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줄줄이 불려가는 증권사
  • 이석 (ls@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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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ELW 불공정 거래 혐의로 12개 증권업체 대표 기소…개미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 끼쳐

ⓒ일러스트 찬희

여의도 증권가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ELW(주식 워런트 증권) 불공정 거래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12개 증권업체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소환 초기만 해도 업계에서는 증권사 대표의 사건 개입 여부에 따라 일부는 기소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검찰은 소환 조사를 받은 12개 증권업체 대표 전부를 재판에 넘겼다. 관련 업계에서는 스캘퍼 거래(초단타 매매)에 따른 개인 투자자 피해가 그만큼 크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구속된 한 스캘퍼 조직의 경우 21개 차명 계좌를 통해 40조원 규모의 돈을 움직였다. 거래 액수가 큰 만큼 증권사로부터 여러 가지 편의를 제공받았다. 일반 투자자보다 빠르게 거래할 수 있는 회선을 제공받은 것은 기본이다. 일부의 경우 증권사 내부 전산망과 직접 연결할 수 있는 사무실도 공짜로 제공받았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이익이 났고, 일부는 증권사 직원에게 리베이트까지 제공했다. 결국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것이다.

IBK투자증권 간부도 조사 중

손실은 고스란히 개미 투자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증권사는 고객의 돈을 만지는 만큼 내부 규정이 엄격해야 한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비슷한 사고가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금감원이 집계한 증권사의 금융 사고 건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9년 36억원(6건)에서 지난해 9백30억원(19건)으로 늘어났다.

올해의 경우 증가 폭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증권사 내부 직원의 횡령과 투자 사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은 직원들을 상대로 엄격한 윤리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 사고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지난 5월부터 IBK투자증권의 한 간부를 조사하고 있다. 그는 유가증권 상장 기업인 한국석유화학의 적대적 M&A(합병·매수) 세력에 뒷돈을 대고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2008년을 전후로 적대적 M&A에 시달렸다. 이 간부는 M&A를 시도하던 ㄷ컨설팅업체 대표 김 아무개씨에게 41억원을 대출해주고 5천만원을 수수했다. 지분을 매각할 때는 부하 직원을 통해 주가를 관리해주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2008년 4월 이 간부가 보유한 지분 일부를 팔도록 명령했다. 그는 금감원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취지의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지만 패소해 그해 말 30%에 이르는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하지 않도록 증권업체 직원들이 뒤를 봐주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피해는 소액 주주에게 떠넘겨졌다. 한국석유화학의 한 관계자는 “적대적 M&A 과정에서 회사 주가가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추격 매수를 한 투자자들의 손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해 이 간부는 현재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K증권의 한 관계자는 “당사자에게 문의한 결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점은 시인했지만, 혐의 사실은 인정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사건 역시 전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회사와는 무관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회사에서는 불과 몇 개월 전에도 수백억 원 규모의 금융 사고가 발생했다. 압구정지점에 근무하던 직원 박 아무개씨가 고객 42명으로부터 투자금을 끌어모아 운영하다가 거액의 손실을 본 것이다. 이 직원은 나중에 받은 투자금으로 앞서 투자한 고객의 원금과 배당금을 지급했다. 투자금 ‘돌려막기’였다. 박씨의 사기 행각은 결국 투자자들의 신고로 막을 내려야 했다. 법원은 최근 이례적으로 박씨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우리투자증권이 LIG건설 고소하기까지

▲ IBK투자증권의 한 간부는 지난 5월부터 적대적 M&A에 윗돈을 내고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있다. ⓒ시사저널 윤성호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부도를 앞둔 회사의 CP(기업어음)를 고객에게 판매하다가 거액의 소송을 당했다. 지난 3월21일 기업 회생(법정 관리) 절차 개시를 신청한 LIG건설이 발단이 되었다. LIG건설은 회생 절차 신청 전까지 1천9백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이 중 1천3백억원어치를 우리투자증권이 판매했다. 기업 회생 절차 신청을 10일 앞두고도 40억원 상당의 CP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LIG건설이 예고도 없이 기업 회생 절차에 돌입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이 묶여버렸다. 투자자들은 LIG건설뿐 아니라 판매업체인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대리인인 이대순 법무법인 정률 변호사는 “부도가 나기 2~3개월 전에 이상 신호를 감지한다. 부도 직전까지 대규모 CP를 판매한 것은 투자자를 기만한 행위이다”라고 지적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우리투자증권은 LIG건설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우리증권은 고소장에서 “부도 직전까지도 ‘8백억원 규모의 유상 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자금 지원이 가능하다’라는 거짓말을 해서 피해를 입었다”라고 주장했다. 고소 대상에는 강희용 LIG건설 대표뿐 아니라 구자원 LIG그룹 회장도 포함되어 있다. 때문에 향후 투자자 피해에 따른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하지만 고소 배경이 석연치 않다. 우리투자증권은 그동안 LIG건설과 물밑 협상을 벌여왔다. 회사측도 “그동안 협상을 진행해온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책임 회피와 함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려는 고도의 노림수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LIG그룹측도 “문제가 있다면 처벌을 받겠지만, 이런 시기에 고소장을 제출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우리투자증권측은 “LIG건설의 경우 형사적인 문제도 내포되어 있다. 그동안 시기를 조율하다가 고소장을 제출하게 되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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