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연대보다 경선에 더 ‘손’ 갔나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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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18일 충북 증평군 증평읍에서 열린 증평 들노래축제에 참석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운데). ⓒ연합뉴스

2012년 총선·대선에서 ‘야권 연대 내지 통합’은 핵심 변수이다. 야권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 야권 일각에서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과연 야권 연대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이냐”라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손대표의 지난 6월18일 행보 때문에 나오는 말이다.

이날 민주노동당은 1박2일 일정으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당 지도부와 대의원 등 3천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 정책전당대회를 개최했다. 특히 6월19일에는 진보신당과의 통합을 위한 ‘진보 진영 대표자 연석회의 최종 합의문’을 대의원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로써 야권의 통합 내지 연대를 위한 첫 단추가 끼워진 셈이다. 6월18일 개막식에는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 등 다른 야당 지도부도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야권 연대의 최대 당사자인 민주당 손대표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정동영 최고위원이 참석해 “민주노동당의 집권을 지지한다. 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민주당과 함께 집권하기를 강력하게 희망한다”라고 축사를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야권의 한 인사는 “손대표가 참석하지 않자 민노당 관계자들 사이에서 ‘손대표는 왜 오지 않았지’라는 수군거림이 곳곳에서 나왔다”라고 전했다.

그렇다면 이날 손대표는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확인 결과, 손대표는 충북 증평군 증평읍 보강천 체육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충북도당 화합 한마음체육대회’에 참석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서 증평읍 남하리에서 열린 ‘증평 들노래축제’에서도 축사를 했다. 김진표 원내대표 등 민주당 소속 시장과 군수, 당원 등 5백여 명이 참석한 자리였다. 손대표는 이곳에서 5시간 이상을 머무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당 대표는 이같은 행사에서 축사를 한 다음 이후 일정으로 옮겨간다. 그런 면에서 손대표의 이날 행보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통령 손학규” 연호 나오기도

손대표는 이날 행사장에서, 2007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낙선한 이후 충주에서 2년 동안 칩거했던 사연을 소개하며 “충북은 내 반 고향이다. 당시 충주 당원들이 잘해주었고, 지난 4월27일 분당 보궐 선거에도 성원을 보내줘 당선되었다”라며 남다른 애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대통령 손학규”를 연호하는 목소리들이 곳곳에서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한 인사는 “‘대통령 손학규’라는 연호가 나오면서 마치 손대표의 ‘사조직 체육대회’ 같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라고 말했다.

이날 손대표의 행보를 놓고 민주당 안팎에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그날 손대표가 참석해야 할 곳은 충북도당 체육대회가 아니다. 원내대표나 다른 최고위원이 대신 참석해도 될 자리였다. 당 대표의 행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대표는 야권 연대를 모색하는 민노당 전당대회에 참석했어야 했다. 야권 연대의 핵심 당사자인 제1 야당 대표의 행보로는 부적절했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야권의 전략가로 통하는 한 인사는 “민주당의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을 의식한 손대표가 충청 지역 표심을 선점하기 위해 그날 행사에 오래 머물렀던 것이 아니겠느냐”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손심’(孫心)이 야권 연대보다는 내년 대선의 예선전인 당내 경선에 더 쏠려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손대표측은 “충북도당 체육대회도 중요한 행사여서 당 일정대로 움직였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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