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이미 불교계 길들이기에 나선 듯”
  • 조현주 기자 (cho@sisapress.com)
  • 승인 2011.05.15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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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은 사춘기> 책 펴낸 봉은사 전 주지 명진 스님 인터뷰

 

▲ 지난 5월4일 봉은사 전 주지였던 명진 스님이 수행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웃고 있다. ⓒ시사저널 전영기

봉은사의 전 주지인 명진 스님이 책을 냈다. 지난 4월20일에 발간된 <스님은 사춘기>는 명진 스님이 지난 4년 동안 봉은사 일요법회에서 설한 법문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봉은사 사태’ 이후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나 수행을 하고 있던 스님이 돌연 책을 낸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5월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한 사무실에서 명진 스님을 만나 그의 ‘못다 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계기로 책을 출간하게 되었나?

내 의지라기보다 요청에 따른 것이다. 봉은사에서의 법문을 정리해주던 이가 있었는데, 그가 바로 <스님은 사춘기>를 출판한 회사의 사장이다. 정리를 마치고 나자 책을 내보고 싶다고 제의를 했다. 출판사 사장이 “저희 같은 작은 출판사에서는 책을 내지 않으실 것 같다”라고 반문한 것이 오히려 책을 내게 된 계기가 되었다.

<스님은 사춘기>를 보면 봉은사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봉은사를 ‘한국 불교의 모순이 집약된 곳’이라고 묘사했는데, 무엇 때문인가?

쉽게 말해 봉은사는 한국에서 제일 예산이 많고 강남의 신도들이 드나드는 ‘부자 절’이다. 견물생심이라고, 물질이 있는 곳에는 욕망이 생기기 마련인데 봉은사가 그랬다. 원래 봉은사 주지가 되려면 임명권자에게 로비로 돈을 갖다 바치게 되어 있다. 주지가 바뀔 때마다 로비 명목으로 얼마나 많은 돈이 오가는 줄 아는가. 게다가 주지는 ‘불전함’을 자기 마음대로 쓴다. 불전함에 들어가는 돈이 1년이면 15억원 정도이다. 주지는 그 돈을 가지고 (종단에서) 각종 로비를 한다.   

그런 봉은사의 주지로 있으면서 쇄신하기 위한 노력을 했는가?

봉은사 주지로 갈 때는 ‘운동권 스님’ ‘좌파 스님’ 등 신도들 사이에서 인식이 좋지 않았다. 봉은사의 재정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불전함 열쇠를 신도들에게 넘긴 이후로 신뢰를 받게 되었다. 또 다른 계획은 천일기도였다. 주지 스님이 종단 정치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녀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그 여파로 결국 ‘봉은사 사태’가 빚어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일기도 동안에 모인 성금 1억원을 모두 용산 참사 희생자들에게 기부했었는데 이에 대해 정부·여당이나 총무원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당시 총무원장은 3백만원을 내놓았다. 하급 기관이 1억원을 내놓는데 기분이 상하지 않았겠나.

봉은사 주지에서 물러나는 과정에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지난 3월6일 봉은사에서 마지막 법문을 통해 ‘국정원 개입’ 의혹도 제기했고….

리영희 선생의 49재에 참석해 정권에 대한 비판을 했었다. 그 이후 원세훈 국정원장이 봉은사 현 주지 스님(진화 스님)을 만나 내 법문 내용과 관련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고 한다. 이것이 내가 주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게다가 만약 내 의혹 제기에 문제가 있었더라면 벌써 고발을 하든지 해서 조치를 취하지 않았겠나. (이에 대해 국정원측은 “원세훈 국정원장은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으로 정부와 조계종의 사이가 벌어진 이후 국정원장이 봉은사측과 접촉을 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답했다.)

4·27 재·보선과 관련해서 특히 강원도 내 불교계가 은근히 최문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얘기가 있다.

당연히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크게 이상한 부분은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에 소망교회에서는 지지율이 70%대에 이르렀다고 한다. 당시 내가 봉은사에서 천일기도를 할 때였는데, 봉은사에서는 반대율이 70%대였다. 법회를 열면 민주당 의원이 10명 정도 찾아왔고 한나라당은 3~4명이었다. 오죽하면 축사를 했던 법정 스님께서 ‘여기가 민주당 전당대회 아닌가’라는 우스갯소리를 했겠나.

실제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서도 불교계가 야당 지지 등 선거에 개입할 소지가 있나? 종교가 정치에 개입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을 텐데.   

아직 가늠하기는 어렵다. 불교계 전반이 아닌, ‘윗선’은 사정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만 해도 이명박 선거 캠프의 상임고문을 맡지 않았나. 또 벌써 정부가 길들이기를 시작하는 것 같기도 하다.

길들이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달라.

▲ 지난 4월18일 봉은사 일요 법회에서 명진 스님이 법문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총무원장 스님이 총무원장 후보로 등록하면서 승적부를 위조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발된 사건이 있었다. 그것이 처음에는 무혐의로 처리되었다. 그러다 돌연 3주 전쯤 서울고검에서 서울중앙지검에 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결과가 어땠는지 아는가. 열흘 만에 첫 수사 때와 똑같이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되었다. 증거 불충분으로 두 번이나 무혐의 처리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 알고 보니 수사를 담당한 검사가 대통령직인수위에 있었던 사람이었다. 템플스테이 예산안이 삭감되면서 조계종에서 여당 의원들의 출입을 막겠다고 나오니까 청와대가 나선 것 아니었겠나.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 밀접한 교감’이 있어서 생긴 압박이었다.

 종교가 정치화되는 것도 고민해볼 문제 아닌가?

 왜 종교가 정치화되는지를 묻고 있는데, 나는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권력에 대한 비판이 왜 정치적인가. 권력을 비판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 수혜를 받는 것이야말로 진짜 정치적인 것이다.

권력의 수혜를 입는 것이 정치적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불교계는 현 정부에서 별로 수혜를 입지 않았기 때문에 덜 정치적이라는 말인가?

현 정권 초기에 불교계에 ‘반MB 정서’는 거의 없었다. 무언가 수혜를 볼 것이라고 기대했다가 잘 되지 않으니까 약간 돌아섰을 뿐이다. 앞서 내년 대선에서 불교계가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을까를 묻지 않았었나. 내 생각에는 (힘 있는 주지들이 이미 여당 쪽에 관여한 바가 있어서)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불교계의 바닥이나 불교 신자의 심리는 이들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나는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을 때부터 ‘허언필망(虛言必亡: 헛된 말은 반드시 망한다)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재·보선에서도 그것이 증명되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계획은?

최근에 책을 낸 것과 관련해 일이 많았다. 곧 권양숙 여사도 찾아뵐 계획이다. 예전에 천일기도 도중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 참석한 것에 대해 권여사께서 미안해하는 부분도 있고…. 사실 그동안 내가 들떴던 부분이 있었다. 여름에는 토굴 같은 곳에서 수행을 더 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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