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현지에서 확인한 ‘국민 살리는 의료 복지’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1.05.29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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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독재 국가가 세계적 의료 모범국이 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한 정밀 분석 보고서

▲ 의료 천국, 쿠바를 가다 요시다 다로 지음파피에 펴냄296쪽│1만5천원

미국 내 유아 사망률이 ‘독재 국가’ 쿠바보다 더 높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던 때가 있었다. 쿠바의 의료 상황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다.

2005년 1월12일자 뉴욕타임스에 ‘헬스 케어? 쿠바에게 물어라’라는 제목으로 기사가 실렸는데, 이 기사를 본 많은 미국인이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기사는 대강 이런 내용이다.

‘슬픈 사실을 전하자. 만약 미국의 유아 사망률이 쿠바와 같았다면 우리는 1년에 2천2백12명의 아이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들은 미국의 의료 제도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CIA(미국 중앙정보국)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생아가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은 가난한 독재 국가로 여겨지는 쿠바의 이하이다. 현재 미국의 유아 사망률은 1천명당 7명이지만, 쿠바는 6.2명이다. 미국은 쿠바보다도 유아가 살아남지 못하는 것이다.’

쿠바인의 평균 수명도 선진국 수준이다. 쿠바에서는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교육비가 무료이고, 암 치료와 심장 이식까지 전부 무료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거꾸로 한국에서는 2008년에 ‘의료 민영화’를 추진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전 국민의 거센 반발에 부딪쳐 잠시 수그러들었지만 언제 다시 불쑥 튀어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한국의 건강보험 보장률도 2007년 64.6%에서 2008년 62.2%로 오히려 떨어졌다는 통계가 나왔다. 의료비 개인 부담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라는 말이다. 건강보험이 의료비 부담을 해결해주지 못하자 민간 의료보험 시장이 해마다 평균 15%씩 급성장하는 등 공보험을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 천국, 쿠바를 가다>라는 현지 리포트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의료 복지의 모범 답안이 들어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소득과 수명은 ‘대체로’ 비례한다. 그런데 딱 한 나라, 예외가 있다. 바로 쿠바이다. 45년 이상에 걸친 미국의 가혹한 경제 봉쇄, 소련 붕괴로 인한 최악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쿠바는 놀라운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구축하고 유지해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쿠바는 ‘패밀리 닥터’로 대표되는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1차 진료 조직을 확립했다. 대다수 국민을 담당하는 전국적인 1차 진료 조직이 국민의 건강 파수꾼 노릇을 하면서 치료보다 예방을 중시하는 선진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그 배경에는 과학과 의료 기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정부가 있었다.

쿠바는 경제적으로는 분명히 가난하며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나라이다. 그러나 ‘교육과 의료’에 관한 한 너무나 넉넉하고 커다란 마음을 가진 나라인 것이다. 이 나라에서 의사는 비즈니스가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굳건하다. 첨단 의료 기구나 으리으리한 의료 시설보다 ‘친절한 의사 선생님’이 더 많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한다.

쿠바의 의사들은 국제적으로도 인도적 의료 원조 활동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치고 있다. 체 게바라는 이런 미래 쿠바를 예상했는지 일찍이 다음과 같은 어록을 남겼다, ‘단 한 명의 인간의 생명은 지구상에서 가장 부자인 사람의 전 재산보다도 100만 배나 더 가치가 있다. 이웃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은 높은 소득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축재할 수 있는 모든 황금보다도 훨씬 결정적으로 영원히 계속되는 것은, 인민들의 감사의 마음이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5월23일 프랑스 소설가 르 클레지오가 대산문화재단 주최로 열리는 ‘2011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차 방한해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그는 ‘지한파’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2007년과 2008년 이화여대에서 강의도 했고, 국내 작가들과의 교류도 꾸준히 하고 있다. 그의 처녀작 <조서>(민음사 펴냄)부터 <혁명>(열음사 펴냄), 최근작 <허기의 간주곡>(문학동네 펴냄)에 이르기까지 10여 편이 번역 출간되어 국내 독자와의 만남도 꾸준히 이어왔다.

르 클레지오는 이번 한국 방문에서 유럽의 젊은이들과 사뭇 다른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는 “금융 위기로 유럽 젊은이들은 잔뜩 움츠려 있다. 소비도 절제하는 등 활기를 잃었는데, 2008년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 젊은이들은 소비도 즐기는 것 같고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다. 한국 젊은이들은 미래에 대해 낙천적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르 클레지오는 “과거 한국 문학 작품들이 전쟁의 기억 등을 많이 다루며 우울한 분위기인 데 반해,  최근 한국의 젊은 작가들은 매우 유쾌하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글을 쓰고 있다. 한국 문학의 미래가 매우 밝게 느껴진다”라면서 구체적으로 몇몇 작가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에게 문학은 ‘인간이 공통으로 느끼고 경험하는 보편적인 것들을 기록하는 작업’이다. 그래서 문학은 국경을 넘어 소통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최근작 <허기의 간주곡>에서 그런 보편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선 허기라는 소재부터가 일단 인류에게 보편적으로 다가드는 느낌이다. 작품의 주요 뼈대와 디테일에서는 자신의 어머니와 가족들을 모델로 했지만, 상상으로 쓴 허구임을 강조하는 것도 그렇다.

르 클레지오는 거대 미디어의 영향력과 급변하는 문화 현상에 따라 문학의 설 자리가 좁아들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어떤 상황이 와도 작가의 역할은 고독하게 글을 쓰면서 체제에 저항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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