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에 매몰되지 말고 산업의 큰 그림 그려라”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5.15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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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자산운용 윤창보 전무 / “스타 매니저보다 시너지가 중요해”

 

ⓒ시사저널 박은숙

2008년에 설립된 신규 운용사인 GS자산운용은 올해도 수익률 톱 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금융업과 전혀 관련이 없던 GS그룹의 신규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이 회사의 최고투자책임자인 윤창보 전무는 “설립 이후 지난 2년 동안 꾸준히 수익률 상위권에 올라 있다. 1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운용의 기본적인 틀을 지켜가면서 꾸준히 성적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보수적인 사풍으로 유명한 GS가의 일원답게 GS자산운용은 운용 철학이 ‘밸류 인베스트먼트, 고객의 신뢰를 받는 자산운용사’이다. 요즘 같은 압축형 펀드가 대세인, 그러니까 몇몇 주도주에 대한 ‘몰빵 투자’로만 수익을 내는 시장에서 이것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윤전무는 “가치 투자를 주당 순이익률(PER)이 낮은 기업에 대한 투자라고만 생각하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가치 투자에는 성장형 투자 기회와 가치형 투자 기회라는 두 종류가 있다”라고 말했다. 해마다 이익이 커지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에 대한 투자가 바로 가치 투자이고, 그것이 성장형 투자 기회라는 것이다. 가치주가 단순히 부채 비율이 낮고 보유 부동산이 많고 내부 유보율이 높은 주식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변동성 낮다고 꼭 안전하지는 않아

그는 같은 맥락에서 최근 시장의 화두가 되고 있는 ‘몰빵 투자’를 설명했다. “포트폴리오가 압축되면 변동성이 크고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이 생각은 오해일 수도 있다. 변동성이 낮다고 해서 꼭 안전하지는 않다. 워렌 버핏은 그 큰 자금을 글로벌하게 투자하지만 종목이 많지는 않다. 단순히 포트폴리오의 종목이 많다거나 압축한다거나 어느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같은 업종의 종목이 있다면 굳이 두 개, 세 개를 가져갈 이유가 없다. 우리는 그런 면에서 코스피 전체를 벤치마크하면서 압축해서 선택한다.”

그는 화학주나 정유주, 자동차 부품주도 이런 이유에서 사랑한다. “화학주나 정유주는 구조적인 성장 단계에 들어가 있다. 지금 많이 올라가 있지만 적어도 앞으로 2~3년은 더 커질 수 있다”라고 그는 이유를 설명했다. 그가 종목을 선택할 때 제일 중요하게 보는 덕목은 이익의 지속성이다. 올해 이익률이 30%이지만 내년 이익률이 불확실한 기업과 올해 이익이 20% 선이지만 내년에도 15% 이상의 이익률이 확실한 기업이 있다면 그는 당연히 후자를 선택한다.

최근 코스피가 2200이 넘고 꼭지론과 조정론이 화두가 되면서 시장의 눈치가 극심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해 시장의 화두가 저PER였다면 올해는 리레이팅, 재평가이다”라고 말했다. 이 얘기는 주가가 많이 올라서 시장 참여자들이 이 값에 이 종목을 사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재평가를 해서 더 올라갈 만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되면 사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차익 실현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기업의 이익 측면에서 희망이 있다고 판단한다. 미국 위주의 시장 질서가 중국으로 대표되는 이머징 경제의 양대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런 변화에 한국 기업이 가장 잘 적응하고 있다. 적어도 앞으로 1~2년 이상은 우리 기업이 계속 클 것이다.”

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은 직업적인 이유(?)에서라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이에 대해 그는 이렇게 반박했다. “리레이팅은 자기 최면이 아니다. 리레이팅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기업의 이익이다. 기업의 이익이 창출되지 않으면 비싼 것이다. 우리 기업이 더 큰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보니까, 아직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2분기 실적에서 1분기 못지않은 이익이 나오면 사람들이 재평가를 할 것이다.”

한국 시장, 중국 변수에 종속된 것이 현실

그가 보기에 우리 경제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칠 요소는 ‘중국발 변수’이다. 중국이 건전하게 성장하는 한 우리 기업에 대한 투자 여력이 생기지만 중국에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 기업이 가장 큰 영향을 받고 한국 주식 시장이 타격을 입는다는 것이다. 어느새 한국 시장은 중국 변수에 종속된 것이다.

그는 지수 전망은 하지 않았다. 다만 세계 주식시장의 PER 평균이 12배인데 우리 시장이 코리아 리스크도 많이 없어져서 그 수준에는 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 시장의 PER가 12배 가면 지수는 2400 전후가 된다. 다만 그는 “지난해에는 뭘 사도 되었지만 올해는 굉장히 긴장하지 않으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 지금 2200에서 2400으로 간다고 해도 상승률이 10%도 안 된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이 상승 중인 종목이나 저평가된 주식은 20~30% 이상 더 수익을 낼 수도 있다. 올해만 좋은 것이 아니라 내년, 내후년도 좋은 기업을 골라야 한다”라고 말했다.

1988년 제일증권(현 한화증권)에 입사해 주식운용역으로 첫발을 내딘 윤전무는 매니저 이력 중 몇 번의 실패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성공으로 최고 투자책임자가 되었다.

최근 실패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오테크닉스라는 종목이다. 진가를 너무 일찍 알아보는 바람에 일찍 샀다가 견디지 못하고 털었는데 얼마 안 가 고공비행을 벌이면서 그를 아프게 했다. 그때 배운 교훈이 ‘타이밍’이다. 반면 이베이의 영업 전략을 분석해 옥션을 미리 사들여 수익을 본 것이나 금호석유화학의 오너 리스크 때문에 난상 토론을 벌이다 결국 회사 가치를 중시해 사들여 큰 재미를 본 것은 그의 기쁨이기도 했다. 당연히 그는 주가지수보다는 종목 발굴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한다. 정확한 판단으로 선택과 집중을 한다면 지수는 오를 수도 있고 빠질 수도 있는, 지나가는 바람이기 때문이다.

“스타 매니저보다는 시너지가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는 그는 매주 목요일에 종목 발굴 회의를 연다. 사내의 산업별 담당 매니저가 심층 자료를 작성하고 모두 모여서 난상 토론을 벌인다. 종목에 매몰되어 전체 산업의 큰 그림을 못 보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렇게 선정된 종목이 35종목 정도 된다. 다른 자산운용사에 비해 편입 종목이 적은 편이다.

윤전무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서 아침에 한 시간씩 운동하고 7시면 출근한다. 매일 운동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서다. 발굴을 잘하고 판단을 잘하기 위해서는 맑은 정신이 필수라고 보기 때문에, 그는 주말에는 꼭 쉰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일요일에 가족을 버리고 출근하는 ‘여의도 기러기’가 많은 것에 비하면 의외이다. 그는 “운용 철학이 있고 체력이 좋은 매니저가 롱런한다”라고 믿는다.


 “자기가 잘 모르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
임현근 주식운용 1팀장

GS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 1팀장을 맡고 있는 임현근 매니저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1998년 3월 LG증권으로 입사해 5년 동안 일선 지점에서 브로커 영업을 했다. 그의 투자 경력의 전환점은 2003년 초 회사에서 실시한 랩어카운트 상품 매니저 사내 공모. 그는 이 공모에 합격해 5년 동안 2천5백억원 규모의 펀드까지 운용해봤다. 2005~07년 까지 그가 운용한 펀드의 수익률은 자산운용사의 수익률 1등 펀드보다 더 수익률이 좋았다. 말하자면 그가 우리나라에서 랩 상품을 처음으로 운용한 매니저가 된 셈인 것이다.

이를 계기로 그는 2008년 첫 출범한 GS자산운용의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GS자산운용에서 임팀장은 의류업체 베이직하우스나 오리온, 락앤락을 발굴해 화제와 수익을 동시에 잡았다. 사실 국내에서 베이직하우스는 할인점에 주로 입주해 있는 범용 브랜드였다.

하지만 중국 시장의 베이직하우스와 한국 시장의 베이직하우스는 전혀 달랐다. 이 회사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국내 적자가 100억원이라면 중국 시장 흑자가 2백억원이라는 식으로, 팽창하는 중국 내수 시장의 첫 수혜자였다. 현장 실사를 통해 기업 가치를 확인한 임매니저는 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고 수익을 냈다. 그는 최근에는 계속 진화 중인 중국 내수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어 의류 등 필수 소비재에서 화학 정유쪽 테마로 종목을 바꿔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내수 혜택을 받고 있는 화학에서 정유주쪽으로 다시 한번 물꼬를 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그는 “화학업종 중 2차전지나 태양광 관련주는 홀딩, 정유주도 홀딩 중”이라고 밝혔다. 그의 투자 원칙은 “선택과 집중이다. 자기가 잘 모르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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