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트는 ‘변화’…“초라해 보일지라도 우리 힘으로 하겠다”
  • 김회권 기자 · 이규대 인턴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5.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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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명여대 총학생회는 올해 축제를 준비하면서 ‘축제 때 함께하고 싶은 가수’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축제 예산은 대략 5천만원 정도. 생각보다 빠듯했다. 일단 학생회비를 선별 납부하도록 한 뒤 학생회비 수입이 줄었고, 올해 축제에서는 기업의 협찬을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학우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축제이니까 유명 연예인을 보고 싶다’라는 의견도 있었고 ‘아예 안 불러도 괜찮다’라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UV나 <나는 가수다>의 출연진을 선호하는 의견이 많았다. 숙명여대 총학생회는 고민 끝에 박성광, 스윗소로우 등 적정한 출연료를 제시한 연예인을 섭외했다. 섭외 비용을 줄이면서 ‘비록 초라할지 몰라도 우리 힘으로 해보자’를 선택했다.

이처럼 대학 축제를 둘러싼 비판이 증폭되면서 대안을 모색하는 움직임도 늘어나고 있다. 숙명여대에서 3년째 축제를 기획하고 있는 전혜경씨는 “가수를 부르는 것에 대해 언론들이 비판하는 것은 대학생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돈 없이도 자체적으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방법을 못 찾는 것도 사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충남대는 ‘돈 없이 노는 법’을 골똘히 궁리했다. 일단 예산이 넉넉하지 못했다. 연예인들에게 15~20분 공연 값으로 수천만 원을 지불하는 것은 재정 형편상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우리끼리 하자’였다. 장윤배 충남대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연예인 섭외 비용으로 책정된 비용이 2천만원에 불과했다. 차라리 이 돈을 학생들 장학금으로 사용하면, 당장은 불만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머리를 쥐어짰다. 일단은 참여형 행사를 늘렸다. 동아리에게 공연의 기회를 듬뿍 안겨주었고 외국인 학생들이 함께할 행사도 만들었다. 의외로 대박이 난 곳은 자체 조성한 ‘클럽’이었다. 나름으로 내부에 조명도 갖추고 스모그도 피우며 클럽 분위기를 내려 노력했는데 자체 성공의 기준점이었던 하루 100명을 훌쩍 넘는 8백명이 입장했다. 전구를 이용한 조명 건축물 축제인 ‘루미나리에’도 지역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부산 지역 총학생회도 축제의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경대 총학생회는 무대 예산에서 20%를 줄여 장학금으로 사용하기로 했고, 부산외국어대도 가수 섭외비를 1천만원 정도 줄여 축제 때 열릴 자체 공모전 상금으로 쓰기로 했다. 이런 움직임은 내부의 자성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외부 환경 때문에 선택되기도 한다. 부산에 있는 한 대학의 총학생회 관계자는 “사실 연예인을 부르는 것이 가장 편하다. 하지만 학우들이 원하는 연예인의 경우 비용이나 시간이 안 맞아 섭외하기 어렵다. 차라리 장학금 등으로 전환해 명분과 실리를 다 취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어쨌든 변화는 조금씩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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