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난방’ 갈라진 정부 기관 이미지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7.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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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부처·기관들의 로고 타입 모은 <국가 이미지전> 열려…디자인 편차 너무 커 개선 위해 기획

▲ 다음 그림을 보고 어느 행정 부처의 로고(또는 심벌)인지 맞춰 보세요. (정답은 기사끝에)한국주택 금융공사│금융위원회│문화관광부│방송통신위원회│고용부│보건복지부│국무총리실│지식경제부│환경부

요즘 큰 기업들은 회사 로고나 서식, 서체 등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디자인 부분을 경쟁력의 원천 가운데 하나로 간주하고 각별하게 신경 쓴다. 이것을 기업 이미지 통합 작업(CI)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조직은 정부이다. 임직원(공무원) 수나 예산 집행 규모, 대민 접촉 빈도를 따졌을 때 국내에서 경제 활동을 벌이는 어느 기업보다도 더 크고 활발하게 활동을 벌이는 회사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조직의 이미지는 어떨까. 기업의 로고나 마크처럼 로고만 보아도, 글씨만 보아도 정부라는 것을 알아보고, 어떤 일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까.

‘백화제방’ ‘각개격파’라는 말이 제격이다 싶을 정도로 정부 각 부처의 심벌이나 서체는 모두 제각각이었다. 한 재벌 그룹의 로고를 반 토막 낸 듯한 디자인이 있는가 하면 영문 약자를 워드마크로 만든 부처, 무궁화 꽃 밑에 곳간 열쇠를 그린 심벌, 패러글라이딩을 연상시키는 심벌까지…. 그림만 보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짐작조차 하기 힘든 자유분방한 디자인을 부처 간판으로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이른바 정부 이미지(Government Identity) 통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통으로 적용되는 서식·서체 규정 등 없어

▲ 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은 “국가디자인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걱정했다.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6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국가 이미지전-대한민국은 어떻게 시각화되고 있는가?>라는 전시가 열렸다. 정부 부처나 정부 기관, 국회 기관의 심벌과 로고 타입을 모두 모아 전시했다. GI의 난맥상을 한눈에 드러내 보이려 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김정 미래희망연대 의원이 주도했다. 김의원은 서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프랑스 소르본느 대학원에서 이론을 전공한 디자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는 “외국을 다닐 때 여권을 보면 ‘우리가 이 정도밖에 못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국력에 비해 국가 이미지의 수준은 좀 부족한 것 같다. 정부 부처끼리도 자기 심벌 외에는 관심도 없다. 부처별로 디자인 편차도 너무 크고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느껴져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김의원이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놀란 부분은 각 부처들이 2000년대 이후에 부처 심벌을 바꾼 경우를 빼고는 대부분 심벌이 언제, 누구에 의해서 만들어졌는지를 알 수 있는 기록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었다. 그는 “역사가 오랜 심벌 가운데 제작 연대가 확실한 것은 1953년 제작된 국방부 마크가 유일했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행정 부처에는 심벌이나 서식, 서체 규정 등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GI가 없다. 정부 부처를 합치고, 나누고, 신설하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때그때 시절 유행에 따라, 부처 책임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개인 취향을 반영한 심벌이 부처별로 생기는 정도이다. 조달청에서 입찰 공고를 내고 응모자를 뽑는 정도가 유일한 공통점이다.

이명박 정부도 출범 후 정부 부처 통폐합을 단행했다. 때문에 2008년 이후 새로 등장한 심벌이 많다. 부처 합치기로 이름이 길어진 교육과학기술부와 국토해양부, 농림수산식품부, 지식경제부, 행정안전부 등이 모두 2008년 이후에 심벌을 새로 마련했다. 2000년대 이후에는 민간 기업이나 서울시 같은 지자체에서도 디자인 요소를 중요시하기 시작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그룹 수뇌부(국무총리실)와 계열사(부처) 간에 동일한 디자인 요소와 서체를 공유해 ‘정부(기관)’라는 공통의 정체성을 내세울 만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김의원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이런 GI 작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가 없다. 정부에서 GI 통합 작업에 대한 논의를 공개해 디자인계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고 각 부처 내부의 의견을 고루 수렴했으면 한다. 이것은 한두 사람의 의견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통일된 시각적 상징물을 GI에 활용한다. 독일에서는 국기의 삼색과 국조인 검은 독수리를 모티브로 활용하고, 캐나다는 단풍나무 잎을 그린 국기 모티브를 일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호주를 상징하는 캥거루와 에뮤가 그려진 국장을 일괄적으로 GI에 적용하고 있고 프랑스는 삼색기와 문화적 상징인 ‘마리안’의 두상을 모티브로 디자인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각 부처별로 제각각인 나라의 대표 격은 일본이다. 일제 식민지 경험을 통해 일본식 행정 제도와 부처 운영 제도의 그림자가 강해서인지 GI 스타일도 일본식의 영향이 남아 있는 셈이다. 사실 국내 대기업의 심벌이나 로고도 1980년대까지는 일본 재벌 그룹의 이미지를 벤치마킹(?)해 비슷하게 쓰는 수준이었다가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으로 나선 1990년대부터 대대적인 GI 작업을 통해 동아시아 특유의 ‘왜색풍’을 지웠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국장으로 쓰이는 무궁화 꽃에 둘러싸인 태극 문양은 일본의 공공 기관에서 쓰이는 벚꽃 잎에 둘러싸인 동그란 문양과 비슷하다는 비판을 아직도 듣고 있다. 이에 대해 반박할 수 있는 확실한 근거는 대한민국 정부의 국장과 정부 깃발로 쓰이는 디자인이 언제, 누가, 어떤 의사 결정 과정 끝에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록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록이 없다. 김의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행정부에 관련 기록을 요청했지만, 기록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전했다.    

행정안전부와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도 지난 2009년 ‘대한민국 정부 상징 마크 공모전’을 벌여 수상작을 뽑았지만 아직 결과물이 나오지는 않았다. 공모전을 통해 아이디어를 수집하고, 공청회와 공무원, 외국인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고, 올 초 최종 시안이 나와 내부 결재 과정을 거쳐 청와대의 최종 결정만 남아 있다.

태극 문양과 무궁화 꽃을 활용한 기존 정부 상징 마크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될 것으로 알려진 새로운 대한민국 정부 상징 마크가 전 부처를 아우르는 통합 GI가 될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부처마다 입장이 달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통합’ 위해 국가 차원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정부 상징 마크 공모전을 주관한 엑스포디자인브랜딩의 정석원 대표는 “다른 선진국 사례에 대한 검토도 진행되었다. GI를 부처별로 다르게 쓰는 경우는 우리나라와 일본 정도였다. 실무 작업은 끝났고, 정부의 최종 결정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라고 전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최근 정부 부처에서 영어 워드마크가 남발되는 상황에 대해 “삼성이나 SK 등 글로벌 기업의 행태를 정부 부처가 그대로 답습하는 것은 난센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난센스’가 2000년대 들어 새로 만들어진 행정 부처 GI의 대세가 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한자가 추방된 대신 ‘새로운 대국’인 영어 약자가 맥락 없이 남발되고 있다. 대다수 정부 부처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행정 서비스가 주된 업무이다. 그럼에도 수출 기업보다 더 영문 워드마크에 집착하고 있다. 2006년도에 제작된 환경부는 영문 약자인 ‘me’를 워드마크로 내세웠고, 2008년에 만들어진 지식경제부는 ‘MKE’라는 영문 약자를 워드마크로 활용했다. 지난해 심벌마크를 바꾼 여성가족부는 영문자 E를 디자인 모티브로 삼았으며 농림수산식품부는 F를 모티브로, 고용노동부는 E를 모티브로 삼았다. 누구를 상대로 하는 것인지, 어떤 맥락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영문자로 대민 서비스를 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한국수자원공사나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은 심벌 자체가 영문 약자이다. 이런 ‘영어 맹종 현상’에 대해 김정 의원은 “정부 부처나 공기업을 영문 약자로 부르고 이를 심벌에 반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부처 이미지를 어떻게 해야 한다고 하는 원칙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가는 것은 곤란하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현행처럼 디자인 관련 업무가 국토해양부와 문화부, 지경부 등 여섯 개 부처로 나뉘어 있는 상황은 곤란하다. 총리실이나 대통력 직속으로 국가디자인위원회를 만들어 이런 난맥상을 해결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답  ①고용부  ②국무총리실  ③문화관광부  ④지식경제부  ⑤한국주택금융공사 ⑥보건복지부 ⑦방송통신위원회 ⑧환경부 ⑨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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