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지지 회복 못 하면 절망적”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5.2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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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한나라’ 이끄는 남경필 의원 인터뷰 / “표현의 자유 억압한 정부 책임이 크다”

ⓒ시사저널 유장훈

한나라당 내 ‘쇄신’을 요구하는 소장파들의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가 신주류로 떠오르면서 이를 주도한 4선의 남경필 의원이 급부상했다. 재선의 정두언·나경원 의원과 함께 ‘3자 연대’를 통해 당권 도전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이를 발판 삼아 내년 대선에서 ‘40대 기수론’을 내세울 것이라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그래서일까. 당초 남의원은 <시사저널>의 인터뷰 요청을 고사했다. “너무 나서는 것 같다”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쇄신·소장파들이 당권을 획득하기 위해 계파 세력화한다는 여권 일각의 비판이 계속되자 “정확한 입장을 해명해야겠다”라며 인터뷰를 자청하고 나섰다. 5월11일 국회 외교통상위원장실에서 남의원을 만났다.  

‘새로운 한나라’가 한나라당 내에서 새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두고 소장파들이 또 하나의 계파 세력화를 꾀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있다.

그렇게는 안 한다. 계파 해체하자고 만든 모임인데…. 모임의 성격이 가치와 정책 위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사람 위주로 갈 것인가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그 차이가 계파냐, 아니냐의 갈림길이다. ‘새로운 한나라’는 정책적 가치를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이른바 소장파들이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당내 위기 때만 되면 세를 규합하는 등 오히려 이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려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듯하다.

일정 부분은 타당한 면도 있다고 본다. 새로운 방향에 대한 가치를 정립하기도 전에 우리 내부에서 사람(대표)에 대한 부분이 먼저 나왔다는 것에 대해서는 그런 비판을 들을 소지가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새로운 쇄신의 흐름을 권력 투쟁으로 몰고 가서 무력화시키려는 (주류의) 의도도 숨어 있는 것 같다. 지금껏 쇄신을 주장해 온 우리들은 주류 위주의 독선적 국정 운영을 비판했고, ‘끼리끼리’ ‘회전문’식의 청와대 인사를 비판해왔다. 우리 쇄신 모임 역시 질문한 그런 비판에 대해서 귀를 열고 수용하고 개선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당권을 쟁취하기 위해 뭉친 것이 아니냐’ 하는 비판을 겸허히 수용한다. 따라서 앞으로 모임 자체를 통한 단일화 후보 논의 같은 것은 일절 없을 것이다.

야권 연대에 맞서 여권에서도 선진당과의 합당 등 ‘보수 대연합론’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너무 빠른 얘기이다. 아직 새로운 가치, 새로운 행동 양식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는 7월 전당대회가 그것을 제시할 것이다. 새로운 당 대표가 선출되면 그 대표의 주도하에 외부 세력과의 연대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논의해야 할 것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계 개편의 가능성이 언급된다. 신당 창당설도 나오고, 당명 개정까지도 거론되는 듯하다.

한나라당이 지금 어려움에 빠져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정당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다. 능력과 문제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한나라당은 민주당을 비롯한 다른 정당들을 압도한다. 나는 한나라당원임이 자랑스럽다. 이 이름이 오래오래 살아 숨쉬기를 바란다.

20~30대 등 젊은 층이 한나라당에 비판적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이재오 특임장관은 “젊은 층은 한나라당을 그냥 싫어한다”라고도 했다.

그냥 싫어하는 것은 없다. 지난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층에는 20~30대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층 눈으로 보면, 한나라당이 촌스럽고, 꽉 막혀 있고, 답답하고,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20~30대 젊은 층에게는 행동 양식이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여당이) 무조건 밀어붙이고,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독주하고, 자유를 억압하고, 그러한 지속성이 한나라당을 싫어하게 만든 이유가 된 것이다. 보수가 지켜야 할 가장 기본 가치는 ‘자유’인데, 우리 정부 들어와서 오히려 자유라는 가치를 훼손했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다. 미네르바 구속, <PD수첩> 작가들 이메일 수사, 김제동씨 출연 금지 등. 민주주의의 역행이라고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자유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름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자 행동 양식이다. 이것을 한나라당이 회복해야 한다.

오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권 도전설도 나오고, 내년 대권 도전설도 나오고 있다.

감사한 말씀이고, 영광이다. 솔직히 정치인 입장에서 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테고, 또 하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개인적으로 자리를 탐하거나 논할 때가 아니다.

그래도 쇄신 모임에서 대표성을 띤 한 사람이 나설 것 아닌가?

그것도 아니다. 지금은 변화와 포용을 같이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가 우리끼리 단일화해서 한 명을 내세우겠다는 것부터가 우리 스스로가 마이너리티임을 또 한 번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세력과 대결하겠다는 것이 된다. 이 두 가지 방향 다 맞지 않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우리가 해야 할 것은 그동안 국정 운영과 당 운영을 주도해왔던 친이계 주류 선배들에게 “상당 부분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고, 변화의 요구가 많으니, 지금껏 당 운영을 주도해 오지 않았던 인물로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것이다. 그것을 세력으로 보면 친박계와 쇄신 그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쇄신 그룹에게 한번 맡겨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남경필·정두언·나경원’ 3자 연대에서 한 명을 대표로 내세우는 방안도 거론되던데.

인위적으로 그렇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게 해서 설사 소장파 대표 한 명이 간신히 당 대표로 선출되었다고 치자. 나머지 최고위원들은 또 거기에 반대하는 사람들로 포진되어서, 매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치고받고 싸우는 그런 ‘봉숭아학당’ 같은 꼴을 또 보인다면 그나마 미련을 갖고 있던 국민들은 이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지난해 전당대회 때 선출된 지도부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분명한 것은 절대 이번 전대를 통해 선출되는 지도부가 또 ‘봉숭아학당 시즌2’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나는 ‘4중 대표론’을 말하고 싶다. 중년층, 중산층, 중부권 지역, 중도 성향의 지지를 이끌어내는 그런 절대적 지지를 받는 지도부가 당의 큰 화합을 이루어내야 한다.

‘미래 권력’인 박근혜 전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약한 듯하다.

현재의 국정을 책임지는 정부와 주류에 비판을 더 가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전 대표가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덜 노출되었을 뿐이다. 앞에서 강조했지만, 내년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젊은 층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핵심적인 가치가 자유라는 측면에서 볼 때는 사실 박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운다고 보았을 때 상당히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남의원은 왜 항상 비주류에 머물러 있나?

내가 원하는 가치와 행동 양식대로 갈 것이다. 그것이 주류가 될 시대가 오면, 그런 정치적 상황이 오면 (주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주류가 되기 위해서 일부러 행동 양식을 바꿀 생각은 없다.

바꿔 말하면 책임을 안 지겠다거나,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아닌가?

앞으로는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거꾸로 말하겠다.

남의원에 대해서는 4선의 중진급임에도 불구하고 ‘가볍다’ ‘무게감이 떨어진다’ ‘리더로서의 안정감이 없다’라는 지적들이 나온다.

정치적 철학과 가치 면에서 좀 더 확실한 나만의 방향과 목소리를 갖추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한다. 다만, 단지 ‘나이가 젊다’라거나, ‘생긴 것이 젊어 보인다’라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평가하는 것은 시대의 패러다임에 역행하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은 중후함이나 무게감 이런 이미지보다는 가볍고 유연한 그런 새 인물들을 더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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