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는 은행·건설, 수출은 ‘화·조·차’”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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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훈 스카이투자자문 대표 / “중국 경제 브레이크 걸릴 때 우리도 타격받을 것”

 

ⓒ시사저널 이종현

 

그가 말했다. “2000년 7월 밸런스투자자문에 들어갔다. 1999년은 Y2K라는 사기극으로 IT 업종의 주가가 날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2000년 4월 IT 버블 붕괴가 시작되었다. 주가지수가 400으로 추락하다가 7월에 800까지 회복되었다. 나는 들어가는 즉시 주식을 다 내다팔았다. 대신 신세계나 태평양 등 내수주만 20% 정도 샀다. 이것도 떨어지는 것에 대비해 헤지를 걸었다. 연말에 다시 주가가 500 선으로 주저앉았다. 그해 밸런스투자자문은 수익률 경쟁에서 압도적으로 1등을 했다. 그 다음 해에 이 실적으로 국민연금 운용을 위탁받았다. 남들 깨질 때 덜 깨지면서 유명해진 것이다. 2004년 차이나 쇼크 때도 선방했다. 나는 안 좋은 면을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강세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질지 몰라도, 약세장에서는 원금에 대한 집착이 강해서 손해를 안 보는 것으로 유명하다. 위기 뒤에는 항상 기회가 온다.”

스카이투자자문 김일훈 대표의 말이다. 83학번인 그는 1988년 대우증권 개포지점에서 증권사 생활을 시작해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동방페레그린증권 투자분석부를 거쳐 1998년 외국인 투자가를 상대로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코어베스트캐피탈이라는 헤지펀드사에서 투자이사를 지냈다. 이어 밸런스투자자문에 들어가 김일훈이라는 이름을 투자가들에게 알렸다. 밸런스는 2003년 유리스투자자문으로 이름을 바꿨고, 이때 김대표는 박건영 트러스톤자산운용 대표를 픽업했다. 산업리스에서 진로를 바꿔 펀드 시장에 진입한 박건영 대표는 입사 뒤 ‘면벽 수도’ 3개월을 거쳐 100억원짜리 펀드를 운용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박대표가 불같은 공격적 성향을 통해 랩 시장을 주도한 것에 비해 김대표는 지난 몇 년간 보수적인 운용 철학을 선보였다. 원래 그의 스타일이 약세장에서 강세를 보이지만 아주 대조적인 행보이다. 김대표는 “소매 영업보다는 일반 기업이나 보험사, 기관 투자가를 상대로 위탁 운용을 하고 있다. 수수료도 이것이 더 많다”라며 반은 웃음이 묻어나는 대답을 했다.

“잃을 때 크게 잃지 않아야 결국 승자”

장은 돌고 돈다. 가치주 투자가 지난 몇 년간의 강세장에서는 외면받았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증시의 역사는, 잃을 때 크게 잃지 않는 사람이 결국 승자가 되었다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IMF 외환위기나 금융 위기는 결정적인 투자 기회였다. 거의 모든 투자자가 직전의 강세장에 투자 자금이 묶여버리는 바람에 실탄이 부족하다고 땅을 쳤다. 요즘 같은 국면에서는 서서히 주식 비중을 줄였다가 다시 결정적인 투자 기회를 노려봄직하다. 지금은 결코 스마트한 투자 기회가 아니다. 차이나 위기가 한 번 크게 터지면 글로벌 위기가 올 것이다. 특히 차이나 위기는 한국 시장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것이다.”

한국이 지난 10년간 중국 경제 성장의 수혜를 가장 크게 입었고 중국 경제의 무한 성장 신화가 붕괴할 때 바로 한국 경제의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그는 “요즘 시장에서 주식을 잘한다는 이야기는 공격적이라는 이야기이다. 강세장에서는 통한다. 나도 전에는 공격적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대다수의 투자자는 돈을 못 벌어서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다. 돈을 날려서 힘들어진다. 평범한 사람은 월급만 받아도 살 수는 있다. 문제는 투자해서 돈을 더 벌자고 하다가 힘들어진다”라며 일반적인 투자자의 딜레마를 짚었다.

그가 하는 말도 대부분 증권맨이 하는 이야기와는 반대이다.

“월급쟁이들은 저축을 통해서 종잣돈을 모으고 그 돈으로 집을 사고, 그 뒤에 여유가 생기면 펀드든 뭐든 투자를 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 주식에 묻어둔 돈이 반 토막 나도 생활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나는 돈이 없는 사람이 주식에 투자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는 자신의 지론처럼 재테크를 하고 집을 샀다. 예외가 있다면 1990년대까지 유행하던 공모주 청약을 통해 재테크 효과를 보았다는 정도이다.

그의 가장 큰 재테크는 유리스투자자문의 지분이었다. 이 회사에서 전문 경영인(CEO)으로 일하면서 지분을 조금씩 사들였던 그는, 회사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리면서 의도와는 다르게 주식을 매각하고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그는 30% 정도였던 지분을 매각하면서 꽤 많은 돈을 만졌고, 이를 기반으로 2006년 자본금 31억5천만원의 스카이투자자문을 설립했다.

그는 하반기 주가를 2000~2400 정도로 보고 있다. 업종별로는 화학, 조선, 자동차 등에 주목하고 있다. 김대표는 “하반기도 나쁘지 않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주가가 많이 올랐다. 목표 수익률은 낮게 가져가면서 성장성 있는 종목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 현재와 같은 안정 성장 국면에서는 주식 비중을 서서히 줄여가야 한다”라며 보수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멀리 내다보고 다치지 않게 미리 조심”

그는 중국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었다. “지난 20년간 중국의 고도 성장이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끌어왔다. 그러나 고도 성장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일본도 그랬고, 유럽도 그랬다. 한국도 언젠가는 그럴 것이다. 중국의 경제 성장 추이에 주목해야 한다.” 중국 경제가 브레이크 걸릴 때 우리 주식시장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유리스투자자문 시절(2003~06년) 종목 픽업을 통해 종목장을 화려하게 주도하던 그가 왜 이렇게 보수적으로 변했을까. 그는 즉답 대신 운용사 이야기를 했다. “미래에셋이 2007년 이후 수익률 면에서 고전하고 있다. 운용 규모가 어느 한계를 넘어가면 주식을 팔고 싶어도 못 파는 딜레마에 빠진다. 하락장이라는 것을 몰라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알고도 못하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어느 운용사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 피해야 하는데 오히려 큰 곳이라고 더 집중한다. 사실은 그 운용사가 잘나갈 때 빼야 하는데….”

한국은 1988년 올림픽을 치르고 10년 뒤인 1998년 IMF 위기를 당했다. 그리스는 2000년 올림픽을 치른 10년 뒤인 지난해부터 국가 부도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 그렇다면 2008년 올림픽을 치른 중국은? 그는 중국의 위기는 아직은 먼 이야기라고 단서를 달았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미리미리 다치지 않게 조심할 것을 권했다.

그렇게 큰 위기 뒤에는 굉장한 투자 호기가 동시에 찾아오기 때문이다. 운기조식하며 체력을 보강하면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시장 입문 23년차 펀드매니저의 경험이었다.


 전기·전자 줄이고 금융·건설 늘려 포트폴리오 변화

스카이투자자문의 대표 상품은 스카이투자주식4호이다. 이 펀드는 지난해 8월 설정된 이후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29.76%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 평균보다 8.65% 웃돌고 있다. 전체 펀드 상품 중 상위 20%대이다.

허찬종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5월과 최근의 스카이4호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설명했다. 그의 말에는 스카이투자자문의 시장과 종목을 보는 눈이 들어 있다. 스카이4호는 운수 장비와 전기·전자, 화학, 금융업, 건설업 등 5가지 업종이 80% 정도를 차지한다.

“5월과 비교했을 때 전기·전자 업종이 5% 줄어든 20% 정도이고, 조선이나 자동차, 화학 업종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은행을 포함한 금융 업종을 6%대에서 10%대로 늘렸다. 건설 업종도 5%대에서 10%대로 늘렸다.” 그는 은행주를 확대한 이유에 대해 “장기적으로 원화 강세와 국내 내수 회복으로 수혜를 볼 종목이다. 저축은행 이슈나 부동산 PF 문제도 가닥을 잡았다. 내재가치에 대비해 싸다”라고 말했다. 건설주 역시 국내 건설 경기는 그만그만하지만 하반기에 해외 건설 수주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하반기 시장은 순환적 상승 국면으로 접어든 것 같다. 내수 주도주는 은행·보험·건설로 보고 있고, 수출 쪽에서는 IT보다는 화학이나 조선, 자동차가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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