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수렁에 빠진 미디어 황제, 신뢰의 위기 벗어날까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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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EPA 연합

미디어 그룹 ‘뉴스코퍼레이션’(이하 뉴스코프)을 이끄는 루퍼트 머독은 한 세대에 걸쳐 영국 미디어 산업을 지배해왔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신문 ‘뉴스 리미티드’를 연 매출액 3백30억 달러의 거대 미디어 그룹으로 만든 황제가 지금 휘청거리고 있다. 뉴스코프 산하 타블로이드지인 ‘뉴스오브더월드’의 전화 해킹 사건으로 1백68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최대 부수의 타블로이드지를 폐간했고,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도 좌절되었다. 뉴스코프에 대해 대대적인 조사가 추진되면서 의회와 수사 기관에 불려다닐지 모르는 상황에 처했다.

‘뉴스오브더월드’가 유명 인사와 정치인, 영국 왕실을 도청했던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일이었다. 거기에서만 끝이 났더라면 머독에게도 잠시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그칠 일이었다. 하지만 살해된 여중생의 휴대전화 음성메시지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숨진 병사들의 가족까지 도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영국 국민들은 사회적 약자까지 도청의 대상으로 삼은 머독의 신문에 ‘비열함’을 느꼈고, 그동안 뉴스코프의 인질처럼 굴었던 정치인들도 머독의 반대편에 설 수밖에 없었다.

모두들 ‘머독의 위기’를 말한다. 하지만 위기가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가 소유하고 있는 ‘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여전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언론이며 ‘더 선’은 영국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이다. 게다가 그는 위기 극복의 ‘달인급’이다. 그의 회사는 1980년대 부채가 무려 8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힘들었지만 1993년 홍콩의 위성방송 스타TV를 10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극복해낸 바 있다. 지난해 영국 총선에서는 보수당의 우세가 점쳐지자 12년간 지지했던 노동당과 선을 그으며 재빨리 말을 갈아타는 기민함도 선보였다. 이번에는 ‘신뢰의 위기’를 맞았다. 과연 머독은 이 난국을 어떻게 타개하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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