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식으로 투자하면 롤러코스터 장세에도 끄떡없다
  • 조용준 |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
  • 승인 2011.06.2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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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ROE·‘독점적 지위’ 유무·타이밍 잘 판단하면 ‘가치 투자’의 달콤한 결실 얻어

ⓒEPA 연합

변동성이 큰 장세이다. 미국의 더블딥 우려, 답이 없는 그리스를 비롯한 PIGS(포르투갈·이탈리아·그리스·스페인) 위기, 중국 경기의 경착륙 우려, 환율 급변 등 매크로 지표를 보면 불안한 마음뿐이다.

필자는 주식시장에서 마음이 불안해질 때면 워런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다시 꺼내보곤 한다. 해마다 워런 버핏과의 점심식사는 경매에 붙여진다. 올해도 버핏의 현명한 조언을 들으면서 점심을 먹는 기회가 무려 2백63만 달러(약 28억원)에 낙찰되었다.

버핏이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속에 ‘답’이 있다

100달러의 투자로 시작해서 주식 투자만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된 버핏은 말한다. “대중이 두려워할 때 욕심을 부리고, 많은 사람이 과욕을 부릴 때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결국 버핏은, 주식 투자를 단기적인 시장의 심리에 의존하지 말고 기업 가치에 의해서 투자하라는 뜻이며 지금은 오히려 경제 전망의 불확실성을 두려워할 때라기보다는 좋은 기업을 찾아서 투자해야 할 때라고 말하고 있다.  

투자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장기적으로 손해 보지 않는 투자를 하려면 가치 투자를 해야 한다. 가치 투자는 기업의 가치를 분석한 후 주식의 가격과 비교해 저평가된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방법이다.

가치 투자란 다른 의미로는 투자를 할 때 왜 내가 이 주식을 사는지에 대한 정확한 답을 갖고 사야 한다는 얘기이다. 수익 가치를 보고 사는지, 아니면 자산 가치를 보고 사는지, 아니면 성장성을 보고 사는지 등의 이유와 그래서 어느 정도를 적정 가치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답을 갖고 선택한다면 장기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국내 증시는 외국인 매도와 함께 주가 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4월 이후 주식 매매 패턴을 보면, 변화가 뚜렷하다. OCI, 한화케미칼, SK이노베이션 같은 화학주와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등 시장 상승을 이끌었던 이른바 ‘주도주’에 대한 지속적인 매도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에 순매수하는 업종을 보면, 전기·전자, 철강, 금융, 유통 등 네 가지 업종으로 색깔이 바뀌고 있다. 주도주가 바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영원한 주도주도 없고, 저평가된 우량주는 길게 보면 반드시 오른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결국 주식시장은 기업의 가치를 다는 저울’이라는 그레이엄의 말이 떠오른다. 

실제로 버핏은 그 당시의 주도주를 사서 높은 수익률을 올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역발상을 발휘했다. 버핏은 IT 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과 2000년 초반  IT 주식을 한 주도 사지 않았다. 그 이유는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 수준이 너무 올라서 이미 거품이 끼여 있는 데다 시장이 부여하고 있는 성장 가치는 자신이 계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시장과 언론은 버핏을 일컬어 ‘이제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라고 비웃었다. 심지어 건강이나 나이에 대한 이야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만큼 군중 심리를 단기적으로 거스르기란 절대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버핏을 주식 대가라는 칭호보다는 ‘오마하의 현인(賢人)’이라고 부른다.


시장 점유율 높은 기업이 유망한 까닭

이제 버핏 식의 가치 투자의 방법을 이야기해보자. 이는 크게 세 가지를 실천하면 된다.

첫째, 좋은 기업을 고르기 위한 수치적인 지표를 우선 하나 꼽으라면 ROE(Return On Equity: 자기 자본 이익률)이다. ROE는 자본을 가지고 얼마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느냐를 나타내주는 지표이다. 즉, 주주가 맡긴 돈을 사업을 통해 얼마나 잘 운용하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지표이다. 또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면 ROE는 주주에게는 채권자들의 이자나 다름없는 지표이다. 예를 들어 주주가 출자한 돈이 5백만원인데, 1년간 100만원의 이익을 낸다면 이 기업의 ROE는 100만원/5백만원=20%이다. 꾸준히 20%의 ROE를 낼 수 있다면 이 기업은 금리 수준에 비교해볼 때 매우 뛰어난 기업이다.

높은 ROE가 지속된다면 이 기업의 브랜드, 비즈니스 모델 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또 지속적으로 높은 ROE는 장기 투자를 통해서 복리를 향유하는 가치 투자자에게는 매우 훌륭한 개념이다.

둘째, ‘경제적 해자(垓子)’ 즉,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기업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코카콜라, 월트디즈니, 워싱턴포스트 등 버핏이 주식을 보유한 기업을 보면, 소비자로서 다른 것을 선택할 여지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기업이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은 그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기업의 독점력을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 혹은 프랜차이즈 밸류라고 표현했다.  

마지막으로는 투자 타이밍이다. 가치 투자를 위해서는 우선 좋은 기업을 찾고 그 주식이 충분히 저평가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서 PER(주가 수익 비율)이나 PBR 기준으로 충분히 저평가된 기업을 선택해야 한다.

위 표의 기업은 각 분야에서 경제적 해자를 가지고 있고, 금리보다 두 배 이상의 ROE를 갖고 있으며, 부채 비율은 모두 100% 미만을 기록하고 있다. 그만큼 안정적인 이익 증가가 지속되고 있고, 그것이 훌륭한 재무 구조를 만들어주고 있다. 하지만, 표 속의 기업들이 모두 투자가 유망하다기보다는 하나의 예이며, PER이나 PBR을 기준으로 투자 시기를 판단해야 한다. 

하나의 예로 경제적 해자가 가장 강한 기업의 대표는 동서이다. 동서의 커피믹스 시장 점유율은 무려 82.3%이다. 경쟁자가 거의 없다. 동서의 주가 상승률은 무려 17배에 달한다. 다음 웅진코웨이 역시 높은 시장 점유율 속에 주가 상승률은 11배를 넘어선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해자가 있는 기업은 지난 10년간 적게는 4~5배, 많게는 10배 이상의 주가 상승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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