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 관련주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5.02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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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무역 발전 계획’ 발표 등 중국 소비 시장 활성화 전망 밝아

 

▲ 지난 4월29일의 한국거래소. ⓒ시사저널 유장훈

중국이 거대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출에 치중하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내수 시장을 키우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하고 있다. 성장 전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5월에 소비 증가 방안을 담은 ‘국내 무역 발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일자리 늘리기와 함께 서비스업, 도·소매업, 농촌 소비 활성화 정책 같은 갖가지 소비 확대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지난 3월에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열고 중국을 소비 시장으로 키우는 중·장기 계획을 채택했다. 중국은 앞으로 5년간 성장률 목표치를 7.5%에서 7%로, 투자 증가율은 20%에서 18%로 낮추었다. 그러나 소비 증가율 목표는 15%에서 16%로 높였다. 중국 12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은 올해 시작된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비 진흥책 이면에는 중국의 장기적인 경제 성장 정책이 맞물려 있다”라고 말했다.

최저 임금도 가파르게 올라 구매력 상승

중국 임금은 지난 2000년 이래 해마다 15.5%씩 늘어나고 있다. 올해 들어 12개 지역 임금 상승률은 20%를 넘어서고 있다. 최저 임금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린(吉林) 성이 최근 최저 임금을 크게 올리는 등 올해 1분기에만 13곳이 최저 임금을 올렸다. 인상 폭은 평균 20.6%에 이른다. 지난해 4분기 상승 폭인 13.7%를 상회한다. 오은수 현대증권 시장분석팀 연구원은 “이같은 임금 상승 이면에는 13억 인구를 바탕으로 중산층을 두텁게 만들어 내수 시장을 확보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깔려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중국은 수출 주도 성장 전략을 채택했다. 전세계에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을 수출하며 2조 달러나 되는 외환보유고를 쌓았다. 중국은 이제 필수 소비재, 전기·전자 제품, 자동차까지 생산하며 전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수출 위주 성장 전략은 유효했다. 중국은 눈부신 성장을 거듭한 끝에 미국과 함께 G2로 분류될 정도로 경제 대국으로 부상했다. 지난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5조7천4백51억 달러까지 올라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에 올랐다. 1인당 국민소득이 3천6백50달러이다. 20~30년 전 한국과 타이완 수준까지 국민소득이 올라온 것이다. 국민소득이 3천 달러를 넘어서면서 지갑이 열릴 만한 여유가 생기고 있다.

중국 당국은 내수 위주 성장 전략을 채택해도 충분한 유효 수요가 자국 안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중국은 내수를 늘릴 온갖 정책을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중국은 개인소득세와 기업 부가가치세 부담액을 줄여 가처분소득을 늘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가전하향(농촌 거주자나 노동자들이 가전제품을 사면 보조금 지급)이나 이구환신(도시 지역 거주자가 가전제품을 신제품으로 교환하면 보조금 지급) 같은 소비 진작책을 실행하고 있다. 올해 6월 배기량 1천6백cc 미만 연비 개선 차량에 대해 차량 1대당 3천 위안씩 에너지 절약 자동차 보조금을 지급한다. 중국 당국은 2015년 섬유·의복 시장을 1조5천억 위안까지 성장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가전 산업 생산 총액을 해마다 8~10% 늘려 2015년 1조1천억 위안까지 키운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국 정부는 소비와 함께 투자도 늘린다. 내수 시장의 양대 축인 소비와 투자를 함께 확대하는 것이다. 중국은 앞으로 2015년까지 태양광, 풍력, 원자력, 신에너지 자동차, 바이오 산업, 신소재 같은 7대 전략적 신종 산업 분야에 뭉칫돈을 쏟아붓는다. 올해부터 5년 동안 10조 위안가량이 신종 산업에 투입된다. 중국 당국은 환경 보호 산업을 2015년 GDP의 7~8%까지 키울 계획이다.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자동차에 구매 보조금을 지급해 신에너지 자동차 소비를 유도한다는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중국 경제 펀더멘털(기초 여건)이 눈에 띄게 좋아지면서 위안화 가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 경제 기초 여건에 어울리지 않게 위안화 가치는 저평가되었다. 무역 흑자는 산더미처럼 쌓이고 외환보유고는 2조 달러까지 치솟아 위안화 가치 상승 압력이 커졌다. 미국은 위안화 가치 절상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오는 5월9~1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미·중 전략 경제 대화가 열린다. 미국 재무부는 조만간 환율 보고서를 발표한다. 이 보고서에 담길 환율 조작국 명단에 중국이 포함될지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로 인해 위안화 절상 압력이 커지면서 위안화 환율은 달러당 6.50위안까지 내려가고 있다. 4월에 들어서자 위안화 절상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위안화 역외 환율은 달러당 6.33위안까지 오르고 있다. 중국 당국은 위안화 상승을 용인하고 있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4월 넷째 주 “환율이 물가를 억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후샤오롄 인민은행 부행장은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하반기에 위안화 거래의 유연화를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소비가 중국 GDP 높일 것”

지금까지 세계 경제는 미국이라는 소비 공룡에 의존했다.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가 닥치기 전까지 미국 소비자들이 빚까지 내면서 흥청망청 소비한 덕에 세계 경제는 성장했다. 중국, 한국, 타이완 같은 신흥 국가는 미국 수출을 늘리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이지만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소비 성향이 줄었다. 주택시장은 살아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실업률은 여전히 높다. 경기가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만 소비나 투자가 금융 위기 이전만큼 시원스럽지 않다. 세계 경제는 새 소비 시장을 찾고 있다. 미국 소비자가 닫은 지갑만큼 씀씀이가 넉넉한 새 소비 주체가 필요한 것이다. 중국이 그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가치 투자의 대가 앤서니 볼튼은 “(중국) 내수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최고의 경제 성장기를 지나고 있다. 중국 소비는 해안에서 내륙으로 옮겨가고 대도시에서 중소형 도시로 이동한다. 내수는 해마다 10% 이상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소비가 중국 국내총생산(GDP)을 높이는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내수 시장이 활성화할 기미가 뚜렷해지자 한동안 잊고 지냈던 중국 내수 관련주가 부각되고 있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내수 성장 관련주로 아모레퍼시픽, CJ오쇼핑, 락앤락, 베이직하우스, 롯데쇼핑 등을 꼽고 “임금 인상과 소비 진흥을 위한 정책 지원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 중국 내수 시장이 점차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내수 활성화로 수혜가 예상되는 중국 내수 관련주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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