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꾸준히 좋은 기업에 확신 갖고 투자해야 ”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1: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변동 장세, 6월 중에 끝날 것”

ⓒ시사저널 이종현

프렌드투자자문(이하 프렌드)은 지난 1월 영업을 시작한 신생 투자자문사이다. 그럼에도 5월 중순 기준으로 3천3백억원 규모의 수탁고를 기록하고 있고, 1월4일 설정된 프렌드1호는 31.3%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상위 1%의 성적이다. 자문형 랩이 지난 1분기에 고전한 것을 생각하면 신생사에 돈이 몰린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투자자들은 무엇을 보고 프렌드에 돈을 맡긴 것일까. 이 회사의 간판인 박관종 대표가 그 답이다. 그는 지난 몇 년간 시장의 스타였다. 우리자산운용의 간판급 매니저에서 인피니티투자자문(이하 인피니티)의 공동 대표로 합류한 때가 지난 2009년 4월이었다. 그가 합류할 당시 인피니티의 수탁 자산은 3백80억원. 지난해 8월에는 이것이 6천억원대로 불어났다. 운용 성과가 좋았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지난해 9월 인피니티를 그만둔 그는 3개월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프렌드투자자문이라는 회사를 세웠다. 영업 시작 5개월여 만에 시장 수익률 상위 1%에 프렌드의 이름을 올려놓고 더욱 날카로워진 선구안을 보여주는 박관종 대표를 만나보았다.

‘미인주’ 아닌 직접 발굴 종목으로 큰 수익

박대표는 “외환은행에서 고유 계정을 하면서 시장에 이름을 알렸다”라고 말했다. 2004년부터 4년간 은행 돈으로 펀드 투자에 나서서 연평균 50% 이상의 초과 수익률을 올린 것이다. 그는 당시에 남들이 다 좋다고 하는 ‘미인주’가 아닌 자신이 직접 발굴한 종목으로 수익을 올렸다. 모비스나 삼성엔지니어링 같은 자동차 부품주, 건설주, IT 장비 부품주였다. 그는 2008년 우리자산운용으로 옮기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펀드매니저로 활동했다. 우리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1팀장을 맡아 8개월 만에 업계 하위권이던 수익률을 상위 2%로 올려놓고 인피니티로 옮겨 다시 수익률 1위 펀드를 제조했다. ‘수익률 제조 기술’은 그의 이름으로 만든 첫 번째 회사에서도 여전하다.

그에게 하반기 장세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는 “하반기 목표 지수는 2300, 지수 상승폭은 지난해보다는 제한되어 있고 대신 업종이나 종목별로 수익률이 차별화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미국 경기가 더블딥으로 가느냐, 조정을 거쳐 리커버리로 갈 것이냐이다. 미국이 양적 완화 정책을 종료한다 해도 기업 실적이 견고한 편이고 민간 은행 쪽에 대출 여력이 충분하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더블딥으로 가는 그림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6월 중순 이후 유럽 문제나 중국 긴축 문제에 대한 우려감이 사라지면서 시장이 안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현재의 조정 국면이 6월에는 끝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는 내년 전망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었다. 자동차-화학-정유, 이른바 ‘차·화·정’ 트리오에 대한 그의 신뢰도 변함이 없었다. “하반기에도 경기가 한쪽으로 나쁘게 꺾이지 않는다면 차·화·정 관련주는 가격 메리트가 생기면 충분히 다시 상승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거의 모든 시장 참여자가 차·화·정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차·화·정만으로 차별화된 수익률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그는 “차·화·정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회사의 체질이 개선되어 이익 증가가 나올 수 있는 업체는 개별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 내수주 중에 백화점 관련주가 그렇다. 지난해보다 소비가 늘어나고 있어서 백화점 관련주 수익률이 좋았다. 개별 기업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그 정도의 이익 모멘텀을 갖고 있는 기업을 찾을 수 있다.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한국의 앤소니 볼튼을 꿈꾼다

그는 “지수대가 2000을 넘어선 상태에서 조정장이 펼쳐지면서 변동성이 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장이 좋을 때보다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장이 방향성을 가지면 그에 따라서 한 분기 정도의 전략을 세워놓고 포트폴리오의 색깔이나 편입 비중을 정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장에서는 급등락이 많아서 방향성이나 전략을 세우기가 쉽지 않다. 1분기까지는 상향 트렌드였고, 2분기는 변화를 모색하는 시기의 중심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에너지를 축적하고 추후 다시 상승할지, 계속 조정을 받을 것인지 명확치 않다. 나는 기간 조정을 거치면 상승 쪽으로 방향을 잡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문에 단기적으로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경우에는 펀더멘털이 좋고 실적이 꾸준히 잘 나오는 기업에 확신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 그래야 맞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이름으로 된 회사를 차린 이유에 대해 “펀드매니저가 되었을 때 내 회사를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은행권에서 주식을 시작하면서 기존 펀드매니저와는 다른 시각으로 주식에 접근하고 운용해왔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5년, 10년이 지나도 꾸준히 고객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매니저가 되고 싶다. 노력을 해야 한다. 앤소니 볼튼 같은 매니저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앤소니 볼튼은 1979년 피델리티의 대표 펀드인 ‘글로벌 스페셜 시추에이션 펀드’의 운용을 맡은 이후 2007년 말까지 28년간 누적 수익률 1만4천%, 연평균 19.5%를 기록해 전설이 되었다. 이 기간 중 단 한 번도 시장 수익률을 밑돈 적이 없어 ‘아무리 유능해도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이기지 못한다’라는 통설을 뒤집은 펀드매니저로 유명하다. 롱런과 수익률은 동전의 양면이다. 그가 한국의 앤소니 볼튼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화·정’도 차·화·정 나름…남다른 투자로 앞서가다

프렌드투자자문은 영업 시작을 코스피 지수 2100 선에서 했다. 지수상으로 보면 영업 시작 5개월 여가 지난 지금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장에서도 이들은 13~31%의 수익률을 올리며 수익률 상위 1% 자리에 올랐다. 이 회사의 김관오 매니저와 조명호 매니저는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선제적인 주도주 발굴’에 나서고 유연하게 시장에 대응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서 지수 1900 선이 깨졌다. 1분기 상황을 좋게 보지 않았던 이들은 주식 편입 비중을 낮게 가져가고 있었다. 하지만 지진이 나자 이들의 선택은 주식 편입 비중을 올리는 것으로 바뀌었다. 95% 이상으로 올렸다. 어떤 주식을 사들이는가도 중요하다. 이들은 ‘떨어질 때 떨어지더라도 상승 국면에서 먼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종목’을 골라 담았다. 차·화·정이 바로 그런 종목이었다. 이런 유연한 대응과 더불어 수익률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선제적인 주도주 발굴이다.

남들도 다 차·화·정을 담지만 이들은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현대모비스는 1분기에 외국인이 매각하는 품목이었다. 이들은 현대모비스가 자동차용 비메모리칩에 투자하고 있고, 전기 배터리도 만들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모비스가 기계공학에 의존한 자동차 섀시 모듈 업체가 아니라 전자·화학 업종 회사라는 면모를 발견한 것이다. 삼성SDI도 배터리회사라는 측면에서 주목했다. 남들이 SK이노베이션만 쳐다보고 있을 때 이들은 ㈜SK를 담았다. ㈜SK가 거느리고 있는 케이파워라는 발전 자회사의 실적이 늘어나고 있는 등 주가가 오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박관종 대표는 “모든 사람이 다 열광할 때 쫓아가면 수익률이 나올 수 없다. 기업이 본질과 무관하게 시장 흐름에 엮여서 과도한 할인을 받는 상황이 나올 수도 있다. 그 회사의 본질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그 회사의 성장 동력을 판단하는 것이 펀드매니저의 승패를 가름하는 요인이다”라고 말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