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성공 부른 ‘이유 있는 변신’
  • 이철현 기자 (lee@sisapress.com)
  • 승인 2011.07.1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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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재료 업체로 주력 업종 바꿔…그룹 지원 등에 업고 글로벌 기업 ‘부푼 꿈’

▲ 지난 5월18일 스위스 로잔 올림픽박물관에서 열린 ‘2018년 동계올림픽 후보 도시 테크니컬 브리핑’에 이건희 IOC 위원이 사위인 김재열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오른쪽)과 참석했다. ⓒAP연합

제일모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룹 내 위상이나 사업 부문이 속도감 있게 바뀌고 있다. 위상은 올라가고 주력 업종은 교체된다. 제일모직은 정보기술(IT)과 화학 업종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다. 전략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 보니 수익성 높은 사업 기회가 안정적으로 창출되고 있다. 제일모직은 올해 하반기 연구·개발(R&D) 과정을 마친 첨단 전자 소재를 삼성전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삼성SDI에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 2000년 전자 재료 사업에 뛰어든 지 12년 만에 패션·화학 업체에서 명실상부한 전자 재료 업체로 기업 정체성을 바꾸게 된다. 송은정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은) 올해 하반기 연구·개발 수준에 머무르던 차세대 소재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매출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제일모직’ 하면 빈폴·구호·후부·갤럭시 같은 패션 브랜드가 먼저 떠오른다. 제일모직은 1954년 9월 섬유업체로 창업한 이래 줄곧 패션 원재료 업체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2000년 1월 정보통신재료사업부를 꾸리면서 전자 재료 업체로의 변신을 꾀했다. 사업 초기 반도체 전해액이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소재를 생산하다가 지금은 TV용 편광판이나 반도체 패터닝 소재 같은 시장 선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편광판이나 반도체 패터닝 소재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화학이나 패션 사업 부문 비중은 줄고 전자 재료 사업 부문이 커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화학 사업 부문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44.1%)이 전자 재료 사업 부문(29.7%)보다 크다. 하지만 영업이익 측면에서는 전자 재료(44.5%)가 화학(31.8%)을 앞선다. 전자 재료 사업 부문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대우증권)는 1천7백10억원이다. 화학 사업 부문(1천2백20억원)보다 5백억원가량 많다. 또 화학 부문이 생산하는 제품의 80%는 전자 제품 외장재이다. 크게 보면 화학 부문도 정보기술(IT) 제품 소재 부문에 포함된다. 이에 비해 패션 사업 부문이 총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9%, 22.1%에 불과하다.

‘둘째사위’ 김재열 사장 위상 강화와 맞물려

▲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 연구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제일모직 전자 재료 연구원들. ⓒ제일모직

제일모직의 변신을 주도하는 이는 김재열 사장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둘째사위로 알려진 김사장은 경영기획 담당 임원으로서 황백 제일모직 대표이사를 보좌한다. 부인인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은 패션 사업을 총괄한다. 제일모직 관계자는 “김재열 사장은 경영 기획 담당 사장으로서 제일모직 성장 전략을 설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사장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이회장을 그림자처럼 보좌했다. 쟈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지난 7월7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2018년 올림픽 개최지로 평창을 호명할 때 이건희 회장의 왼쪽 어깨를 부축하고 있던 이가 김사장이다.

김재열 사장이 차기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는 아이템은  AMOLED 유기물질, 태양전지 전극 페이스트(가루를 개어서 만든 반죽), 수처리 멤브레인,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이다. 제일모직은 올해 이들 네 개 신규 사업에 대해 기초를 닦고 2012년 본격적으로 상업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사업은 삼성전자 신수종 사업이나 정부 지원 중·장기 프로젝트와 연관되어 있다. 조우형 대우증권 연구원은 “신규 사업이 2015년까지 정상 궤도에 오르면 이 부문에서 1조5천억원의 신규 매출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예상했다.

제일모직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곳은 그룹의 전자 부문 계열사들이다. 지금도 제일모직은 매출의 40%가량을 삼성전자에 의존하고 있다.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일모직은 AMOLED 패널 제조업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에 AMOLED 유기 물질을 공급한다. 올해 AMOLED 유기물질 매출은 94억원에 불과하나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에 납품하는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우증권은 ‘제일모직이 AMOLED 유기물질 부문에서 거둘 매출액은 2013년 3천2백38억원, 2015년 9천3백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제일모직이 AMOLED와 함께 이미 출시한 품목은 태양전지 전극 페이스트(가루를 개어서 만든 반죽)이다. 태양전지 전극 페이스트는 태양전지 셀에서 발생한 전자를 외부 회로로 이동시키는 전선 역할을 하는 재료이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3분기부터 태양전지용 전극 페이스트를 중국에 수출하기 시작했다. 올해 매출은 6백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가 2015년까지 태양전지 생산 능력을 3GW까지 확충하면 이 부문 매출은 3천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멤브레인은 액체나 기체 혼합 물질 가운데 원하는 입자만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제품이다. 멤브레인은 수처리, 반도체나 액정표시장치(LCD) 공정, 2차전지, 제약·의료 분야에 쓰인다. 제일모직은 수처리용 멤브레인 생산 설비를 구축하고 2012년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폐수 처리나 공정 설비가 가장 큰 수요처이다. 2015년까지 매출액 1천5백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수처리 멤브레인 기술에 기초해 2차전지 분리막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제일모직은 휘어지는 디스플레이에 탑재되는 베이스 필름 분야에 경쟁 우위가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10대 WPM(세계 고급 소재)’ 사업 가운데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기판 소재 부분 주관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베이스 필름 시장은 2015년 2천억원, 2020년 5천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제일모직은 세계 시장 점유율 25%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올해 3분기 능동형 발광 다이오드(AMOLED) 유기물질, 멤브레인 같은 신규 사업 아이템이 출시되어 전자 재료 부문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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