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시지표에서 ‘황소’ 찾아라”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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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 토러스투자자문 대표 / “경제 대국의 실물 경기 변수 고려해 투자 판단해야”

ⓒ시사저널 임준선

한국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세력은 외국인 투자자이다. 종합주가지수(KOSPI)는 외국인이 사면 오르고 팔면 내린다. 외국인이 선호하는 종목은 주가가 오른다. 그렇다 보니 코스닥보다는 유가증권시장 종목이, 중·소형주보다는 대형주가 오른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기업의 실적 못지않게 세계 주요 거시지표나 실물 흐름을 고려해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규모와 시기를 결정한다. 한국 기업이 ‘어닝 서프라이즈(애널리스트들의 예측치를 웃도는 실적)’를 발표하더라도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위기로 인해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 한국 주식시장은 ‘퍼렇게’ 멍든다.

그 때문에 국내 주식시장 전문가는 기업 실적과 함께 세계 주식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에 대해서 밝아야 한다. ‘국제 금융 시장 전문가’ 출신으로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든 김영민 토러스투자자문 대표(50)가 유리한 것은 이 때문이다.

주식 강세장 포착해 판단 지표 삼아

김영민 대표는 동양종금증권에 입사해 국제금융 업무를 맡으면서 주식 투자와 인연을 맺었다. 유럽계 증권사에서 일하면서 세계 주식시장의 흐름을 읽는 안목을 키우기도 했다. 김대표는 영국계 바클레이즈증권(BZW)과 프랑스계 소씨에테제너럴증권(SG)에서 5년 넘게 일하며 선진 투자 기법도 배웠다. 지난 1997년에 토러스투자자문을 설립하면서 자산운용 시장에 뛰어들었다.

토러스투자자문은 지난 2001년 3월 투자 일임 업체로 등록했다. 김대표는 토러스투자자문을 ‘작지만 알찬’ 투자 전문 업체로 키웠다. 토러스투자자문은 지난해 자문형 랩 시장에서 브레인투자자문에 이어 두 번째로 실적이 좋았다. 지난해 영업이익 52억원과 순이익 48억원을 거둬 각각 4백44.8%, 5백25.2%의 성장세를 자랑했다. 임직원이 15명 안팎인 토러스투자자문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는 5천1백40억원(6월14일 기준)이다.

회사명 ‘토러스’는 김대표가 지었다. 토러스는 황소 별자리를 일컫는다. 황소는 주식 강세장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김대표는 강세장을 포착하는 안목이 탁월하다. 주식시장에서 황소를 찾아내는 단서는 미국이나 유럽 같은 국가의 거시지표이다. 국제금융 전문가 출신답게 김대표는 미국이나 유럽 지역의 금리·실업률·재정 수지 같은 거시경제 지표 안에 숨어 있는 함의를 파악해 투자 판단 지표로 변환한다.

김대표는 “주식시장의 변곡점(대세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는 미국·중국·유럽 국가들의 실물 경기를 좌우하는 변수를 제일 먼저 고려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주식시장이 전체적으로 침체 주기에 빠지면 개별 종목이 탁월한 실적을 발표해도 주가가 오르기 힘들다.

김대표는 당분간 ‘강세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전세계 주가지수는 2013년까지 황소걸음처럼 느리지만 꾸준하게 오를 것이다.” 김대표는 세계 경기 순환 구조상 지금은 경기 회복 초입에 들어섰다고 판단한다. “미국은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해 일자리를 늘리고 소비가 회복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소비가 회복되면 기업이 투자를 늘린다.

이에 따라 기업 수익이 커지고 정부 세수가 늘어나 미국이 재정 적자에서 벗어나는 순간 주식시장은 상승을 멈출 것이다.” 지금 미국은 1, 2차 양적 완화(국채를 사들여 시중에 자금을 대량 공급하는 정책)를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있다. 이제 일자리와 소비가 살아나기를 기대하고 있는 단계이다. 앞으로 2013년까지 세계 주식시장은 오르락내리락하며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김대표는 판단한다. 종합주가지수는 3천 포인트까지 올라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시점은 바뀔 수 있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가 워낙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시기보다는 미국의 거시지표에 주목하라고 권유한다. 다음과 같이 3가지 지표가 움직이면 대세 전환점이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고 덧붙인다. 첫째,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이 상승하고 장·단기 금리 차이가 커지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기준금리가 오른다. 둘째, 미국 실업률이 9%에서 7%까지 떨어진다. 경상수지 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이내로 줄어든다. 세 가지 변수가 나타나면 주가는 ‘상투’에 오르니 팔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세 가지 변수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라는 뜻이다.

돌발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투자 원칙 지켜야

종목 선정에서 김대표는 별다른 비법을 갖고 있지 않다. ‘우수 기업을 싸게 산다’라거나 ‘위험은 줄이고 수익은 높인다’ 같은 투자 원칙은 지극히 평범하다. 국내외 프랜차이즈 가치가 높고 잉여 현금 흐름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는 것은 비단 토러스만의 투자 비법이라고 하기에는 진부하다. 웬만한 투자 서적만 열어보아도 서문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패를 가르는 차이는 투자 원칙을 지켜낼 수 있느냐이다. 단기적으로 변동하는 갖가지 지표나 돌발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종목 선정의 원칙을 지킬 수 있는 이가 승자가 될 수 있다.

김대표가 지금까지 주식 운용 시장에서 승자로 자리한 것도 평범한 원칙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김대표는 “높은 기술력과 브랜드 이미지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커 실적이 장기적으로 우수한 종목들에 주로 투자한다”라고 말했다.

김대표는 가장 유망한 종목으로 화학, 자동차, 건설업, 유통업을 꼽는다. 토러스투자자문은 화학과 자동차 주 투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종목으로는 현대제철, 호남석유화학, LG화학, SK이노베이션, 기아차, 현대차, 현대모비스, 대우조선해양, 롯데쇼핑에 시장 평균을 넘게 투자하고 있다. 

그럼에도 김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간접 투자를 권유한다. “프로골퍼와 내기를 하는 아마추어는 없다. 그것도 핸디 없이.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는 가끔 아마추어가 전문 투자자를 이긴다. 그러다 보니 개인 투자자가 전문가와 맞서겠다고 덤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개인 투자자보다 전문가가 더 높은 수익률을 거둔다. 하루 종일 종목을 분석하고 시장 변수를 지켜보는 투자 전문가를 아마추어가 어떻게 이기겠는가.” 김대표는 직접 투자에 나서기보다 랩어카운트나 주식형 펀드 가운데 자기 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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