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김승유’, 누가 적임자일까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5.1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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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김정태 하나은행장, 유력한 차기 하나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돼
▲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왼쪽)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오른쪽). ⓒ 연합뉴스(왼쪽사진) / ⓒ 뉴스뱅크 (오른쪽 사진)

하나금융그룹 내에서 김승유 회장의 카리스마는 절대적이다. 지난 1997년 하나은행장에 오른 이래로 14년째 하나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다. ‘직업이 금융 CEO’라고 불릴 정도이다. 이런 김승유 회장의 리더십이 최근 급속히 흔들리고 있다. 그룹의 최대 현안이던 외환은행 인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면서 ‘김승유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김회장은 지난 난 13일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대책 중 하나이다”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김회장이 ‘폭탄 선언’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이다.

 김사장, 굵직한 M&A 처리한 정통 ‘은행맨’

김회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윤병철 전 우리금융 회장은 ‘(김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했다. 그때마다 이사들이 만류해서 물러나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지난 3월 연임을 앞두고도 김회장은 최고경영자의 연령 제한 상한선을 정관에 포함시키면서 사실상 물러날 의사를 밝혔다. 그런데 이번에도 외환은행 문제가 겹치면서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김승유 회장은 하나금융그룹의 또 다른 프리미엄이다. 하나은행이 이 프리미엄을 쉽게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심스럽게 거론되던 ‘포스트 김승유’ 체제가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김종열 하나금융지주 사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두 사람은 1952년생 동갑내기이다. 김승유 회장과 함께 하나은행 성공 신화를 이끈 인물이기도 하다. 김사장은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 때부터 김회장과 같이했다. 김정태 행장은 서울은행과 신한은행을 거쳐 1991년 하나은행 출범 때 합류했다. 때문에 김종열 사장이 먼저 은행장을 지낸 후, 김행장에게 바통을 넘기는 식으로 그룹을 이끌어왔다.

경영 스타일 차이는 크다. 김사장은 금융권 CEO로는 드물게 문학을 전공했다. 부산고와 서울대 중문과를 나와 1978년 한국투자금융에 입행했다. 이후 33년간 하나은행에 재직한 정통 ‘은행맨’이다. 그동안 굵직한 사안을 많이 처리했다. 1998년 충청은행 인수와 1999년 보람은행 인수 등을 진두지휘했다. 2002년 서울은행과의 합병 역시 김사장 작품이었다. 그룹 성장의 기틀을 다졌던 대한투자증권 인수 역시 김사장이 행장으로 있을 때 마무리되었다. 대투증권 인수로 하나은행은 국내 자산운용 시장에서 1위에 등극했다.

이를 바탕으로 김사장은 지난 2005년 금융지주회사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잇따른 성장 전략은 적지 않은 후유증을 낳았다. 건전성 및 수익성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성장 폭이 크게 둔화되었다는 평가이다. 올해 초 하나은행은 미국 주식과 채권 투자 과정에서 수백억 원대 손실을 보면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 주의 조치를 받았다. 당시 행장이었던 김사장 역시 ‘주의’ 징계를 받았다.

구원 투수로 나선 것이 김정태 행장이었다. 김행장은 김사장과 달리 정통 ‘하나은행맨’은 아니다. 30세에 은행에 취업했을 정도로 출발이 늦었다. 서울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의 영업점을 두루 거치면서 영업력을 키웠다. 지난 2006년에는 하나대투증권 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영업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나대투증권 사장 취임 1년 만에 총 자산을 24조8천억원에서 31조2천억원으로 늘렸다. 당기순이익도 4백72% 성장시킨 ‘영업통’이다.

김행장, ‘펀 경영’으로 조직 갈등 봉합한 귀재 

▲ 지난해 12월 외환은행 인수 관련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김승유 회장. ⓒ연합뉴스

김행장은 ‘펀 경영’으로 유명하다. 2008년 3월 하나은행 행장에 취임한 후, 정문에서 고깔모자를 쓰고 서서 출근하는 직원들과 하이파이브를 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그는 취임 초부터 상하 간에 격의 없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했다. 은행장실부터 자신의 영문 이름 약자를 딴 ‘JT 조이투게더 룸’으로 간판을 바꿔달았다. 이같은 점이 침체에 빠진 하나은행에 활력소를 보탰다는 평가이다. 하나은행의 한 관계자는 “김정태 행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자신을 낮추어서 직원을 융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리더십이 조직원 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 역시 이번 외환은행 인수 실패에 따른 책임을 면키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외환은행 인수 후 상황을 염두에 두고 1년 연임이 확정되었다. 거취 자체가 외환은행과 맞물려 있다. 외환은행 인수 실패가 확정될 경우 거취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못할 경우 4조원 안팎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한다.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 증자에 참여한 국내외 투자자가 손해 배상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 4조6천8백89억원 중 2조4천5백53억원을 외부에서 조달했다. 이 중 제3자 배정 유상 증자로 조달된 자금은 1조3천3백53억원에 달한다. 외환은행 인수 실패로 주가가 곤두박질치면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 내부에서는 오래전부터 두 사람의 경쟁 관계가 부각되었다. 최근 후계 구도가 거론되는 시점이어서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측은 “후계 구도는 아직 언급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회사의 한 관계자는 “(김사장과 김행장은) 각각 그룹 총괄센터와 개인 금융을 이끌고 있다. 라이벌 관계이기는 하지만, 내분이 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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