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골프용품업체 인수 ‘굿샷’
  • 조득진 기자 (chodj21@sisapress.com)
  • 승인 2011.05.29 11:4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중국 시장 공략 등 글로벌 기업 수장으로서 본격 행보 펼칠 전망

▲ “이번 인수 성공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삼성, 현대차, LG 등에 이어 또 하나의 ‘한국 기업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 ⓒ윤은수 휠라코리아 회장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러나 기회가 오면 확실히 잡고 간다. 이번에 세계 1위 골프용품업체인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것도 그 연장선이다. 의류 및 아시아 시장에서 강점이 있는 휠라와 골프 공·골프 신발 등으로 미주 지역에 강점이 있는 아큐시네트의 결합은 두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키는 데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 손효주 LI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이 재계 안팎으로 화제이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5월20일 미래에셋PEF(사모 투자 전문회사)와 함께 골프용품업체인 아큐시네트 인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아큐시네트는 골프 공 세계 1위 브랜드 ‘타이틀리스트’와 역시 골프화 및 골프 장갑 세계 1위 브랜드인 ‘풋조이’, 최고급 퍼터 브랜드 ‘스카티카메론’을 보유한 매출액 1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기업이다.    

영업 사원·월급 사장 넘어 글로벌 경영 ‘훨훨’

이번 쾌거는 아디다스그룹과 세계 최대 사모 펀드인 블랙스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결과라 더욱 화제이다. 인수 자금은 1조3천억원 규모. 휠라코리아는 올해 초 미래에셋PEF의 제안을 받고 전략적 투자자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인수 이후 아큐시네트의 최고경영자(CEO)는 윤윤수 회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래에셋측에서 맡는다는 것이 두 회사의 입장이다.  

손효주 애널리스트는 “휠라코리아의 윤회장 입장에서는 날개를 단 격이다”라고 말했다. 또 손애널리스트는 “글로벌 1위 브랜드를 인수하면서도 풋백 옵션이나 차입금에 대한 부담이 덜한 상태이다. 지난 2007년 휠라코리아의 이탈리아 본사를 인수하는 과정에 함께했던 미래에셋이 이후 윤회장이 실적을 턴어라운드시키는 것을 보고 무한한 신뢰를 보낸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수 성공을 통해 윤회장이 ‘제2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그동안 윤회장의 이름 앞에는 늘 ‘샐러리맨의 우상’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녔다. 부모가 일찍 사망하는 바람에 초등학교 교사이던 형의 집에 얹혀 살았던 윤회장은 재수 끝에 서울대 치대에 합격했다. 하지만 의대에 진학하고자 휴학을 했고, 결국 삼수를 해 당시 후기 대학이던 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했다. 재학 중 외무고시에 여러 차례 떨어진 그는 다시 꿈을 접고 해운공사(현 한진해운)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미국계 회사 JC페니와 신발업체 화승 등에서 무역 관련 업무를 주로 했다. 그 경험으로 무역회사를 창업했지만 연이어 실패했다.

하지만 기회는 왔다. 신발 라이선스 업무에 관여하면서 휠라와 인연을 맺게 된 그는 1992년 휠라코리아를 설립했다. 한국지사장으로 일할 당시 그는 시장 확대에 힘입어 연봉 17억원을 받았다. 경영자로서의 승부는 2005년 휠라코리아 인수에 나서면서부터다. 윤회장은 직원들이 퇴직금을 정산해 우리 사주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채워주어 휠라코리아를 인수했다. 이어 2007년 경영난을 겪던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하면서 세상을 다시 한번 놀라게 했다. 윤회장은 “휠라코리아의 휠라 본사 인수는 단순히 꼬리가 몸통을 지배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준비와 계획 아래 이루어진 기업의 성공적인 회사 회생 절차이다”라고 말했다. 한 해 1억5천만 달러까지 적자를 보던 휠라 본사는 2010년부터 흑자로 돌아섰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윤회장이 몇 해 전 이탈리아 휠라 본사를 인수했지만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인수 성공으로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 소비자를 상대로 사업을 펼치게 되었다. 삼성, 현대차, LG 등에 이어 또 하나의 ‘한국 기업 브랜드’가 생긴 것이다”라고 말했다.

수익·경영권 확보 등 다시 시험대 올라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윤회장의 첫 번째 교두보는 중국 시장이 될 전망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중국 내 골프 인구는 해마다 20~30% 이상 늘어 현재 5천만명이 넘는다. 이 신흥 시장을 윤회장이 놓칠 리 없다. 고가 브랜드인 타이틀리스트 골프 공은 미국 생산을 유지하지만 중저가인 피나클 골프 공은 중국에서 생산한다는 구상을 이미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휠라는 이미 중국 2위 스포츠 기업인 안타(Anta)와 합작해 중국에만 올해 6백개 매장을 냈다.

윤회장은 6월 초쯤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큐시네트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향후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운영 방안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윤회장은 “앞으로 1년의 절반 이상은 미국 보스턴 아큐시네트 본사에서 일할 것이다. 2014년까지 휠라 브랜드를 나이키, 아디다스, 리복과 함께 세계 4강에 올리겠다”라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이번 인수전의 구조를 보면 미래에셋 사모 펀드,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재무적 투자자로, 휠라코리아가 전략적 투자자로 참가하는 형식이다. 보통 5~7년가량 지속되는 사모 펀드의 특성상 주주 배당을 위해서는 연 10% 안팎의 수익을 내야 하지만 현재 영업이익률은 7.5% 정도이다. 게다가 휠라코리아가 최대 주주가 아니어서 경영권 안정화도 과제이다. 그는 다시 한번 시험대 위에 선 셈이다.


ⓒ시사저널 자료
이번 아큐시네트 인수전은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과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동반 라운드 결과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전으로 박현주 회장의 존재감이 다시 부각되었다”라고 평가한다. 두산의 밥캣, STX그룹의 아커야즈 인수 등 그동안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M&A(합병·인수)가 해당 기업 주도였다면, 이번 인수는 금융사인 자산운용사가 주도한 ‘새로운 기법’이라는 것이다.  

사모 투자 펀드(PEF)는 국경을 마구 넘나들면서 은행, 자동차, 호텔, 패션, 심지어 햄버거 회사까지 돈이 될 만한 기업이라면 어디든 달라붙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기업은 해외 사모 펀드의 ‘먹을거리’였다. 국내 사모 펀드가 중소 규모의 인수전에 매달릴 때 미국계 론스타나 뉴브리지, 어피니티 같은 외국의 거대 PEF들이 외환은행과 하나로통신, 하이마트 등 국내 기업을 먹어치웠다. 때문에 미래에셋의 이번 아큐시네트 인수전 성공은 국내 PEF의 레벨을 한 단계 끌어올린 사건으로 평가된다.

미래에셋은 2003년 12월 홍콩 법인을 설립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로는 처음으로 해외에 직접 진출했다. 박회장은 아큐시네트를 인수한 후 “토종 사모 펀드도 외국과의 경쟁에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올해 안에 3~4건을 더 성사시킬 계획이다. 초대형 M&A도 몇 건 포함되어 있다”라며 자신감을 피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등록 PEF는 4월 말 현재 1백64개로 투자 약정 금액은 29조원 규모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