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식 프러포즈했다 그 자리에서 ‘퇴짜’
  • 감명국 (kham@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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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스토리 靑>에 나타난 ‘인간 김문수’의 다양한 면모 몰라보게 자란 딸 면회에 자책 눈물도

말 그대로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생애는 한 편의 드라마이다. <김문수 스토리 靑>(서울문화사)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많이 소개된다.

10대 시절의 문수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열등감은 있었지만 공부에 있어서만은 남에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가끔 엉뚱한 행동을 해서 친구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곤 했다. 그는 반 친구들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가 한 명씩 학교 뒷마당으로 불러냈다. 사실 그곳은 주로 불량한 학생들이 모여 싸움질이나 하던 곳이었다. 문수에게 호출을 받은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왜 문수야! 무슨 일이야?” 그런 친구들에게 문수는 불쑥 수첩과 볼펜을 꺼내들고 물었다. “너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뭐야? 인생관 같은 거 말이야.”

 

 

교도소 과자 봉지 속 장난감 차 딸에게 선물

김지사에게 아내 설란영씨는 ‘동지’였다. 설씨는 1970년대 그가 노동운동에 뛰어들 당시 같이 노조 활동을 하며 만났다. 그는 자립심이 강하면서도 소박해 보인 설씨가 마음에 들어 프러포즈를 하기로 결심했다.

1979년 12월, 영등포 사무실에서 송년회 겸 회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그는 버스정류장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오늘은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미 그의 나이 스물아홉이었다. 잠시 후 사무실 뒷정리를 마친 그녀가 버스정류장에 나타났다. 갑자기 김문수가 나타나자 그녀는 잠시 의아한 표정이었다. “설분회장! 내가 좋은 찻집을 알고 있는데, 시간 있으면 나하고 차나 한잔 하고 갈래요?” 그들은 주변 다방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차를 시켜놓고 그가 꺼낸 첫마디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설분회장! 시집갈 데 없으면 나한테 와요.” 프러포즈도 그야말로 경상도 촌놈 식으로 직설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담담하게 잘라 말했다. “난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노조 일을 하면서 결혼은 힘들지 않겠어요?” 내심 허락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내색을 할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 그렇게 말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좀 더 생각해봐요.”’

하지만 설씨 역시 진지하면서도 끈질긴 김지사의 구애를 결국 받아들였다. 두 사람은 1981년 9월26일 결혼식을 올렸다. 식장 앞에는 경찰 철망차 5대가 식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고 있기도 했다. 1986년 5월6일 그는 서노련 사건으로 두 번째 투옥되었다. 당시 이들 부부 사이에는 다섯 살 된 딸 동주가 있었다. 어느 날 아내가 동주를 데리고 면회 왔다.    

‘“아빠!” “어, 그래 우리 동주 왔구나.” 그동안 동주는 몰라보게 자라 있었다. 그의 눈가가 촉촉이 젖어왔다. 아이는 이렇게도 잘 자라주고 있는데 아버지로서 함께해 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이 밀려왔다. 아직도 많은 시간을 이곳에 있어야 하는데 딸아이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이 그는 너무나 미안했다. 그가 품속에서 아주 작은 무언가를 꺼내 딸아이에게 건네주었다. 손가락 한 마디쯤이나 될까? 빨간 장난감 자동차였다. “이거, 아빠가 과자 먹는데 봉지에서 이게 나오더라. 우리 동주 주려고 아빠가 잘 놔뒀지.” 그것은 교도소에서 나눠주는 과자 봉지 속에 들어 있던 보잘것없는 플라스틱 장난감이었다. 그 장난감을 받고 너무나 좋아하는 딸아이를 보면서 그는 또 한 번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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