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의 대혁명’에도 성공할까
  • 소준섭│국제관계학 박사 ()
  • 승인 2011.07.05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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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공산당, 세계에서 가장 큰 정치 단체로 창당 90주년 맞아…빈부·환경 오염 등 과제 ‘첩첩’

1921년 7월23일, 중국 상하이에서 전국 각지의 대표 13명 등 총 54인의 당원이 중국 공산당 제1차 전국대표대회를 열었다. 7월1일을 중국 공산당 창건 기념일로 삼게 된 것은 당시가 전쟁을 치르던 시기였던 탓에 정확한 자료를 찾을 수가 없어 1941년 중국 공산당 20주년 때 7월1일을 당 창건 기념일로 삼기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초라하게’ 조직했던 중국 공산당은 이제 7천8백만명의 당원을 거느린,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정치 단체로 성장해 창당 90년을 맞고 있다. 기껏해야 수만 명의 ‘농민 봉기군’에 지나지 않았던 이들은 미국의 강력한 지원을 받은 장졔스의 국민당을 축출하는 데 성공하고 마침내 중국 ‘사회주의 혁명’을 성취했다. 중국 공산당은 대약진 운동과 문화대혁명 등 치명적인 착오를 거치면서 1978년 세계인의 눈과 귀를 의심케 하는 개혁·개방 정책으로 전환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는 상황에서 중국 역시 곧 붕괴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과는 달리 중국을 오히려 더욱 강력한 대국의 반열에 분명하게 올려놓았다.

개혁·개방 이래 중국 각지에 무려 2천 곳이 넘게 만들어진 경제특구는 양호한 투자조건을 제공해 외국 자본을 유치함으로써 중국 경제 성장의 엔진으로 역할했다. 개혁·개방 이래 현재까지 중국의 1인당 GDP(총소득)는 네 배로 증가되었다. 이 기간에 중국의 평균 경제 성장률은 9.5~11%로 기록했는데, 이렇게 장기간에 걸친 고도 성장을 한 나라는 이제껏 없었다. 더구나 중국은 GDP(국내총생산) 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의 부상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하던 전문가들도 태도를 바꾸어 2020년대 초에 이르면 경제 규모가 미국과 동등한 수준까지 되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이제 대다수 전문가는 아예 초강대국으로서의 중국의 출현을 기정사실화하고, 그러한 ‘중국의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데 열중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눈부신 중국의 약진은 미국의 쇠퇴 혹은 몰락 추세와 맞물려 더욱 극적으로 대비되고 있다. 이를테면 미국 MIT 대학의 사이먼 존슨 교수는 미국의 명성이 금융 위기의 손실과 그 후유증으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면서 “미국이 통치하는 시대는 끝났다. 20년 안에 중국 위안이 세계 기축 통화가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다.

물론 중국 공산당이 국내적으로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는 엄존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신장이나 티베트 그리고 최근 내몽골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소수 민족의 문제는 가히 화약고라 할 만하다. 이같은 민족 및 종교 문제는 향후에도 결코 약화되지 않고 내연(內燃)과 외부적 폭발의 과정을 거듭할 것으로 예측된다.

▲ 지난 3월28일 중국 충칭에서 중국 공산당의 당원들이 당기를 흔들고 노래하며 창당 9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치르고 있다. ⓒ연합뉴스

소수 민족 정책 등에서 대국의 책임감 보여야

한편 중국 사회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커져 이제 커다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소득의 불균형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 계수는 2006년 0.497로서 이미 위험 수위인 0.4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2009년 6월 열린 중국 정협(政協)회의에서 차이지밍(蔡繼明) 정협위원은 “보고서에 따르면, 0.4%의 중국 사람이 70%의 부를 점하고 있고 이러한 부의 집중도는 미국보다 높다”라고 밝힌 바 있다.

홍콩의 한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전체 노동쟁의 건수는 12만7천건이다. 2005년의 8만7천건과 비교할 때 이는 노동쟁의의 건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양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분규의 방식도 날이 갈수록 복잡화하고 또 집단 소송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사회의 최하층을 구성하고 있는 농민공의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농한 이른바 농민공, 혹은 민공(民工)은 현재 중국 산업 노동자 중 최대 집단으로서 2010년 중국 국가통계국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규모가 2억4천2백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의 노동 조건은 가장 열악하고 작업 환경도 가장 나쁘고 수입은 가장 낮다. 최근 광저우 인근 쩡청(增城) 시에서 농민공들의 대규모 폭동이 발생한 것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 바 있다.

지역 간 불균등 역시 심각하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 농촌의 수입은 도시 수입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며 도시에 사는 상위 10%의 중국인들은 하위 10%에 비해 무려 23배를 벌고 있다.   

수십 년 동안 이어진 중국의 급속한 경제성장은 그 반작용으로 심각한 환경 문제를 초래했다. 석탄과 석유 에너지의 대량 소비와 환경 보호 조치의 결여는 중국 각지에서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 그리고 심각한 사막화 현상을 불러왔다. 특히 중국은 단위당 생산에서 원자재의 소모 비율이 일본의 7배, 미국의 6배에 이른다. 세계 공장으로서의 중국은 이러한 자원 소모가 극심한 방식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환경이 필연적으로 환경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중국 토지의 3분의 1 지역에 산성비가 내리고 7대 하천 중 절반의 수자원이 심각하게 오염되어 사용할 수 없는 상태이다.

▲ 지난 6월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부주석이 참가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Xinhua

2006년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오염이 심각한 20대 도시 가운데 중국의 도시 16개가 포함되었다. 여기에 매년 대기 오염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무려 35만8천명이고,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으로 인한 GDP 손실은 8~15%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1999년 중국이 환경 보호 분야에 투입한 비용은 GDP의 1%에 이르렀으며, 향후 환경 오염으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는 갈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최근 중국 국무원은 우리의 <아리랑>을 중국의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고구려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킨 ‘동북공정’에 이어 우리 한민족에 가해진 두 번째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노래 혹은 리듬으로 한국 국민은 모두 <아리랑>을 자기 자신의 본원적인 감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를 지금 중국 정부가 빼앗아간다는 것은 한민족의 존재와 정체성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폭거가 아닐 수 없다.  

얼마 전 내몽골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동 사태는 소수 민족에 대한 중국 정부의 지나친 동화정책에 기인한 바 크다. 이는 이미 신장 지방과 티베트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비록 해당 지역의 극소수 극단적 국수주의자들의 선동과 책동이 있다고 해도 중앙 정부로서는 장기적인 국가 이익의 차원에서 그처럼 협애하고 편협한 극단적 국수주의 경향을 통제하고 대국으로서의 풍모를 견지해야 한다.

그것이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중국이 마땅히 지녀야 할 자세이다. 그것이 ‘이웃 나라와 우호적으로 잘 지내고 이웃 나라를 우방으로 삼는다(以隣爲善, 與隣爲伴)’는 중국 외교의 방침을 실천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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