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판 커진 ‘카지노 논란’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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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국인 출입 검토” 정병국 장관 발언에 여론 들끓어…‘국민 정서’와 ‘투자 유치’ 사이에서 고민

 

▲ 외국인 전용 카지노 ‘세븐럭’ 밀레니엄서울힐튼점에서 외국인들이 카지노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 허용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발언이 발단이 되었다. 정장관은 지난 6월23일 기자간담회에서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 내국인 출입을 검토하겠다”라는 발언을 했다. 정장관은 또 내친김에 “선상(크루즈선) 카지노 사업 허용도 검토할 때가 되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여론이 일제히 들끓었다. 주요 언론들은 정장관의 발언을 비중 있게 실었다. 언론사에 따라 ‘찬성’과 ‘반대’로 논조가 갈렸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허용 반대’ ‘시기상조’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우리 국민 정서상 ‘카지노=도박’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에 ‘내국인 카지노 출입’은 부푼 풍선에 바늘을 대는 것과 같다. 그만큼 여론이 민감하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정장관은 왜 ‘카지노 내국인 허용’ 카드를 꺼낸 것일까. 여기에는 관광 산업을 책임진 주무 장관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이 있다. ‘카지노 사업’은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 자칫 나라를 ‘도박 공화국’에 빠뜨릴 수도 있다. 또 한편으로는 막대한 관광 수입을 벌어들일 수 있다. 관광 산업 부흥 차원에서 보면 당장이라도 따먹고 싶은 과일이다. 또 하나는 투자자 유치이다. 정부는 인천 영종도 주변을 국제적인 관광 산업단지로 개발하려는 미래 비전을 가지고 있다. 개발 계획도 한창 진행 중에 있다.

시민단체 등 “도박 공화국 된다” 강력 반대

당장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오는 2014년까지 영종도 인근에 ‘한국판 라스베이거스’를 조성할 계획이다. 카지노 2개, 객실 3천개 이상 초대형 호텔 건립 등도 포함되어 있다. 이를 위해 투자자를 유치하고 있다. 투자 의사를 밝힌 몇몇 외국 자본들과도 접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런데 투자자들이 선결 요건으로 ‘카지노의 내국인 출입 허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국제적인 카지노 재벌인 샘즈 그룹 아델슨 회장도 ‘내국인 카지노 개방’이 선행되어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0월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참 관광공사 사장 등에게 이런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선택이 옳은 것일까. 현재 국내에는 강원랜드를 비롯해 카지노 17곳이 있다. 그중 내국인 출입이 허용된 곳은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2000년 10월에 개장한 강원랜드는 숱한 문제를 야기했다. 도박을 합법적으로 부추긴다는 지적도 끊임없이 나왔다. 실제 강원랜드가 개장한 후 지난해 10월까지 10년 동안 도박으로 재산을 탕진하거나 도박 빚을 비관해 자살한 사람이 37명에 달한다.

1년에 평균 3.7명이 목숨을 끊은 셈이다. 자살자의 약 70%가 30~40대이다. 여기에다 정신 이상, 가정 파탄 등 패가망신에 이른 사람은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이다. 그래서 강원랜드는 ‘도박 중독자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한국단도박가족모임의 한 관계자는 “절대 안 될 말이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개방하면 외국인보다 내국인이 더 많이 갈 것이 뻔하다. 가뜩이나 외국의 카지노에 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못 가는 사람들이 많은데, 국내의 외국인 카지노를 개방하게 되면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내 주변에서는 ‘외국인 카지노 개방’이라는 말만 들어도 흥분된다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도 각종 사행성 도박장이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는데, 이러다가는 온 나라가 도박에 빠져들 것이다”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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