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다섯 정당의 야권 대통합이 목표”
  • 조현주 기자·정리 이규대 인턴기자 ()
  • 승인 2011.07.1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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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대표 인터뷰 / “총선에서 민주 진보 진영이 다수당 안 되면 대선은 희망 없어”

 “‘국민의 명령’의 제안은 교복 자율화와 같은 일반적 서명운동이 아니라 정당 민주화를 통해 전국 정당, 통합 정당을 만들자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다. ‘국민의 명령’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이 말뜻을 그대로 이해해달라.” ⓒ시사저널 유장훈

“뇌에 과부하가 걸렸다. 요즘은 사람이 아니라 그림자를 끌고 다니는 느낌이다.” 지난 7월1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 사무실에서 만난 문성근 대표는 지쳐 보였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설명회와 간담회 일정 및 각종 인터뷰로 가히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집에서 편히 쉬었던 날이 다 합해야 열 손가락을 꼽을 정도이다”라는 그의 말이 과장은 아닌 듯했다. “2012년 민주 진보 정권의 출범을 위해 야권이 단일 정당으로 뭉쳐야 한다. 이를 위해 국민의 명령으로 야당을 압박하자.” 지난해 8월26일 세상에 모습을 내비친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이 내건 기치였다. 문대표는 다음 날인 8월27일 폭우가 쏟아지는 대한문 앞에서 첫 거리 민란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10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전국 15만명에 이르는 회원이 ‘국민의 명령’의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문대표를 만나 지난 10개월의 여정과 ‘야권 대통합’의 전망에 대한 입장을 들었다.

‘백만송이 국민의 명령’의 활동이 벌써 열 달을 넘어섰다. 회원 수도 15만명을 넘어섰는데 지금까지의 성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예상보다 잘 되어가고 있다. ‘국민의 명령’의 제안은 교복 자율화와 같은 일반적 서명운동이 아니라 정당 민주화를 통해 전국 정당, 통합 정당을 만들자는 ‘고도의 정치적 사안’이다. 그런데도 국민 15만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것은 엄청난 일이다.

처음부터 이런 호응을 예상했나? 

사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줄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 물론 초반기에는 ‘정권 교체를 위해 다섯 개 야당을 압박하겠다는 제안’에 대해 각 정당이나 시민단체의 반응이 뜨악했다. 그러나 회원 수가 5만명, 10만명을 넘어가니 이제 인정하기 시작했다. 다들 우리의 운동이 반짝 하다 사라질 것이 아니라고 보고, 의미 있게 받아들이고 있다.

‘국민의 명령’이 제안하는 야권 대통합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우리가 생각하는 대통합은 ‘정체성 보장 제도’를 도입한 연합정당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한 지붕에 다섯 가족 또는 방이 다섯 개짜리 단독주택이라고 보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 더욱 쉽다. 큰 지붕 밑에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창조한국당을 통째로 가지고 들어온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통합 야당을 가칭 ‘민주진보당’이라고 치자. 각 정당들이 민주진보당에 들어올 때에는 총무 기능만 중앙당에 맡기고 연구 기능, 당원 관리 기능은 그대로 존속하자는 뜻이다. 이 통합 야당은 공동 공약을 내세워 합의를 이끌어내고 도무지 합의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당론을 강제하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각 정당들의 이념과 정책 훼손 없이 함께할 수 있다.

이런 제안에 대해 각 정당들의 반응이 제각각일 것 같다.

의견이 여럿 있다. 민주당의 경우, 당 지도부에서 국민의 명령의 운동을 지지한다고 얘기하지 않은 분은 손학규 대표와 김진표 원내대표뿐이다. 최고위원 대다수가 동의했다. 민주당 지도부가 빨리 동의한 것은 통합에 대한 책임감이 가장 크기 때문일 것이다. 진보 정당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이념을 지키며 지난 20년간 고통을 받아온 분들이다. 때문에 이념을 온전히 지키며 정공법으로 원내교섭단체를 이루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우리의 제안은, 이념을 지키며 함께하자는 것이다. 

한 지붕 안에 다섯 개 정당이 들어간다고 했는데, 각자 정체성을 살리면서 하나로 뭉치는 것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통합에는 구심점이 필요하지 않겠나?

물론 분란이 일어날 것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민주당 계열과 진보 정당 계열은 과거에 같이 민주화 운동을 했었다. 그것이 1987년 이후부터 사회·경제 ‘정책’을 놓고 분립을 한 것이다. 지금 보면 지난해 6·2 지방선거 이후 민주당이 진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민주노동당이 주장했던 노동 정책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이미 합의가 가능한 정책들이 광범위하게 퍼졌다. 

그렇다면 야권 대통합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소통합보다 오히려 대통합이 더 쉽다. 소통합의 경우,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합치는 부분만 해도 벌써 문제가 많지 않나. 사실 둘은 같은 부부였는데, 부부 생활을 하다 이견이 생겨 갈라진 것 아닌가. 갈라진 이유를 찾아서 그것부터 봉합을 해야 한다. 그런데 그 봉합 과정이 대단히 복잡하다. 또 여기에 참여당까지 포함하는가의 여부도 중요한데, 그 역시 일종의 자유주의 정당과 이념 정당 간의 차이로 합치는 과정에서 합의해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고 일이 아주 복잡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합이 오히려 쉽다는 이야기이다.

야권 통합 정당의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입장인데, 내년 대선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나?

대선은 관심 없다. 총선에서 민주 진보 진영이 다수당이 되지 않으면 대선은 거의 희망이 없다. 일단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고 국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축제를 벌이면 (민주 진보 진영의) 그 누구라도 막강한 후보가 될 것이다.

대통합과 관련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문재인 이사장은 그의 저서에서 민주 진영과 진보 진영이 분립되어 경쟁을 넘어서 쟁투를 벌이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또 민주 정부가 세워진다 하더라도 이런 분립 구도로는 정부 구성이 안 되니 힘을 합치자고 간절히 호소했다. 이미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밝혔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해 주니 든든하다. 그 밖에도 힘을 주시는 분들이 많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같은 경우는 원래 야권 통합을 주장하고 있었고, 이해찬 전 총리도 야권 통합이 최선이라고 주장하고 계시다. 정당권 바깥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문성근 대표 역시 내년 총선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이 많다.

글쎄. 나는 이 운동을 하면서 늘 똑같이 말씀드렸다. ‘국민의 명령’ 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이 말뜻을 그대로 이해해달라. 앞으로 이 운동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만약 민주 진보 정부가 생겨난다면 시급히 바꿔나갈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웃음) 이명박 대통령께 고마워하는 것이 있다. 3년 만에 우리나라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국민들이 합의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복지 국가’이다. 더 정확히는 ‘평화·복지 국가’이다. 평화를 붙인 까닭은 남북 관계를 이렇게 단절시키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3년 만에 국가와 공기업 부채가 4백50조원이나 늘어났다고 한다. 이자만 25조원이다. 한나라당이 집권하고 있을 때 IMF 외환위기와 관련해 조성한 공적자금이 1백60조원이었다. 그 1백60조원을 갚느라 민주 정부가 등골이 휘었다. 참여정부는 그 빚을 갚느라 복지를 확대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다음 정부는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힘들 것이다. 4백50조원의 빚을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문재인 이사장의 저서 <운명>이 화제이다. 책에 따르면 문대표가 지난 2003년에 방북해 고 노무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북한에) 갔다 온 것은 사실이다. 친서의 내용이나 가서 활동한 부분은 통치 차원의 일이기 때문에 노코멘트하는 것이 국민으로서의 도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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