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의 바다 누비는 ‘조선 3총사’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6.2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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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압도적 경쟁력으로 세계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 ‘싹쓸이’

▲ 해양플랜트 부문 최첨단 선박들. 맨 위는 FPSO(부유식 원유 저장·하역 설비) 가운데는 드릴쉽(심해 석유 시추선), 맨 아래는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한국 조선 3사가 세계 조선 시장을 삼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6월 초 연간 목표량의 70%를 수주했다. 컨테이너선,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선, 해양플랜트 같은 고부가가치 시장에서 한국 조선 삼총사는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자랑하며 수주를 ‘싹쓸이’하고 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종합 운송 서비스업체 클락슨이 발표한 올해 4월까지의 세계 상선 시장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체가 차지한 세계 상선 시장 점유율(올해 4월 누계)은 52%이다. 사상 최고치이다. 전세계 선박 수주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 줄어들었으나 한국은 오히려 31% 늘어났다. 지금까지 수주한 물량이 많은 데다 자금 사정에도 여유가 있는지라 수주량을 조절하면서 선박 가격도 올릴 수 있는 지위까지 올랐다. 한국 조선 삼총사는 하반기에도 고부가가치 선박 위주로 수주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형 컨테이너선과 에너지 관련 선박 ‘독식’

세계 조선 시장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해양플랜트 선박처럼 고부가가치 시장이 커지고 철광석, 석탄, 곡식류를 실어 나르는 벌크선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 5월 말까지의 수주 물량 가운데 컨테이너선 비중은 44%, LNG선은 17%, 벌크선은 32%이다. 한국 조선 3사는 컨테이너선과 LNG선 수주를 독식하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대형 컨텐이너선과 에너지 관련 선박은 기술 진입 장벽이 있어 경쟁국 조선업체들이 수주하기에 쉽지 않다. 중국 조선업체의 4월까지 누적 수주량은 연간 건조 능력의 15%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도 한국 조선 삼총사는 단연 돋보인다. 한국 조선 삼총사는 해양플랜트 건조 기술을 독점하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원유는 깊은 바다 밑에서 끄집어내야 한다. 바닷속에서 생산한 원유량은 지난 2000년 전체 원유 생산량의 2% 남짓이었으나 올해 8.5%까지 증가했다. 2020년까지 13%를 웃돌 것으로 점쳐진다. 이 때문에 바닷속 유전을 탐사하고 생산하는 설비인 드릴쉽(심해 석유 시추선), FPSO(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 주문이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멕시코 만으로 국한되던 심해 유전 시추가 남미와 아프리카 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한국 조선 삼총사는 드릴쉽과 FPSO 세계 시장을 80% 이상 장악하고 있다. 3사는 올해 드릴쉽 20척을 일찌감치 수주했다. 추가로 13척을 수주할 옵션까지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아홉 척, 삼성중공업이 여덟 척, 대우조선해양이 세 척씩을 나누어 갖고 있다. FPSO는 올해 두 척(현대중공업 한 척, 삼성중공업 한 척)을 수주했고, 앞으로 프로젝트 2~3건을 추가로 수주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하반기 페트로나스로부터 FPSO 수주를 앞두고 있다. 브라질 페트로브라스가 자국 업체에게 건조를 의뢰한 물량을 제외하면 전세계 FPSO는 전량 한국 조선 삼총사가 건조하고 있는 셈이다.

원유와 함께 천연가스 가격도 치솟고 있다. 천연가스는 지금까지는 육상 개발 비중이 높았다. 하지만 앞으로 원유와 마찬가지로 바다 밑 개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최첨단 해양 시추 설비와 함께 LNG를 저장하고 목적지까지 수송해 하역하는 LNG선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LNG FPSO 시장도 한국 조선 삼총사가 장악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LNG FPSO(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두 척을 수주했다.

한국 조선 삼총사 맏형은 현대중공업이다. 현대중공업은 세계 조선 1위 업체이다. 지난해 조선·해양 부문 매출 18조8천억원(국제 회계 기준)을 거두었다. 올해 매출 증대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은 드릴쉽이다. 드릴쉽 수주량은 지난해 말 6%에 불과했으나 올해 4월에 19%까지 올랐다. LNG 관련 선박으로는 LNG FRSU 두 척과 LNG 수송선 세 척을 수주했다. 해양 시추 설비는 FPSO 한 척과 관련 플랫폼 두 기를 수주했다. 현대중공업은 LNG, 액화석유가스(LPG) 수송선, 셔틀탱커 같은 에너지 자원 개발 관련 특수선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올해 안으로 드릴쉽 두 척과 육상 플랫폼, FPSO,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C를 추가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조선·해양플랜트 분야에서 53척 1백35억 달러 규모의 수주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 구조물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쟁 우위를 자랑한다. 삼성중공업은 LNG선 건조 기술이 뛰어나다. 영국 네덜란드 합작 석유화학업체 로열더치쉘이 지난 2010년에 처음 발주한 LNG FPSO를 건조하고 있는 곳이 삼성중공업이다. 로열더치쉘은 2016년 호주 북서부 지역 프로젝트에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FPSO 선박을 투입할 예정이다. 로열더치쉘은 해마다 한 척씩 총 다섯 척을 발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석유화학업체는 파푸아뉴기니, 인도네시아, 호주를 비롯해 12개 지역에 LNG FPSO를 투입할 것으로 예상되어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수주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플랜트 시장 커져 독식 장기화 전망

LNG FPSO와 함께 가장 관심을 끄는 선종이 LNG FSRU(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저장·재기화 설비)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6월10일 세계 최초로 LNG FSRU 두 척을 수주했다. 노르웨이 회그 LNG 사와 FSRU 두 척 건조 계약을 체결하고 세계 최초로 최첨단 LNG 선박을 건조한다. 계약 규모는 5억 달러이다. 추가로 두 척을 건조할 수 있는 옵션까지 포함되어 있다. FSRU는 바다에 떠 있으면서 LNG선이 운반한 가스를 액체로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다시 기체로 바꿔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육상 수요처로 공급하는 설비이다. FSRU는 육상에 짓는 LNG 공급 기지보다 공사 기간이 1년 더 짧고 건설비도 절반밖에 되지 않아 빠른 시간 안에 LNG 공급 기지가 필요한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국가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세계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페트라나스가 하반기에 발주할 LNG FPSO를 수주할 것이 유력하다. 삼성중공업에 이어 두 번째로 LNG FPSO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덴마크 해운선사 Maersk 사로부터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수주할 가능성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연간 수주 목표 1백10억 달러를 넘어 1백30억 달러까지 수주액이 늘어날 것이 유력하다. 서정덕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 빅3 가운데 수주액은 가장 적으나 옵션 발주액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수주 금액이 가장 클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대우조선해양은 Maersk가 추가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10척을 비롯해 드릴십 세 척, LNG선 두 척 수주 옵션을 가지고 있다.

조선 삼총사는 회사마다 올해 수주 목표로 1백10억~1백20억 달러를 잡았다. 지금까지 수주 금액은 현대중공업 80억 달러, 삼성중공업 100억 달러, 대우조선해양 40억 달러이다. 서정덕 메리츠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 3사는 연간 1백50억 달러 안팎의 수주가 가능할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성기종 대우증권 연구원은 “초대형 컨테이너선, LNG선 외에도 해양플랜트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조선 3사의 독식은 장기화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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