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이카’ 금가자 깨어나는 젊은 리더들
  • 도쿄·임수택│편집위원 ()
  • 승인 2011.06.15 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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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민주당 간 나오토-오자와-하토야마 체제에 갈등 증폭 / 차기 총리에 적합한 인물로 마에하라 전 외무장관 등 거론

지난 6월6일 일본 총리의 관저에서 열린 한·일협력위원회에 나타난 간 나오토 총리의 모습은 핏기가 없고 피곤과 수심으로 가득 찬 굳은 얼굴이었다. 특유의 맑은 웃음은 간담회 내내 보이지 않았다. 내각 불신임안 부결을 둘러싸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반발과 야당인 자민당의 조기 퇴진 공세로 인해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한때 정권 교체의 동지였던 하토야마 전 총리는 조기 퇴진을 하지 않으면 당내 규정을 바꿔서라도 반드시 퇴진시키겠다며 분노를 삭이지 않고 있다.

그가 화를 내는 이유는 야당인 자민당이 제기한 내각 불신임안을 부결시켜주는 조건으로 즉각 사임하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를 식은 죽 먹듯이 뒤집어버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간 총리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며 당분간 수상직을 계속하겠다고 해 하토야마를 더욱 분노하게 하고 있다. 간 총리가 말한 당분간은 퇴임 시기가 올해 말이나 내년 초일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밀실 합의를 이룬 하토야마는 총리로서 입에 담지 못할 극언을 했다. 정권 교체를 위해 힘을 합친 동지로서의 옛정을 전혀 느껴볼 수 없는 표현이다.

▲ 지난해 9월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 경선에서 간 나오토 총리(왼쪽)가 경쟁자 오자와 이치로의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 연합

두 사람 간의 관계는 2000년 모리 내각 시대의 ‘가토의 난’을 연상시킨다. 자민당의 가토 고이치 전 간사장이 동지인 야마자키 타쿠와 함께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손잡고 민주당이 제기한 내각 불신임안에 동조해서 모리 총리를 퇴진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노나카 히로무 자민당 간사장이 불신임안에 동조한 의원들의 출마 지역에 표적 공천을 해 이른바 반란군(?)을 진압한 사건이다. 하지만 노나카는 내각 불신임안을 부결시키기는 했으나 모리 내각이 신임을 받은 것이 아니라서 결국 5개월 후 정권이 붕괴되었다. 당시 가토, 야마자키 등이 반란을 일으킨 이유는 의외로 단순했다. 모리가 싫다는 ‘모리 증오’ 감정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모리 내각을 퇴진시키고자 하는 명분이 약했던 것이다.

‘간 총리 조기 퇴진’ 주장도 확산

이번 ‘간 총리 퇴진’을 둘러싼 내각 불신임안 소동도 결국 감정적인 증오에서 잉태되었다. 간 총리의 국민적 지지도가 낮은 것도 사실이지만 하토야마가 비난하는 명분과 야당이 퇴진을 요구하는 것의 정당성도 빈약해 보인다. 그럼에도 내각 불신임안이 상정된 데에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간 총리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간 총리의 입장이 결정적으로 약화되어가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동안 자신을 지지해왔던 가까운 사람들조차도 조기 퇴진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인 노조에서조차 정국 수습을 위해 대국적인 측면에서 간 총리가 결단을 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사면초가이다.

간 총리는 지난 6월8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이했다. 지난 1년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취임 직후 치러진 참의원 선거에서 간 총리는 대패했다. ‘식물 정권’의 서막이자 내각 불신임안 제출 및 조기 퇴진 이야기가 나오는 원인이다. 지난해 참의원 선거에서 야심만만하게 주장했던 소비세 인상 공약 때문에 선거에서 대패하자 당 내외에서 간 총리의 아마추어적인 발언에 대해 비난이 빗발쳤다. 하지만 시기적으로 취임 직후였으며 오자와 전 간사장의 정치 자금 문제로 민주당의 지지도가 하락한 상태에서 치러졌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간 총리에게 지울 수 없다는 여론으로 총리직을 계속 수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의원은 민주당, 참의원은 자민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불안한 국회 체제로 정국의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대립과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센카쿠 열도에서 중국 어선과의 충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일관되지 못한 행동으로 센코쿠 관방장관이 물러났다. 오자와는 간 총리가 실수하기만을 기다려 언제든지 낙마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집권 하반기부터는 하토야마와의 갈등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또 실질적인 인사권도 센코쿠 전 관방장관에게 집중되어 약체 총리라는 이미지를 노정시켰다. 지난 1년은 간 나오토·하토야마·오자와 트로이카 체제가 갈등과 대립을 해 온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트로이카 체제의 갈등과 불신의 종착역은 간 총리의 조기 퇴진이다. 정권 창출의 주역인 간 나오토, 오자와, 하토야마 세 사람의 물고 물리는 관계는 오자와의 간사장 사임, 하토아먀의 총리직 포기 그리고 간 나오토의 총리직 사임 임박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이했다.

▲ 차기 일본 총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장관. ⓒXinhua

그리고 마침내 지난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졌다. 이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간 총리의 리더십에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들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교훈을 얻어 하마오카 원전의 운전을 정지시킨 일이 그나마 업적이라면 업적이라고 폄하할 정도로 냉소적이다. 간 총리는 가능한 한 8월 이후까지 자리를 지켜 대지진과 원전 사고 대책인 부흥기본법과 제2차 수정 예산안을 통과시킨 이후 사임을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있다. 명분은 동일본 대지진을 제대로 수습하고 원전 사고 대책을 제대로 세운 총리로서 기록되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하토야마, 오자와에 대한 감정적 앙금을 좀처럼 지우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과 관계없이 간 총리의 모래시계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는 6월17일 부흥기본법안을 통과시키면 간 총리가 사임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당내 차기 후보의 이름이 떠오르고 있다. 차기 총리 후보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마에하라 전 외무장관은 반드시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오자와, 하토야마, 간 나오토 시대는 반드시 가야 한다며 세대교체를 역설했다. 정책의 연속성을 고려해 온건파이며 포용력이 있는 노다 재무장관도 급부상하고 있다.

그런데 오자와, 하토야마는 간 나오토 내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부정적이다. 또 자민당과 공명당과의 연립 문제도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다. 자민당은 연립 논의의 전제 조건으로 부흥기본법안 통과까지는 간 총리를 용인할 것이지만 그 이상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제2차 수정 예산안과 2011년도 예산을 집행하기 위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특례공채법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자민당은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연립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긍정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양당 간의 입장 차이가 작지 않다. 자민당 의원 중에는 대연립의 전제로 “오자와씨를 배제해야 한다” “민주당의 매니페스트(정책 공약) 내용도 수정해야 한다”라는 것 등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다. 전 국방장관인 고이케 현 자민당 총무회장은  “대연립은 그림의 떡이다. 복구나 부흥 이외의 문제가 산적해 있다. 지금 민주당과 내각을 함께할 환경이 아니다”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대연립의 전제 조건이 하나 둘 늘어가는 흐름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자민당과의 연립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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