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장 호령하는 기업 밀어라”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7.05 21:5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한진 피데스자산운용 부사장 / “중국의 투자 증대로 혜택 보는 종목도 주목”

▲ 피데스자산운용 김한진 부사장 ⓒ시사저널 임준선

피데스자산운용의 김한진 부사장은 리서치 쪽에서 펀드매니저로 변신해 성공한 선두 주자 격이다. 지난 1986년 코스피지수가 2백 선을 오르내릴 때 신영증권에 입사해 리서치센터장까지 지낸 뒤, 삼성자산운용으로 옮겼다가 지난 1999년 피데스자산운용에 합류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경제의 흐름과 장세를 전망하는 이를 이코노미스트라고 한다. 김부사장은 언론사에서 뽑은 베스트 애널리스트상 이코노미스트 분야에서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내리 10년간 1등을 했다. 세인에게 김한진이라는 이름을 각인시킨 것은 외환위기 직후이다. 당시 스티브 마빈 쌍용증권 이사가 외환위기 직전 ‘우리 증시가 휴지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으로 화제가 되었다면, 김한진 이코노미스트는 외환위기 직후 스티브 마빈의 비관론보다 더한 비관론이 현실을 지배할 때 “금리는 한 자릿수로, 환율은 1천원대로 바뀌고 주가는 1천 포인트가 넘어갈 것이다”라는 발언을 하고 다녔다. 결과적으로 그의 말은 맞았다. 20%가 넘던 회사채 금리도, 1천6백원 하던 환율도, 2백80포인트까지 찍었던 증시도 모두 2년이 안 되어 그의 말대로 움직였다. 이후 그는 ‘시장을 잘 보는 사나이’로 통하기 시작했다.

“자동차 부품주 등 종목도 더욱 세분화될 것”

그렇다면 요즘 같은 변덕스러운 장세를 그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그는 “앞으로 1년 정도는 주가가 30% 정도 올라갈 만한 잠재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근거로 일드갭을 들었다. 일드갭이란 1년 동안 이익 전망치(연간 수익률)에서 채권 수익률을 뺀 것이다. “나는 일드갭을 좋아한다. 사람의 속성을 잘 반영하는 것 같다. 주당수익률(PER)이 10배이면 주식시장에 기대하는 수익률이 10%라는 얘기이다. 지금 3년 국고채 금리가 3.6%이다. 은행 평균 가중 금리도 3.6%이고, 지금 6% 이상의 일드갭이 있다. 문제는 불확실성이다. 하지만 6%가 벌어질 때 주가는 절대 안 떨어진다. 우리나라는 일드갭이 2~12% 사이를 오갔다. 지금이 중간 정도이다. 역사적으로 이 정도 레벨에서는 주가 조정이 크지 않았고, 이것이 좀 더 떨어질 때까지 주가가 더 올라갈 것이다. 그래서 일드갭으로 보았을 때 주가의 조정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향후 1년간 30% 정도 코스피를 끌어올릴 주도 종목으로 해외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증가하는 기업을 꼽았다. “기존 주도주 중에서 몇 종목은 그대로 갈 것이고 중국의 산업 고도화, 소비 고도화, 도시화, 중국의 첨단 산업에 대한 투자 증대의 혜택을 보는 종목을 주목하고 있다. 지금은 자동차, 정유 등이 장을 주도했지만 향후에는 자동차 부품주 등 종목이 좀 더 세분화될 것이다.”

그의 시장 전망은 피데스 자문형 랩의 포트폴리오에도 이미 반영되어 있다. 그는 “SK이노베이션은 완전히 털었고 LG화학은 거의 털었고, 현대차는 조금 갖고 있고, 현대모비스는 많이 갖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장기적인 주도주로 SK이노베이션, LG화학, OCI, 현대모비스 등을 꼽았다. 태양전지나 2차전지, 자동차 부품주가 장기적인 주도주라는 것이다. 그는 “기회를 봐서 LG화학은 더 담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장의 변동성에 맞춰서 기민하게 수익률을 실현하기 위해 털었다는 것이지 주도주에서 멀어졌기에 턴 것은 아니라는 얘기이다.     

그런 그는 지금 시장을 어떻게 볼까.

그는 “돈을 벌고 싶다면 앞으로 몇 년간은 한국 주식에 투자해야 한다. 이 수익률을 따라올 금융 상품이 없다”라고 권했다. 그는 2015년까지 일반 투자자들의 경우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펀드에 투자하면 “적어도 40% 정도의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2015년에 국민소득이 2만7천 달러에 이를 것이고, 코스피도 그에 버금가게 2700 정도까지 갈 것이다”라고 보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에는 신흥국 주식 눈여겨봐야”

이런 오름세 장에서 그는 주목해야 할 종목으로 경제 신흥국과 관련된 소재 부품주, 중국의 7대 성장 산업과 관련된 2차전지나 태양전지 등의 에너지 관련주, IT·BT 등 신기술 관련주, 중국의 소비 고도화 수혜주인 게임주나 홈쇼핑주 등을 꼽았다. 그렇다고 평지풍파가 없을 수는 없다. 그는 “내년에는 유가가 피크를 치면서 겁나는 조정이 찾아올 것이다. 그러다 다시 좋아지는 냉온탕 장세가 펼쳐질 것이다”라고 내다보았다. 

2009년 이후 한국 주식시장이 2천 고지를 뚫고 계속해서 전인미답의 고지로 올라가고 있는 르네상스를 맞고 있지만 이것도 언젠가는 끝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그는 “언젠가는 국내 기업의 수출 비중이 떨어질 것이다. 이것은 신흥 경제국의 근원적 성장 동력에 달려 있다. 지금 상장 기업의 70%는 수출 때문에 돈을 벌고 있다. 중국의 고성장 시대가 마감되면 우리나라 기업의 수출 전성 시대도 막을 내릴 것이다. 적어도 2015년까지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그 뒤부터는 우리도 지금 선진국처럼 저성장-저금리-저물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주식시장의 모멘텀이 굉장히 약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때문에 그는 2015년 이후에는 신흥국 주식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같은 선발 신흥국이나 인도네시아·베트남 같은 후발 신흥국 주식이 그때는 매력적일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김부사장은 이를 우리나라의 과거 경험으로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7~8%일 때 코스피가 1천 포인트를 넘지 못했다. 금리가 높았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성장률이 떨어지고 금리가 안정되면서 코스피는 1천 포인트, 2천 포인트를 쉽게 뚫었다. 지금 중국 성장률이 9%대 중반인데 중국 주가는 약하다. 2014~15년부터 중국 시장 성장률이 현격히 떨어지면 중국 금리도 안정될 것이고 위안화도 절상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 수출 기업은 타격을 입지만 중국 증시는 굉장히 좋아질 것이다. 그때가 투자 적기이다.”

1998년 설립된 피데스투자자문은 1조2천억원 정도를 운용하고 있고 주로 기관을 상대로 영업을 해왔다. 지난해부터 미래에셋증권이나 현대증권과 계약을 맺고 자문형 랩 상품을 취급하며 소매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소매 상품의 간판은 주식형 액티브 운용 상품이다. 지난해 초 설정한 자문형 랩 상품은 17개월 수익률이 최고 72%까지 갔다가 요즘은 54%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 평균(BM)과 대비해 32% 정도의 수익을 더 올리고 있는 것이다. 김부사장은 피데스 자문형 랩의 특징에 대해 “성장주를 잘 발굴해서 강세장에서는 성장주를 추종하고 약세장에서는 방어적인 종목으로 수익률을 지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연성 있고 액티브하게 대처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년은 스트레이트한 상승장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전술·전략이 필요한 장이 펼쳐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시니어 매니저가 한 번도 안 바뀌었다. 다양한 장을 경험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라고 ‘자랑’했다.

개인적으로 그는 재테크를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었다. 주로 채권 상품 위주로 한다. 그는 “내 최대 재테크는 우리 회사 지분 5%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운용에 성공하면 배당도 받고 회사 지분 가치도 올라가니 그렇다는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