관건은 여섯 명이 난립하는 민주당 성향 무소속 후보들의 단일화 성사 여부이다. <시사저널>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 후보가 단일 후보로 나설 경우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김선동 민주노동당 후보에 비해 앞서지만, 다자 구도로 갈 경우에는 김후보가 1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무소속 후보들 중 구희승·조순용 후보 등은 완주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고 있다. 따라서 무소속 단일화가 안 될 경우에는 혼전이 예상된다.

또한 야권 연대를 위해 이 지역 무공천을 실현한 민주당 지도부가 과연 김선동 민노당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느냐 여부도 관건이다. 일단 무공천에 대한 지역민들의 평가를 위해서라도 김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정서상 김후보보다는 무소속 후보들과 더 가깝다는 점에서 주저하는 민주당 인사들이 많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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